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부 사회서비스 복지의 핵심 역할을 할 중앙사회서비스원(이하 중서원)이 출범 6개월 만에 원장을 임명했다. 중서원은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올 3월 설립됐다. 사회서비스 품질을 제고하고, 시도 사회서비스원(이하 사서원)의 설립·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공기관이다.

지난달 3년의 임기를 시작한 조상미 원장은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자, 사회적경제협동과정을 창설한 장본인이다. 임용 전에는 삼성 사회공헌팀에서 일했다.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육성전문위원회 운영위원, 사회적기업연구 편집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계·공공·민간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한 사회복지 전문가다.

그는 올해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캠프에 합류해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정책본부 사회서비스정책분과장을 맡았다. 지난 7월 경주에서 열린 사회적경제박람회에도 참석해 ‘사회서비스 복지국가와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정부 정책 방향을 전했다.

취임 후 한 달을 좀 넘긴 시점인 지난 14일, 조 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이 지역에서 보편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확신을 느끼는 나라가 진정한 복지 국가”라며 “돌봄 자원을 연계해 규모화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힘쓰겠다”라고 전했다.

지난 8월 새로 취임한 조상미 원장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중앙사회서비스원에서 만났다.
지난 8월 새로 취임한 조상미 원장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중앙사회서비스원에서 만났다.

다음은 조 원장과의 일문일답.


Q. 취임하고 한 달이 지났다.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이미 생태계 전반에 익숙하겠지만, 공공기관의 장으로 국가 시스템을 들여다보는 건 또 다른 일이다. 한 달간 무슨 일을 했나.

한 달이지만 1년 같은 나날을 보냈다.(웃음) 취임하고 대통령실 보고를 마친 후, 중서원 직원 한 명 한 명과 모두 면담하며 조직 내부를 관찰했다. 어느 조직이든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지 않나. 그 결과 모든 직원이 열정과 도전 정신이 있고, 성장 의지가 강하다는 걸 확인했다. 복지 국가로 가는 방향에서 우리 중서원의 중요성도 인지하고 있더라.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 영역에서는 더더욱)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다른 분야에 있는 개인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통된 의제로 협조하는 것)'를 구축해야겠다는 미션도 확고해졌다.

조직 정비도 마무리했다. 가장 큰 변화는 ‘사회서비스 사업본부’→‘사회서비스 혁신본부’로의 개편이다. 시도 사서원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사후 관리나 컨설팅 역할을 강화한다.

Q. 이번 정부의 사회서비스 정책은 주로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관련해서 중서원의 역할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이번 정부는 민간 분야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사회서비스 정책을 추진한다. 국가 전체적으로 복지와 경제를 선순환해 일자리도 창출하고, 돌봄의 국가 책임을 확대한다.

사회복지는 사회보험, 공적부조, 사회서비스 등 3가지 큰 축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보험은 4대 보험 제도를, 공적부조는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경제적 보호제도 그 자체를 의미하지만, 사회서비스는 형태와 이해관계자 측면에서 정말 복잡한 개념이다.

돈이 있든 없든 내 지역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느끼는 사회.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한 사회. 그게 바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누구는 주기만 하고, 누구는 받기만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인식을 타파한 사회로 나아가는 게 목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는 사회서비스가 고도화·규모화돼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중서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민간 주체 간 협력을 유도·지원하며, 혁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펀드도 조성해서 잘하는 민간 주체는 더 키우고, 부족한 곳은 끌어줄 예정이다.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 원장.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 원장.

