① 지속성이 아닌 지탱가능성
② 왜 선진국은 지속가능발전을 생각하는가
③ 왜 유엔은 SDGs를 만들었는가
④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 시행된다
⑤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은 협치와 시민참여 - 숙의공론장
⑥ 지속가능발전은 융합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⑦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성평등
⑧ 지속가능한 도시란? 모두를 담는 그릇 - 포용도시
⑨ 지속가능발전과 탈성장
⑩ 지속불가능성과 기후위기

출처=Getty Images Bank
출처=Getty Images Bank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다섯 번째 목표는 성평등이다. 지난 9월 유엔은 지속가능발전목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지금의 변화 속도라면 법적인 제한과 차별을 없애는 데 286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에서 여성이 고위직에 오르고 남성과 같은 위치에서 대표성을 가지려면 140년, 국회는 40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성평등한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
성평등하지 않은 사회는 지속불가능하다. 유엔 SDG의 5번 성평등 목표의 지표에는 “농경지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전체 농업인구의 비율”을 성별로 조사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농업 노동력 중 60~80%가 여성인데, 여성의 토지 소유가 남성과 동일해지면, 세계의 기아 인구를 12~17%, 즉 1억에서 1억 5000만 명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도대체 성평등과 농업생산성이 무슨 관계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여성 농부들이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낮은 수확량을 얻는 것은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비료, 개량 종자, 도구 등을 더 적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상황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도 별반 차이는 없다.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가 매년 발표하는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성평등 분야가 가장 어려운 과제로 평가된다. 남성 대비 여성의 평균 교육 년 수 비율은 89.1%로 양호하고, 남성 대비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71.9%로 점차 상승 중이다. 하지만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에 불과하고, 남성의 평균 임금대비 성별 임금격차는 34.1%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하다.

성평등하지 못한 세상은 남성에게도 불편한 세상
그런데 최근 사회적 갈등으로 20대 남성들과 여성들의 갈등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사실 이 갈등의 원인은 기성세대가 만들었다. 예를 들어, 남녀 간의 임금격차는 20대가 아니다. 주로 30~50대 사이에서 발생한다. 이 기간은 수많은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시기다. 남성이 사회에서 승승장구하는 시기에 여성들은 가정에 묶여 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남성의 육아휴직이 늘어나고, 여성의 경력단절이 완화되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성평등하지 못한 세상은 여성에게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불편한 세상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자살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OECD 평균이 십만 명당 11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6명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2.5배 높다. 왜 그럴까? 이 심각한 차이는 주로 30~50대에서 발생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단순하다. 이 연령대의 남성이 지닌 사회적 책무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가장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사회에서도 중요한 결정과 책임을 지는 시기다. 혼자 짊어지려고 하기에 힘듦이 가중되는 것이다. 만약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와 사회 참여가 확대되고, 남성과 짐을 나누어지는 사회가 이뤄진다면 지금과 같은 심각한 문제는 훨씬 개선될 수 있다.

성평등 가치 공감대 확산, 균형 있는 분배 필요
다행히 최근 우리 사회의 인식은 상당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 작년에 여성가족부가 시행한 ‘양성평등 실태조사’를 보면,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가사‧돌봄 분담의 문화가 점차 확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남성은 생계부양, 여성은 자녀양육이라는 성역할의 고정관념이 완화되었다. 또한 성별 관계없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여성의 경력단절, 고용상 성차별, 남성의 낮은 돌봄 참여, 다양화되고 있는 여성 폭력에 대한 두려움 등을 해결해야 할 성 불평등 문제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자녀에 대한 돌봄의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인식은 크게 감소했음에도 여전히 돌봄부담이 여성에게 과중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커졌다. 즉 여전히 여성이 가사, 양육, 돌봄을 병행하는 어려움을 감당하고 있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성평등 인식과 일과 돌봄의 균형 있는 분배, 모두를 위한 사회적 돌봄 책임 강화, 성평등 가치에 대한 공감대 확산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마을공동체, 학습과 토론 통한 성불평등 현상 개선

언젠가 주민자치회 교육을 하면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따라 마을 공동체 진단을 했다. 당시 필자는 두 가지 질문을 주민들에게 던졌다. “마을의 구성원들 간에 남녀 차별이 없고 공동체의 일을 공평하게 나눠서 하는가?”, “마을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일에 남녀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는가?”

당시 참여했던 주민자치회 임원 중 남성들은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거의 동시에 여성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니다”는 목소리를 냈다. “남성들이 주요 결정을 하고, 우리가 일을 한다”고 말하면서, “마을공동체에서 남녀차별은 존재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재밌는 경험을 했다. 남성과 여성의 인식이 아직도 이렇게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사실 현재 일반적인 마을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들이 살아왔던 그동안의 경험과 과정을 생각해보면, 여성이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마을 회의나 행사에 가면, 남성들은 앞에서 귀빈 대우를 받고 있지만, 활동을 하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여성들인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워크숍 이후 한 가지 희망이 보였다. 이 회의에 참여한 남성들 중심으로 마을의 성불평등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으며,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지금은 작은 변화지만 학습과 토론을 통해 점차 바뀔 것이다. 작은 변화가 우리 사회의 더 많은 변화로 나타날 것을 기대해 본다. 성평등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문제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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