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한민국 청년 평화플러스 오픈랩 프로젝트’는 청년들이 남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의제와 아이디어를 찾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 달간 온오프라인을 통해 오픈 테이블이 진행됐고, 전문가 심사를 거쳐 4개 팀이 선발됐다. 오는 12월에 진행되는 최종발표회에서 최종 팀이 선정된다. <이로운넷>이 최종 선정을 앞둔 4개팀을 인터뷰해 각 아이디어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들어봤다.

90년대생 청년 예술가들 “일냈다”

90년대생 청년 예술가들로 구성된 ‘라온디어(RAONDEAR)’. 공연, 영상, 회화, 조형, 무용, 심리, 음악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11명의 청년으로 구성된 팀이다. 함께하기 전 “우리 같이 ‘우리 작품’ 해야 하는데”라는 이야기를 해오던 청년들은 ‘대한민국 청년 평화플러스 오픈랩 프로젝트’에 도전했고, 오픈테이블을 거쳐 4개 팀 중 하나로 선정됐다.

사실 라온디어(RAONDEAR)는 지난해에도 오픈랩 프로젝트에 도전한 경험이 있다. 박정환 라온디어 대표는 “작년에도 오픈랩 프로젝트에 도전했고 오픈테이블까지 선정됐지만, 최종 선발까지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서 “최종 선발되진 못했지만, 우리의 아이디어가 여러 사람의 관심과 응원, 도움으로 실현되어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경험을 했다. 너무 감사하고 좋은 프로젝트로 기억에 남아있다”고 이번 오픈랩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출처=Getty Images Bank
출처=Getty Images Bank

“저의 할아버지께서 이산가족입니다. 여동생과 헤어지셨는데, 헤어지기 전 어린 여동생에게 ‘오빠가 지켜줄게’, ‘오빠만 믿어’라는 약속을 하셨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자신은 평생 죄인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평생 간절하게 여동생을 찾으셨습니다. 아직도 ‘죽을 때까지 찾을 거라고,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자랐습니다”

박정환 대표는 바로 옆에서 지켜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전하며 “할아버지의 마음을 전부 헤아리지는 못하겠지만 또래 친구들보다는 깊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90년대생 청년 예술가로서 이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한 형제. 헤어져서 서로 그리워하며 지내던 두 사람은 대한민국에 있었다. 이들 모두 ‘이산가족 찾기’ 방송까지 출연했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헤어져 자신의 이름을 모르던 동생은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어 서로 만나지 못했다.

세월은 흘러 두 사람은 가족을 찾지 못한 채 사망했다. 이후 가족을 찾지 못한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산가족 찾기 방송 비디오 촬영본 복구 사업'에서 두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 언급된 집에 대한 설명을 각각 그림으로 그리는 작업을 했고, 뒤늦게 가족인 것을 알게됐다. 이미 사망한 형제를 대신해 두 사람의 아들들이 만났다. 평생을 철책선 너머에만 있는 줄 알았던 가족은 바로 근처에 있었다.

박정환 대표는 이번 오픈랩 프로젝트를 통해 가족을 너무 늦게 만난 형제의 이야기를 ‘미디어 아트’ 방식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이산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시선, 마음을 그대로 담아내고 싶다는 것. 박 대표는 “미디어 아트는 덜어냄과 더함 없이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를 가장 진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해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사연의 당사자들과 함께 창작한다. 형제를 찾지 못하고 사망한 형과 동생의 마음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8문장을 선정해 실사 영상으로 촬영해 제작한다. 완료되면 전시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그는 “이산가족들과 소통하면서 늘 마음이 아팠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알려 도울  방안이 하나라도 더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라온디어 로고./출처=라온디어
라온디어 로고./출처=라온디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산가족의 아픔과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하지만 ‘이산가족’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박 대표도 이런 사실에 대해 알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알리는 것은 꼭 필요하다”면서 “오픈랩 프로젝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귀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정환 대표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란다는 마음이다. 그는 “우리의 활동에 함께하는 동행자가 더 생기고, 이산가족들을 향한 지원과 도움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앞으로 라온디어는 이산가족들과의 소통과 동행을 계속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해 더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하고 다양하게 기록하고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며 “이 외 우리의 창작활동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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