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를 겪고 세계 각국은 시장경제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많다는 걸 자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경제로 뜨는 개념이 ‘사회연대경제’다.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연대를 바탕으로 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을 일컫는다. OECD, UN, ILO 등 유수의 국제기구에서는 근 2년간 사회연대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 취재팀은 이렇게 사회연대경제를 중심으로 이뤄진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소개하고, 비즈니스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 유럽과 북미의 사례를 연재한다.

“공공의 지원이 없었다면 인내자본 공급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공의 지원이 없었더라도 인내자본을 공급할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에 필립 가르홍(Philippe Garant) 샹티에 신탁기금(피두시) 사무국장은 이렇게 답했다.

필립 가르홍 피두시 사무국장/사진=정재훈 기자
필립 가르홍 피두시 사무국장/사진=정재훈 기자

“민간투자자의 관심을 투자로 이끌어 내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들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바로 이 때문에 정부가 사회적금융에 개입(지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에만 기대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가르홍 사무국장은 정부의 지원을 지렛대 삼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원하면 정부지원금의 2~3배에 해당하는 민간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며 "정부의 지원은 우리의 금융서비스가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RISQ와 피두시 탄생은 공공과 민간의 합작품

애시당초 사회적금융기관의 설립 자체가 공공과 사회적경제조직들간 합작의 결과물이었다. 퀘벡에는 재원의 구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금융기관이 있다. 데자르뎅 신용협동조합이나 데자르뎅연대경제금고처럼 협동조합기금이 주체가 된 기구가 있고 퀘벡노동자연합연대기금(FTQ)와 퀘벡전국노동조합총연맹발전기금(퐁당식옹 CSN), 필락시옹(Filaction) 같이 노동운동기금이 주요 재원인 기관이 있다. 퀘벡투자공사 같이 정부기금으로만 구성된 정부기금 기관도 있다.

이중 피두시와 퀘벡사회투자네트워크(RISQ)는 혼합형 기금으로 분류된다. 설립 과정에서 민간은 물론이고 퀘벡 정부 등 공공의 자금이 합쳐져 탄생했기 때문이다. 단, 관리는 민간(시민사회단체 등)이 주도한다. 설립 시기는 다르지만 두 기관 모두 1996년 노동조합·사업주·주요정당과 정부·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경제와 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대표자회의>를 기원으로 한다. 이 회의로 고용창출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사회적경제가 주목받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샹티에 사회적경제 네트워크(이하 샹티에)’가 조직됐다.

나탈리 블리뮈에 RISQ 사무국장/사진=정재훈 기자
나탈리 블리뮈에 RISQ 사무국장/사진=정재훈 기자

먼저 설립된 기관은 RISQ다. RISQ는 샹티에와 퀘벡주정부가 함께 만든 기금이다. 퀘벡주정부는 초기 자본의 50%를 투자했다. 1997년 설립된 RISQ는 사회적경제기업들만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최초의 사회적금융조직이다.

피두시도 ‘최초’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설립연도는 2007년으로 RISQ보다 10년 늦지만, 퀘벡 지역 최초의 ‘인내자본 공급기관’으로 분류된다. 샹티에는 인내자본을 조성할 목적으로 피두시를 설립했다. 설립주체는 샹티에지만, 퀘벡전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정부의 기금이 주요 재원이다.

펜데믹 기간 동안 사회적금융 지원해 사회적경제 뒷받침한 퀘벡정부

사회적경제기업과 사회적금융에 대한 공공의 지원은 설립 이후에도 계속됐으며 이는 펜데믹 기간에 더욱 눈에 띄었다.

대유행 절정기던 2020년 11월 30일. 퀘벡정부는 약 1500만달러의 예산을 마련해 사회적경제기업들의 회복을 도왔다. 눈길을 끄는 점은 바로 이 예산이 퀘벡의 사회적금융기관 3곳(RISQ, 피두시, INNOGEC)을 통해 사회적경제기업들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점이다.

RISQ의 전환기금 사업과 긴급대출 사업/출처=RISQ
RISQ의 전환기금 사업과 긴급대출 사업/출처=RISQ

퀘벡정부는 RISQ에게 '전환기금(Transition Fund)'과 '신규대출(Emergency Loan)' 명목으로 1150만 달러를 지원했다. 퀘벡 경제혁신부 쥘리 샤르통-비에르가드(Julie Chartrand-Beauregard) 사회적경제 담당관은 “전환기금은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준비하는 사회적경제기업들에게 저리로 대출해주는 프로젝트였으며 긴급대출은 초기 스타트업에게 3년동안 무이자 대출로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회적금융기관인 'INNOGEC 기금'을 통해서도 300만달러가 지원됐다. 샤르통-비에르가드 담당관은 “이 보조금은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전문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기금‘이라고 소개했다. 피두시에도 크라우딩 펀딩 프로젝트 명목으로 5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자본접근성을 연구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피두시와 퀘벡협동조합연합회(CQCM)가 공동으로 추진한 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퀘벡정부는 ▲사회적경제 허브지원(1210만달러) ▲퀘벡지역발전협동조합(CDRQ)의 협력사업 프로젝트 지원(415만달러) ▲퀘벡협동조합연합회(CQCM) 파트너십(2462만달러) 등의 프로젝트에 예산을 지원했다. 모두 2020년 11월 30일 발표된 ‘사회적경제를 위한 정부행동 계획(PAGES)’라 불리는 퀘벡정부의 계획안에 포함된 예산이며 총 1억 3700만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해당 계획은 2025년까지 약 5억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인내자본 처음 할 당시만 해도 미쳤다는 소리 들어...이제는 민간의 관심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적지 않은 재원이 사회적금융으로 흘러들어가지만 퀘벡의 사회적금융기관들은 결코 공공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필립 가르홍 피두시 사무국장의 ‘지렛대’라는 표현처럼 정부의 지원을 지렛대 삼아 민간투자자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액자산자들도 이들의 협력 대상이다.

샤르통-비에르가드 사회적경제 담당관 역시 사회적금융기관들의 파트너십 역량에 대해 추켜세웠다. 특히 피두시에 대해서는 다른 민간투자자와의 협업에 강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두시는 사회적경제에 속하지 않는 다른 금융 파트너들을 이곳으로 참여시키는 능력을 지녔다”며 “특히 민간 재단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피두시가 투자한 퀘벡지역의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라토후 서커스/출처=피두시
피두시가 투자한 퀘벡지역의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라토후 서커스/출처=피두시

가르홍 사무국장은 사회투자가 민간으로 확대되는 흐름 덕분이라고 말했다. 노조와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자조자금, 그리고 정부 기금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재원 구성에 다양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관심을 보이는 민간의 투자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처음 인내자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다들 미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며 “지난 몇 년 전부터 민간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게 확인되고 있다. 민간투자자들이 투자처를 다양화하려고 노력과정에서 사회적금융기관의 투자에 매우 높은 관심과 의욕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몫은 임팩트다. 나탈리 블리뮈에(Nathalie Villemure) RISQ 사무국장은 “혁신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에게든 정부에게든 사회적금융과 사회적경제 모두가 혁신적인 입장을 취해야한다는 설명이다. 가르홍 사무국장 역시 “이들은 수익이 조금 낮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며 “환경적인 임팩트, 사회적인 임팩트를 잘 보여주면 우리에게 투자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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