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언론에서 서울시가 사회주택 추가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기사는 "사회주택 재구조화(개편) 작업을 하지 않고 기존에 공급한 물량만 관리하겠다"는 서울시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며 '서울시 사회주택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전했다.

사실관계는 대체로 맞다. 지난해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이후 사회주택 사업을 바라보는 서울시의 부정적 인식이 커졌고, 각종 감사가 진행된 끝에 '추가 공급 중단'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사가 서울시 결정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려고 사회주택의 문제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범한 오류를, 사회주택 현장의 당사자 입장에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마디로 말하면, 스마트폰 시대에 2G 피쳐폰의 문제점을 들며 휴대폰 무용론을 주장하는 형국이다. 예전에 중학생 대상 강연을 하던 중, 흥미로운 세대 차이를 실감한 적이 있다. 학생들이 기억하는 ‘휴대폰’이란 ‘스마트폰’이 유일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 2G폰은 옛날 영상에서나 볼 법한 유물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극소수를 빼고는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 혁신과는 무관하게 ‘휴대폰’이라는 단어는 과거의 2G폰과 오늘의 스마트폰을 통칭한다.

이 대목에서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를 만들 생각하지 못하고, 오늘날 팔리지도 않을 2G폰을 왜 개발했어?”라는 질문이 던져졌다고 가정해보자. 누구도 질문의 문제의식에 동의하기는커녕 대답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다. 휴대폰이 인간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기가 되기까지, 물리적, 기술적, 기능적인 한계를 보완하고 발전한 과정을 상식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어도 이러한 궁금증이 생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해당 기사로 돌아와보자. 기사에서는 서울시 사회주택 정책의 중단 이유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D 업체의 사례가 '또다시' 언급되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토지지원리츠’에 의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이하 토지지원리츠) 사업이지, D 업체가 참여했던 ‘빈집 리모델링’ 사업이 아니다. 해당 기사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의 두 사업이 단지 사회주택이라는 범주에 포함된다는 이유만으로 비판 논리로 구성되는 우를 범했다.

애초에 ‘사회주택’은 포괄적인 개념이지, 서울시의 독자적인 브랜드도 단일한 정책도 아니다. 빈집 리모델링 사업은 서울시가 추진한 최초의 사회주택 정책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사회주택의 수요 및 공급의 가능성을 확인하였으나 여러 가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해당 사업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고 후속 연구와 실험을 거쳐 SH가 토지를 소유하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으로 발전하였다.

더불어 지방 공기업에 대한 제도적 제약을 극복하고자, 서울시 사회주택의 세 번째 버전인 토지지원리츠까지 나아갔다. 별개로 서울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사회적 주택’ 정책을 받아오기도 했다. 정책의 단계를 삭제한 채 현행 사회주택 사업인 토지지원리츠의 추진 여부를 빈집 리모델링 사업의 문제에서 찾는 것은, 스마트폰에 대한 비판을 2G폰도 아닌 ‘삐삐’에서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근거로 제시한 통계에도 오류가 많다. 1088가구 중 879가구만 입주해 공실률이 20%에 육박한다고 분석했으나, 2021년 한국사회주택협회가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공실률은 0%대 였다. 빈집 리모델링 사업에서 발생한 약 200세대의 공실 때문에 현행 사회주택 제도가 문제라는 논리는,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시대에 유통되는 2G폰의 판매량을 두고 비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기사는 "사회주택 사업자도 임대보증금 반환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부채비율은 높고 담보력이 약해 가입하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지만, 현행 사회주택 사업의 주력인 토지지원리츠 사업의 경우 HUG의 보증보험 상품 가입도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추진될 사업은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어떠한 이슈도 발생할 수 없다.

특정 기사를 계기로 이번 칼럼을 쓰고는 있지만, 이는 해당 기사만을 저격하려는건 아니다. 지난해부터 '사회주택'을 공격하려는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팩트를 짜깁기하고 일반 시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시도를 너무나도 많이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쉽게 바뀌지 않는 여론에 지치기도 하지만 필자라도 틈 날 때 마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마음에 또 글을 쓰고 있다.

사실, 언론이 지적해야할 부분은 서울시가 현재 서울시가 1000억원 이상의 공급 예산을 확보해뒀으면서 토지지원리츠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공공임대주택보다 동일 예산 대비 2.9배의 공급 효과를 낸 토지지원리츠 사업이 중단돼야 할 명확한 사유는 아직 누구도 제시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2G폰에 해당하는 빈집 리모델링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최신 스마트폰에 해당하는 토지지원리츠 사업까지 추진하지 않고 있으며, 사회주택이 못마땅한 몇몇 언론과 정치인들은 이러한 주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확산한다.

정치인이든 언론인이든 기존 정책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있지만, 왜곡된 근거와 대안 없는 반대로만 일관해서는 안 된다.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반지하에 거주하던 서울시민 다수가 인명피해를 입었다. 온 사회가 저층 주거지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의지를 모으고 있는데, 정치와 언론이 중대한 사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사회주택 처럼 저층 주거지의 도시 정비 영역에서 작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던 정책마저 원색적으로 폄하하고 있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적인 의도가 없다면, 언론은 지금이라도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 역할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비판지점을 다시 찾는 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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