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공감토크>입니다.
이번 공감토크는 오랫동안 기업 운영을 해 온 강원도 사회적경제 기업 중 매출과 고용 창출, 지역공헌 등 다방면으로 타의 모범이 될 만한 기업들의 히스토리를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새로운 사회적경제 기업이 많이 탄생하는 것만큼 사회적경제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회적기업가 마인드와 우수한 경영으로 성장을 거듭해 나가는 기업들의 성취는 강원도 사회적경제 전체에게 있어서 크나큰 자부심이 됩니다.

여러 기업들 중 ‘운영비를 제외하고는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독특한 운영 철학을 바탕으로 한우유통조직으로서는 최초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득한 ‘홍천사랑말유통 영농조합법인’, 농사용 비닐하우스 부품 생산과 시공으로 기업 운영을 시작해 국내 최초 FRP 소재의 이동식 주택 모듈큐브하우스 생산업체로 성장한 ‘한국자재산업㈜’의 두 곳 대표님이 주인공입니다.

김홍일 한국자재산업㈜ 대표(왼쪽)와 나종구 홍천한우사랑말유통 영농조합법인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김홍일 한국자재산업㈜ 대표(왼쪽)와 나종구 홍천한우사랑말유통 영농조합법인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홍일(이하 김): 한국자재산업㈜ 김홍일입니다. 저희 회사는 2011년 9월 창립이 됐고요.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시작했어요. 현재 영월에서 63명의 종사자들과 함께하고 있고, 지역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역할을 잘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게 돼서 반갑기도 하고, 좋은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나종구(이하 나): 홍천한우사랑말유통 영농조합법인(이하 사랑말)은 농민들이 모여 만든 영농조합이에요. 소 키우는 농민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소를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2008년에 법인을 설립했고, 조합원은 70명 정도예요. 근무하는 직원은 한 80여 명 정도 되고요.

보통 축산 농가들은 축협이라고 하는 협동조합으로 사업을 많이 하는데, 저희는 법인이지만 아마 전국에 어느 축협보다도 직접 소를 소비자에게 많이 판매하는 영농조합법인일 거예요. 또 한우유통 조직으로는 처음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죠. 10여 년 넘도록 제가 대표를 맡고 있는데, 너무 오래 한 것 같아서 이제 좀 그만할 때가 됐다 싶어요. 젊은 사람한테 대표를 넘겨야지 하고 있는데, 다른 소개는 이야기 나누면서 차차 풀어가도록 할게요. 하여튼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Q. 두 곳 기업의 사업 운영 변모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김: 저는 2급 장애인이에요. 33년 전에 몸을 좀 다쳤어요. 직장 생활을 쭉 하다가 퇴직하고 서울에서 조그만 유통업을 좀 했었는데, 봉사나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11년 전에 고향인 영월로 귀향하게 됐어요. 한국자재산업은 직원 3명인 농업용 비닐하우스 시공으로 시작했는데, 비닐하우스라는 걸 해보니까 8개월만 바쁘고 4개월을 쉬어야 하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열두 달 일할 수 있는 걸 한번 찾아보자 했어요.

이런 과정에서 모듈주택을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카라반(차량에 매달아 끌 수 있는 이동식 주택)을 선택했다가 실패했는데, 그래도 그 경험으로 모듈주택을 만들 수 있었어요. 이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됐고요. 연간 100채 이상 모듈주택을 제작하다 보니 일손이 많이 필요해졌고, 직원도 63명으로 늘어나게 됐죠. 말이야 술술 나오지만 그야말로 부도 직전까지도 꽤 갔어요. 

한국자재산업㈜ 모듈주택 모습.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한국자재산업㈜ 모듈주택 모습.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지난해 11월에는 농공단지로 세 번째 공장 이전을 했어요. 8926㎡(2700평) 대지에 3967㎡(1200평) 공장을 지었죠. 정말로 계절과 관계없이 1년 열두 달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니 이제 부지런히 일해야죠.

