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지속성이 아닌 지탱가능성
② 왜 선진국은 지속가능발전을 생각하는가
③ 왜 유엔은 SDGs를 만들었는가
④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 시행된다
⑤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은 협치와 시민참여 - 숙의공론장
⑥ 지속가능발전은 융합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⑦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성평등
⑧ 지속가능한 도시란? 모두를 담는 그릇 - 포용도시
⑨ 지속가능발전과 탈성장
⑩ 지속불가능성과 기후위기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 보령선언 / 출처 :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 보령선언 / 출처 :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매년 지속가능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는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이행 정도를 파악하고 평가한다. 올해도 최근 보고서가 나왔는데, 우리나라는 특이한 위치에 있다. SDGs의 달성 정도는 상당히 높은데 법 제도나 재원 마련 등에 관한 국가의 노력은 상당히 낮다. 선진국 대열에 서 있는 국가 중 특이한 현상을 보인다.

올해 초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하 기본법)이 제정됐다. ‘법 제정이 무슨 대수인가’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매년 수백 수천 개의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제정된다. 하지만 ‘지속가능발전’이 현재 우리 사회의 위기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해법이라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실은, 2007년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곧이어 들어선 정부는 이 법을 일반법으로 격하시켰다. 거의 15년 동안 지속가능발전 정책은 국가에서는 별로 중요치 않은 정책이었다. 국제사회에서는 ‘어떻게 지속가능발전 정책을 실제로 구현하고 우리가 직면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반대로 국내에서는 과거 정부의 치적 지우기의 일환으로 유명무실한 정책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애시당초 지속가능발전을 단순히 정치적 키워드로 생각한 정치인들도 문제였다. ‘이전 정부의 키워드를 왜 다시 꺼내느냐’였다. 실제로 유엔이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했을 때, 국내 적용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이 던졌던 말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반전이 있었다. 지방에서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에 공감하고 변화를 갈망하는 다양한 시민사회 활동가, 전문가, 공무원 등을 중심으로 한 노력이 계속되었다. 그 결과 12개 광역시도에서 지방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만들고 기본방향을 설정했다. 조례를 제정해 기본계획과 이행계획을 수립하며, 지속가능발전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각 지역의 주요 정책으로 삼았다. 심지어 당진, 수원, 서대문구와 같은 지역은 자발적지역보고서(VLR)을 작성해 유엔에 제출하기도 했다.

지방의 노력은 결국 하나의 목소리가 되었고, 결국 기본법으로 제정되기에 이른다. 법이 격하된 지 거의 15년 만의 성과였다. 특히 이번 기본법은 국회의원 몇 명의 요구로 제정된 것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지속가능발전 만이 현재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길이란 인식을 했던 수많은 시민, 활동가, 연구자, 공무원 등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거의 기본법 체제는 국가가 주도해서 만들었다면, 이번 기본법에 대한 요구는 지방의 목소리가 하나씩 켜켜이 쌓여 모인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새로운 희망이 있다.

이번 7월 법이 시행되었다. 현재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야 한다. 먼저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지방기본전략과 추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단순한 개발계획이나 성장계획이 아니다. 지속가능관점에서 지속불가능한 방식을 타파하고 새로운 발전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직접 담당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도 구성해야 한다. 

이런 내용은 다른 법체계에서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특이한 내용이 있다. 바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점검하고 모니터링하도록 2년마다 보고서를 내는 것이다. 유엔이 각 국가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이행 정도를 평가하는 것처럼 각 지역도 동일한 평가 체계 속에서 같은 방식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

법에서 강행규정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지자체들은 당연히 의무적으로 할 것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이런 보고서는 발표 후 언론에서 몇 줄 언급한 다음에는 캐비넷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대다수 시민이 전혀 모른 채 말이다.

지역의 보고서를 내는 과정도 단순히 평가 보고서만 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국내에서 전주는 2009년부터 매년 전주시와 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함께 지속가능지표 발표를 한다. 지역의 지표를 평가하고 발표하는 것은 어느 지역에서든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전주는 특이한 내용을 가진다.

전주 지속가능지표 10년 결과 / 출처 :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전주 지속가능지표 10년 결과 / 출처 :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예를 들어, 문화지표에 ‘판소리를 들을 때 추임새를 넣는 사람의 수’가 있다. 실제 전주 문화재단이 매년 표본 조사를 해서 얼마나 많은 시민이 전통문화를 향유 하는지 발표한다. 환경지표에는 ‘쉬리가 사는 전주천’이 있다. 쉬리는 1급수에 산다. 도심을 통과하는 하천이 얼마나 깨끗하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인지 직접 보여준다. 

시민들이 지속가능성이 무엇인지 직접 체험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지속가능발전 관점에서 부합하고 적절하다는 학문적이거나 정책적인 이해보다, 필요한 것은 시민의 일상적 삶에서 직접 경험하고 인식을 넓히는 방법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민이 그 정책을 받아드리는 ‘수용성’이 없다면 절대로 이행될 수 없다.

각 지역 시민들의 뜻이 모여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서 기본법 제정까지 이제 이뤄졌다. 다시 그 공은 시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어떻게 기본법을 지방자치단체가 이행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향상 시킬지는 다시 우리들의 손에 남겨졌다. 이 기회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가 현재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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