Q. 공공이 직접 서비스 제공자로 나서기보다는 잘하는 민간 주체를 발굴한다는 뜻인가.

맞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작되면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민간조직이 만들어졌는데, 그 서비스 질의 격차가 커졌다. 이후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하며 재가복지센터를 설치하는 등 '직접 서비스(direct service)'를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 민간과 갈등을 빚었다. 특히 지역 위주로 ‘민간이 하던 일을 공공이 뺏어간다’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번 정부에서는 그런 형태를 확대하지 않는다. 물론, 이미 활발히 종사자들이 활동 중인 재가센터를 중앙이 억지로 줄일 수는 없다. 그러나 전문가로서 봤을 때, 정부가 나서서 디렉트 서비스를 하는 건 예전부터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잘하는 민간 플레이어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방향과 취지를 현장에 지속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기자 주: 직접 서비스(direct service): 실제로 돌봄 대상자를 만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 이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행정, 정책 등을 의미하는 ‘인디렉트 서비스(indirect service)’와 구분되는 개념. 사회복지학에서 통용되는 표현이다.

 

Q. 최근 각종 언론 보도에서 지선 이후 시도 사서원이 지자체별로 없어지거나 축소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제일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는 곳이 울산이다. 여성가족개발원과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합리적인 결정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자체에서 시도 사서원의 역할을 잘 인지하지 못 하는 듯하다.

시도 사서원은 광역 단위의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지역 맞춤형 통합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구심점이 돼야 하는데, 여성개발원과 통폐합한다는 건 맞지 않아 보인다. 돌봄이 여성의 고유 영역인 것도 아니지 않나. 물론 해당 지자체의 상황도 있을 거다. 맥락을 좀 더 들여다봐야겠다.

Q. 복지 영역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그럴 일은 없다. 그럴 수가 없다. 지역에서 시도 사서원의 역할을 잘 몰라서 벌어진 일일 뿐, 이런 현상을 복지의 축소로 오해하면 안 된다. 복지부 예산도 증액되지 않았나. 시대가 바뀌었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복지가 축소된다' 이런 이분법적인 생각을 버릴 때가 됐다. 하나의 작은 군으로 취급될 때는 지났다는 의미다. 복지는 각종 사회 정책에 다 연결돼있다.

사회적경제도 마찬가지다. 더 생기면 생겼고 더 규모화되면 규모화됐지, 줄어들 수는 없다.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사회적경제조직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Q. 조직 차원에서는 무엇에 주력하는가.

중서원의 큰 역할 중 하나가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다. 5년짜리 로드맵인데, 지금 연구 단계에 있다.

그 다음으로는 파트너스데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민간 주체 간 협력을 수월하게 해주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있다. 대국민 온라인 플랫폼도 만들 예정이다.

사회서비스 품질 인증제 시범사업도 있다. 산모신생아건강관리지원, 아동청소년심리지원, 아동청소년비전형성 등 3개 유형 사회서비스를 대상으로 '2022년 사회서비스 품질인증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우수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 인증을 주는 제도다. 평가 작업의 일환이다. 사회복지 영역에서 평가 이슈는 굉장히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지금도 평가 작업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는 ‘아웃컴(outcome)’이 아니라 ‘아웃풋(output)’ 위주다. 지표를 한 번에 고도화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변화를 주는 시도를 계속해볼 예정이다. 시도 사서원과 함께 꼼꼼하게 작업해보겠다.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 원장.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 원장.

Q. 하반기 계획은.

9월 말에 강원도를 시작으로 시도 사서원을 연달아 방문할 계획이다. 지역 현장을 들러 정부 방향도 전하고, 현장의 애로사항도 청취한다. 10월 말에 대구에서 열릴 제론테크놀로지 세계대회에 참석할 때 대구 현장도 돌아본다. 시도 사서원 통폐합 이야기가 나오는 울산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조직 개편을 마쳤으니 연내 직원 채용도 마감할 것이다. 중서원 식구부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Q. 초대 원장이라 현장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포부를 말해달라.

공공기관의 초대 원장이라 부담이 큰 건 사실이다.(웃음) 살면서 ‘콜렉티브 임팩트’를 구축하며 성과를 만들어왔다. 중서원도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에 기여하겠다는 공통 어젠다가 있으니, 임기 동안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 서번트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을 적절히 활용해 다음 원장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문화를 닦아놓겠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