모듈주택은 소위 말하면 농막이라고 얘기해요. 한국자재산업 유튜브가 2020년 5월 5일 개설됐는데, 지금까지 유튜브 조회수가 415만이 넘어요. 아주 시의적절하게 잘 맞았죠. 다만 그 이후로 농막이나 이동식 주택을 만드는 곳이 너무 많이 생겼어요. 그래도 저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은 모듈주택 외관이 유리 섬유로 만든 'FRP 소재'라는 점이에요. 이게 배를 만드는 소재라서 엄청 튼튼한데, 그 소재로 만든다 하니까 고객들의 신뢰도가 높아요. FRP 소재로 이동식 주택을 만든 건 저희가 처음이기도 하고요.

카라반을 만들다 보니 공간이 너무 협소하고 답답하더라고요. 보다 넓게 쓸 수 있도록 공간을 넓히고, 외관도 큐브 형태로 둥글게 만들었어요. 저희 모듈주택 이름이 큐브홈인 이유죠. 편의에 맞춰서 용도든 색상이든 커스텀도 가능해서, 고객들은 큐브홈을 고기 숙성고나 식물 재배용, 경비실, 화장실, 휴게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어요.

나: 사랑말 사업은 조합원들이 소를 키워서 안정적으로 잘 팔고 수익을 볼 수 있게끔 하는데 필요한 사업들이죠. 처음에는 사료 공장을 했어요. 소 키울 때 생산비 중 사료비용이 제일 커요. 메이저 회사들이 만드는 사료 말고 생산비를 줄이면서도 등급이 좋은 소를 생산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작한 게 'TMR 사료'예요. TMR 사료는 완전배합사료라고 하는데, 사람으로 얘기하면 비빔밥이에요. 적절한 영양소를 한 그릇에 넣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게 한 거죠.

처음 35명 조합원으로 시작했을 때는 실제로 소 등급도 좋고 생산비도 일정 정도 줄일 수 있었는데, 소값이 폭락하니까 아무리 잘 생산해도 농가들이 생산비를 보장받기 어렵더라고요. 생산비를 보장하려면 소만 키우는 게 아니고 유통(정육식당)을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소고기 유통은 거품이 많이 껴있어요. 소값은 싸도 소고기는 항상 비싸죠. 이 거품을 없애면 많이 팔리지 않겠느냐 했고, 그래서 생산비를 보장하는 가격으로 직접 매입해서, 말하자면 원가에 팔았어요. 우리는 소를 키우는 사람들이라 유통으로 수익을 얻어야 할 이유가 없어요. 유통으로 수익을 얻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금까지도 쭉 지키고 있고요.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천한우사랑말 사료공장, 사랑말농장, 육가공센터, 복합문화센터, 정육식당, 드라이에이징 센터.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천한우사랑말 사료공장, 사랑말농장, 육가공센터, 복합문화센터, 정육식당, 드라이에이징 센터.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정육식당을 하면서 HACCP 인증을 받아야 하다 보니 이제 육가공을 해야 하더라고요. 그렇게 쭉 유통을 해오면서 새끼를 여러 번 낳은 암소처럼 품질이 떨어지는 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어요. 소비자들한테 어떻게 품질을 높여서 선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근래 하게 된 게 드라이에이징(일정 온도, 습도, 통풍이 유지되는 곳에서 고기를 공기 중에 수 주간 노출해 숙성시키는 건식 숙성 방법) 공장이에요. 아예 숙성한 고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사업까지, 사랑말 사업은 계속 확장되고 있어요.

수익이 목적은 아니지만 아예 밑지고 팔 순 없으니까 조금씩 수익이 남으면 지역에 환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어요. 조합원이 70여 명으로 늘었으니, 어떻게 하면 지역에 더 잘 환원할 수 있을까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고요.

