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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핵심 키워드는 민간주도성장과 규제개혁이다. 규제개혁을 통해 민간주체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경제기업도 민간주체다. 이들 역시 법적·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혀 성장 잠재력을 있는 그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영역이 더욱 활성화되고 맘껏 뛰놀기 위해 해결해야 할 제도개선 과제는 무엇이 있나 짚어본다.

<목차>

1.  자활기업 육성하려면 기본계획부터 세워라

2. 일반 협동조합은 되고, 사협은 안된다?.. 규제 합리화해야

3. 사회적기업 육성법 15년... 개정 과제는?

사회적경제기업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 소셜벤처 등으로 나뉜다. 이들을 포괄하는 법령은 사회적기업 육성법, 협동조합 기본법,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마을기업 육성사업 시행지침, 벤처기업육성에관한 특별조치법 등이다. 근거법은 정책 및 사업 시행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규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 3년간 다양한 사회적경제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지난 19일까지 현장 의견을 수렴했고, 이를 기반으로 제도개선 과제를 정리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12일에는 사회적경제 연대포럼과 공동주관으로 ‘사회적경제 제도개선 토론회’를 개최하고 본격 과제 해결에 나선다.

영리도 비영리도 아닌 협동조합, 제도개선 이슈 多

지난 3월 30일,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임시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임시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제도개선 과제 중 유독 협동조합 관련 내용이 많다. 연대회의 제도개선위에서 18일까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약 80% 이상이 협동조합 관련 과제였다. 

이는 협동조합 특성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근거해 법인격을 부여받았는데, 영리기업과 달리 영리(for-profit)와 비영리(non profit) 사이의 특성을 지닌 조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법, 회사법, 세법 등 법체계가 영리기업 중심으로 설계돼있다.

연대회의는 협동조합 특성에 맞는 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재찬 연대회의 상임이사는 “제도개선을 통해 협동조합 생태계에 적합한 법체계를 마련해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협업 비즈니스 활성화 위해 사협 법인 임원 선임 가능케 해야

출처=Getty Images Bank
출처=Getty Images Bank

협동조합 제도개선 과제로는 먼저 ‘사회적협동조합 법인 임원 불가능 문제 개선’이 꼽힌다. 협동조합은 일반 협동조합(이하 일협)과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사협)으로 나뉜다. 일협은 영리법인으로, 사협은 비영리법인으로 분류된다. 

협동조합 기본법은 일협과 사협을 특성에 맞게 다른 규정을 두고 있다. 예컨대 기본법 92조(준용규정)에 따르면, “사협은 동법 34조 1항~3항까지만 준용한다”고 명시돼있다. 34조 4항은 ‘법인 임원 선임 관련 규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사협에는 해당되지 않아 정부는 ‘사협은 법인 임원을 둘 수 없다’고 해석한다.

현장에서는 협동조합의 특수성을 고려해 사협에도 법인 임원 선출이 가능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인 조합원으로 구성된 사협의 활발한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돌봄 협업사업을 위해 사협을 만들 때, 돌봄 관련 법인들의 경영 직접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 또한 사회적경제 협의회는 대부분 사협 형태로 조직된다. 법인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데 법인이 모인 사협에서 법인 임원을 둘 수 없어 ‘법인 대리인’을 임원으로 선임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박용수 사회적협동조합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은 “지역 내 네트워크가 활성화된 경우, 돌봄·교육 등 업종별 협업사업을 위해 사협을 만드는 흐름이 있다”며 “법인 임원 선출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된다면 협업사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협동조합 총회, 서면투표·전자투표 허용해야

2019년 진행된 민달팽이유니온,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총회./출처=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로운넷 DB
2019년 진행된 민달팽이유니온,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총회./출처=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로운넷 DB

협동조합은 1인 1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조직으로, 개별 조합원의 입장을 동등하게 반영해 의사결정을 한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 모두가 의결권을 갖는 총회의 위상이 크다.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르면, 총회는 대면총회를 원칙으로 한다. 현장은 이를 두고 협동조합의 사업추진을 제약하는 규제장벽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총회는 사업계획·예산, 결산보고서·감사보고서 승인, 정관변경, 임원 선출·해임, 규약 제정 및 변경 등을 다룬다. 대면총회가 개최되지 못하면 사업 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된 2020년 3월 당시, 현장의견을 접수해 코로나19 심각단계에 따라 서면총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다만 당시 사업계획 및 예산, 결산보고서·감사보고서 승인 등만 허용하면서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서면총회 및 전자투표도 허용’하자는 것이 제도개선 과제로 거론된다. 현장은 협동조합만 대면총회를 원칙으로 정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말한다. 상법 제368조4(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의 행사) 제1항에서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도 가능하도록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필 의료사협연합회 기획실장은 “협동조합은 사람 중심 조직이니 대면총회가 원칙인 것까지는 이해한다”면서도 “모든 의결을 대면총회를 바탕으로 해야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안 맞고 비효율적이다. 상황 및 사안에 따라 유연하게 총회형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면 협동조합 활성화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동조합 조직변경은 ‘설립’으로 판단?... “등록면허세 일원화 필요”

출처=Getty Images Bank
출처=Getty Images Bank

‘조직변경’은 회사가 법인격의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그 조직을 변경해 다른 종류의 회사가 되는 일을 일컫는다. 법인은 설립 이후에도 여러 제반상황을 고려해 조직변경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옷을 갖춰입고 있다. 

문제는 협동조합 기본법상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조직변경시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 상법상 영리법인으로 조직변경할 때와 달리, 더 많은 금액의 등록면허세를 납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상법상 기업인 주식회사가 유한회사로, 혹은 유한회사가 주식회사로 조직변경 등기를 하는 경우 지방세법 제28조제1항제6호바목에 의거, 건당 4만200원의 등록면허세를 납부한다. 

반면 협동조합으로의 조직변경은 ‘설립’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방세법 제28조제1항제6호가목 1)설립과 납입에 해당된다. 이 경우 ‘납입한 주식금액이나 출자금액 또는 현금 외의 출자가액의 1천분의 4)로 최소 11만2500원의 등록면허세를 납부’하도록 명시돼있다. 

즉 상법상 기업 내에서 조직변경할 경우에는 등록면허세를 4만200원만 내면 되지만, 협동조합으로 변경하는 경우 회사 규모가 클수록 등록면허세가 늘어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협동조합 조직변경 시에도 동일하게 4만200원의 등록면허세를 납부하도록 지방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싼 등록면허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주저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형평성에 맞지않다는 것이다. 

이기대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상담지원팀장(연대회의 제도개선위원회 간사)은 “회사는 설립 이후에도 기업의 가치와 지향점에 맞게 조직변경을 한다. 그런데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경우 많은 금액의 등록면허세를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허들을 높여놓은 것”이라면서 “특히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2012년) 이전 설립된 기업들의 협동조합으로의 전환 문의가 많은데, 이들이 원활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조직변경 상담은 2019년 217건, 2020년 272건, 2021년 285건을 기록하는 등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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