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롱하다: ‘고소하다’의 제주 방언

“제주 해녀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차리고 일을 나와요. 물질을 끝내고 나면 얼마나 배가 고픈지. 그럴때마다 해녀들이 챙겨 먹던 특별식이 있어요. 파는 곳이 없어서 드셔보신 분들 거의 없으실 거예요.”(웃음)

코를 찌르는 고소한 냄새가 군침을 돌게 했다. 성게 소스로 버무려낸 싱싱한 뿔소라를 한입 먹으니 성게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과 뿔소라의 식감이 잘 어울려 말 그대로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다. “맛있다”, “조금만 더 달라”는 말이 여지저기서 들렸다.

출처=해녀의 부엌
출처=해녀의 부엌

해녀의 부엌은 해녀들과 청년예술가가 해녀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과 함께 해녀가 직접 잡은 해산물 식사를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현재 제주도 구좌읍(본점)과 조천읍(북촌점) 등 두 곳을 운영중이다. 본점은 2019년 1월, 북촌점은 2021년 11월 오픈했다.

본점은 해녀들의 실제 삶을 연극공연으로 선보인다. 은퇴한 해녀들과 현직 해녀들이 함께 공연한다. 공연을 충분히 즐기고 난 뒤에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도 맛볼 수 있다. 미디어아트 공연과 식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북촌점은 현직 해녀들이 직접 무대에 선다. ‘해녀’를 주제로 한 영상과 설치미술 등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1공간과, 미디어아트 공연과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는 2공간으로 나눠져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한다. 김하원 해녀의 부엌 대표는 “본점은 해녀들이 공연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하는 콘텐츠로 구성됐고, 북촌점은 미디어 아트를 활용해 바다에서 코스 음식을 먹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출처=해녀의 부엌
출처=해녀의 부엌

“뿔소라를 세계인의 식탁으로”

“해녀의 부엌은 제주도 해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세계인의 식탁으로 올리자는 미션을 갖고 있어요.”

김하원 대표는 “본점이 위치한 구좌읍이 내 고향이다. 가족들이 해녀나 어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다 보니 해산물 판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다”면서 “해산물 판로 문제를 겪고 있는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예술 전공이다 보니 내가 가진 재능을 통해 이 해산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보자는게 해녀의 부엌의 시작점이었다”고 말했다.

해녀의 부엌에서 자주 언급되는 뿔소라는 해녀들이 가장 오랜 기간 채취하는 해산물이다. 해녀들의 주요 소득원인 것. 하지만 채취한 뿔소라는 일본에 수출되는 비율이 90%로 매우 높다는 게 김하원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오랜 시간 동안 채취한 뿔소라를 일본에 수출하다 보니 가격 결정권이나, 생산량 등이 일본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서 “특히 뿔소라는 20년 전보다 가격이 낮아졌다. 이렇게 해녀들이 잡은 해산물을 가치 있게 판매하기 위해 다시 브랜딩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출처=해녀의 부엌
출처=해녀의 부엌

“설립 초반에는 '안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제주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지만, 시작할 때만 해도 걱정의 목소리가 있었다. 해산물 판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했을 때 일부 사람들은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시도했지만 잘 안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거나 “이런 걸로 시골 마을까지 사람들이 찾아갈까”라는 걱정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해녀들도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일을 낯설어했다. 김 대표는 “해녀 분들도 처음에는 어려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연 날 만을 기다리신다”고 했다. 그는 “본점은 고령 해녀 분들과 같이 진행한다. 이분들은 다시 일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일자리로 연결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해녀 분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싶어요. 저희 미션 중의 하나가 ‘해녀’라는 직업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어 드리는 거예요. 특히 제주도는 어머니가 강인해서 자녀에게 손 벌리고 싶어 하지 않으시거든요.”

김하원 대표./출처=해녀의 부엌
김하원 대표./출처=해녀의 부엌

“해녀 분들을 박수받는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김하원 대표는 자신의 가족들이 해녀로 일하는 모습을 보며 이들의 삶을 빛내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해녀라는 직업이 지금은 대단하게 보지만, 사실 해녀들은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김 대표는 “제주도는 모계사회다 보니 여성들의 활동을 통해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 굉장히 어린 나이부터 학교를 가는게 아니라, 생계를 이어 나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90세 할머니들이 살던 시대에는 다 그렇게 살았다고 해도, 50대~70대 분들은 배움의 기회를 얻는 사람과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해녀로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 나뉘게 됐다”고 했다.

“저희 고모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같이 못 배운 사람이, 나같이 무식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냐, 사람들이 비웃지 않겠냐’는 말씀을 항상 하셨어요. 고모도 해녀 일을 하시면서 저희 아버지를 비롯해서 남자 형제들을 먹여 살렸던 분이거든요. 지금도 할머니 이야기 하실 땐 ‘초등학교 보내달라고 울면서 빌었는데 안 보내준 할머니를 원망한다'면서 이야기하시죠.”

김 대표는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해녀들이 진짜 박수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배움에 대한 한(恨)을 갖고 자신의 삶 전체를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긍심을 느끼며 살지 못했던 분들이 많다”고 했다. 해녀들을 무대로 올려 얼마나 대단하게 살아왔는지 이야기하고, 인위적으로 만든 내용이 아니라 진짜 해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이 박수받을 수 있는 곳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마음도 컸다. 그래서 콘텐츠를 만들 때도 그 목적성을 가지고 구성했다.

출처=해녀의 부엌
출처=해녀의 부엌

해녀들의 문화와 가치 계속 이어졌으면 

해녀의 부엌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해녀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해산물의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내년에는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해녀들은 고령화되고 15년~20년 정도 후에는 해녀라는 직업군은 사라지지 않을까. 설령 해녀라는 직업이 유지된다고 해도 지금과는 다른 형태라고 예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해녀라는 직업이 사라지더라도 해녀들의 문화와 그들의 정신은 현재를 사는 세대들이 배워야 한다"는 맛을 덧붙였다. 그는 "특히 자연과 공존하는 문화를 만들었다는 게 위대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라며 “해녀의 부엌도 우리 기업만 잘 되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자연친화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출처=해녀의 부엌
출처=해녀의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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