사랑말의 운영 방식을 남들은 독특하다고 이야기해요. 보통의 경우 돈을 벌어서 조합원들한테 배당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만, 우리는 조합원이 소 잘 키워서 잘 팔 수 있으면 된 거예요. 전국으로 많이 다녀봤는데, 수익이 생기면 조합원 갈등이 발생해요. 수익 어떻게 나눌 건지를 두고 서로 싸우는 거 많이 봤어요. 실제로 사업을 잘하는 곳들은 지역 사람들이 정말 믿고 좋아하는 회사더라고요. 김홍일 대표님도 보니까 지역에서 그렇게 평가받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런 기업이라야 지역에서, 시골에서 오래 갈 수 있지 돈 버는 게 목적이 돼서는 안돼요. 원가 판매하고 배당을 하지 않는 원칙은 사실 독특한 철학이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어요. 그 때문에 지금까지 오게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Q. 인구유출, 지역소멸 지역에서 고용 창출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현재 고용 인원의 구성이나 복지 혜택 등이 궁금합니다.

김홍일 한국자재산업㈜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김: 고용 인원 중 장애인과 60대 이상 고령자 비율이 높아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6개월마다 취약계층 고용비율을 집계하는데, 한국자재산업은 전체 인원 대비 취약계층이 72%를 차지하고 있어요. 사실 제조업 회사로서는 쉽지 않죠. 생산성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 고민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영월이라는 지역적 한계가 있어서 젊은 사람들은 늘 귀하고요. 한 달에 1억4000만 원 정도가 급여로 지급되는데, 영월에서 1억4000만 원을 벌려고 하니 이게 얼마나 힘들겠어요. 정말 힘들 때는 급여를 제때 못 준 적도 있었어요.

당장 급여 챙기기 급급해도 직원들 복지도 노력 많이 해요. 이동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출퇴근 차량을 운행하고 있고, 젊은 친구들 청년내일채움공제도 가입해 뒀어요. 장애인 직원 기숙사를 운영하거나 장애인 직원 중 반장이나 대리 등의 직함을 줘서 자신감 회복을 돕고 있기도 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갈등이 생기지 않게 잘 조율하는 것도 기업의 몫이죠. 초창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 사이에 서로 막말도 막 오갔어요. 11년째 되다 보니 양쪽 다 적응이 돼서 요즘은 큰 문제 없이 잘 굴러가고 있어요. 오히려 장애인 직원들이 일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니냐면서 노사 운영위원회에서 장애인 직원들 휴식시간을 별도로 보장해 주라는 요구가 나올 정도로 잘 지내고 있어요.

나: 사랑말은 기본적으로 취약계층 고용비율이 20% 정도에 맞춰지고 있어요. 고령층이나 저소득층, 장애인들도 물론 취약계층이지만 제가 보기에 홍천같이 조그만 군 단위에서의 취약계층은 청년들이에요. 지역에서 살고 싶어도 취업할 곳이 정말 없거든요. 사랑말은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일할 수 있을 것이냐, 지역의 청년들 취업이 오히려 중점 과제였어요. 전체 고용 인원에서 청년 비율이 50%를 차지하는 것도 그 까닭이고요.

사랑말은 20~30대 직원들이 정말 많아요.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본인들이 원하면 평생직장이 될 수 있게끔 하죠.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업장이 많다 보니 기술을 배워서 나중에 본인이 창업할 수 있는 길도 있고요. 동종 업계 중에서는 급여를 넉넉하게 책정해서 젊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게끔 하려고 노력합니다.

나종구 홍천한우사랑말유통 영농조합법인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나종구 홍천한우사랑말유통 영농조합법인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사랑말이 사회적기업이 된 이유도 직원들 때문이에요. 회사는 남한테 팔 수도 있고 고용 승계도 되지만 법인은 사업을 종료하는 시점에 직원들이 갈 데가 없게 되거든요. 조합원은 점차 고령화되는데 젊은 직원들이 많아지니까, 이제 기업의 주인이 조합원이 아니라 지역이 됐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법인은 해산하면 팔아서 N분의 1로 청산하는데, 우리는 그걸 안 하기로 했어요. 사랑말은 이제 지역 자산인 된 거예요. 사회적기업이 되면서 아예 정관으로 만들었어요. 조합원이 일정 나이가 돼서 은퇴하게 되면 각자 출자금만 받아서 나가고, 다른 젊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운영할 수 있게끔이요.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계속 일할 수 있게 한다, 그것보다 더 큰 복지가 없다고 봐요.

김홍일 한국자재산업㈜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김홍일 한국자재산업㈜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두 곳 모두 지역사회 공헌에도 역할이 큰데, 어떤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나요?

김: 한국자재산업은 이동식 주택 200대째 출고를 맞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영월군청 장애인복지팀을 통해 취약계층 주민에게 이동식 주택 1채를 무상으로 지원해 준 바가 있어요. 판매가 2200만 원 상당인데,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던 가구에 설치까지 진행해 드렸어요. 이외에도 장애인복지팀에서 지속적으로 주택 환경 개선이 필요한 가구를 연계해 주는데, 500만 원 정도로 비용을 크게 낮춰 제공하는 경우도 몇 있어요. 물론 설치비용까지 해서요.

2019년에 창립된 영월군장애인협회 초대 회장직을 맡고 있는 만큼 지역의 장애인들을 위해 기부하는 것도 적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요. 장애인 인식 개선과 권익 옹호, 일자리 창출, 직업 교육 같은 협회 차원의 활동은 물론이고 직접 방문해 몸을 쓰거나 물질적인 기부도 많이 하고 있는 편이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매년 사회적가치지표(SVI)를 측정하는데, 지난해 한국자재산업이 가장 높은 등급인 ‘탁월’을 받았어요. 기업의 취약계층과 장애인 고용 분야나 지역사회 공헌 등의 여러 지표를 평가받은 결과인데, 그해에 강원도에서는 유일하게 탁월을 받은 만큼 자부심도 크고 기업의 노력이 인정받은데 대한 기쁨이 큽니다.

한국자재산업㈜ 사회공헌활동.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한국자재산업㈜ 사회공헌활동.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나: 사랑말한우의 지역사회 공헌 활동 중에는 취약계층에게 고기 나눔을 1년에 2회 정도, 1000만 원 정도씩 기부하는 행사를 꾸준히 하고 있고, 좀 독특하다고 하면 홍천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다음세대 축복 프로젝트’로 산모에게 고기와 미역을 보내고 있어요.

‘운영비를 제외하고는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운영 원칙에 따라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 지역사회 공헌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가만 보니까 해마다 했던 걸 다시 되풀이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재단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존 법인 수익금에 더해 조합원의 소를 매입할 때 정산 금액의 일부를 마리당 5만 원씩 적립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고, 강원도 인가도 곧 나올 예정이에요.

재단법인은 가급적이면 젊은 청년들 중심으로, 홍천에 귀농‧귀촌 한 젊은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사업을 할 생각이에요. 농업기술센터나 군청과 협의해 계획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고, 내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재단 사업이 진행될 겁니다.

나종구 홍천한우사랑말유통 영농조합법인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나종구 홍천한우사랑말유통 영농조합법인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최근에는 어떤 고민이나 어려움을 갖고 있나요?

나: 법인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야 하는 욕심이 없으니까 별로 탈은 없어요. 다만 최근에 계속 고민하는 건 기후 위기나 식량위기, 환경문제, 육류 소비에 대한 인식 등 사회 변화 속에서 소고기 유통‧생산업 분야 자체에 대한 자괴감 같은 거예요. 농경문화에서 소가 일꾼일 때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단지 소비하기 위한 소고기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축산업이 꼭 필요하냐는 고민인 거죠. 사랑말한우만큼 잘 되는 영농조합법인이 없으니 전국에서 벤치마킹도 많이 오는데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한 마음이 자꾸 생기는 거예요.

사회적기업으로서 가치를 창출하고 진짜 지역의 따뜻한 기업이 되고 싶은데, 전 지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하면 까마득하고요. 저는 지금 이게 제일 어렵습니다.

김: 애로사항이라고 하면 사회적기업을 추구하는 모든 회사들이 비슷할 거예요. 향후에 일거리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것인 가죠. 우리를 추격하는 건 ‘자본’이에요. 한우든 모듈주택이든 자본이 마음만 먹으면 기존 기업들 무너지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어떻게 살아남느냐’ 그런 고민은 항상 하고 있어요.

모듈주택 모델을 신규 제작하려면 1억 정도 자본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규격을 바꾸고 하는 게 결코 쉽지가 않아요. 다만 ‘혁신’이라는 구호가 없었다면 한국자재산업은 11년을 못 버텼을 거예요. 거의 모든 시간을 회사에 올인하면서 늘 고민 속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현재진행형이고요.

33년 전 사고 이후에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기면서 ‘이제 어떻게 살아야 사람다운 삶을 가지고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시작했어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세 끼 밥 먹으면서 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으니 힘이 닿는 한 이웃을 위해서 내 가진 역량을 발휘해 보자고 생각했어요. 기쁨이라고 하면 취약계층은 어디 반갑게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잖아요. 한국자재산업은 장애인 21명, 어르신 17명을 고용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니 그 자체로 큰일을 하고 있다고 여겨요. 가끔 제 스스로도 대단하다, 감사하다 이런 생각도 들고요.

홍천한우사랑말유통 영농조합법인 사회공헌활동.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홍천한우사랑말유통 영농조합법인 사회공헌활동.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나: 저도 늘 기쁨을 느껴요. 법인을 만들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냥 소 키우고 농사짓는 사람에 불과했겠죠. 이제는 이렇게 인터뷰한다고 찾아오는 분들도 있잖아요. 앞서서 대표님이 자본과의 경쟁을 말씀하셨는데, 그런 우려 때문에 사랑말한우는 수익을 내지 않는 방식을 택한 것이기도 해요. 수익이 생기지 않는 구조면 자본이 올 일이 없잖아요. 또 지역사회에서는 자본보다 한국자재사업이나 사랑말한우 같은, 말하자면 착하게 운영하는 회사들이 비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비전은 또 진심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할 때만 가능하고요. 조합원들도 그런 법인에 대한 자긍심이 상당하고,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사랑말한우에서 근무한다는 자체를 뿌듯하게 여겨줄 때 더 큰 기쁨을 느껴요.

Q. 강원도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위한 조언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제언 한마디!

김: ‘모든 것이 정직 속에 한결같아야 된다’는 생각이에요. 잠시의 눈속임 또 이익을 너무 추구하는 것은 정말 오래갈 수 없어요. 사회적기업을 누가 편하자고 할까요? 또 그런 마음이라면 사회적기업을 하면 안 되고요. 사실 개인의 어떤 보람 또 어쩌면 사명감으로 이뤄지는 거니까 사회적기업을 시작하신 분들이나 시작하려고 하는 분들도 남다른 사명이나 각오가 없으면 힘들지 않겠나 해요.

인내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참을 수도 있어야 하고요. 정직과 좋은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서 베푼다는 마음으로 전진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계신 분이 있다면 힘내시길 바랍니다.

나: 사회적경제 기업, 정말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갈수록 기업의 가치 창출만큼 소비자도 가치 소비를 하는 시대예요. 오히려 이렇게 따뜻하고 착한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어요. 사랑말한우는 원하는 모든 사람이 소고기를 먹게 하자는 큰 꿈을 꾸면서 욕심을 줄여 착하고 따뜻하게 운영을 하자고 하는데, 사회적경제 기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꿈은 크게, 욕심은 작게’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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