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군 영귀미면에는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이 있습니다. 

2018년에 만들어진 새끼줄은 열악한 교육환경에 있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자, 학부모들이 하나둘씩 모여 자생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시작 첫해부터 무척이나 바빴습니다. 매주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이 이어졌고, 학부모들은 프로그램 진행도 하고, 아이들을 실어나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과 어르신, 온 마을이 함께하는 마을 축제 속에서 지역에 활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습니다.

무언가가 이루어진다는 흥분만큼 과로에 지쳐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공동체의 단합력만큼 갈등도 생겨났습니다. 갈등을 해결하고 나니, 서로를 이해하는 깊이가 넓어졌습니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절망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지역의 한계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중심에 뛰어들어 일하는 사람도 있고, 일에 지쳐 한쪽에서 쉬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어설프게 정리한 새끼줄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모여 산다.

공동체(共同體)의 한자적 해석은 ‘같이 함께하는 몸’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말의 모임(몸·잇, 몸이 이어짐)과 같은 언어입니다. 모임은 인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가족과 모여 살고, 이웃과 어울려 지냅니다. 동창회에서 추억을 나누기도 하고, 동호회를 만들어 취미를 즐기기도 합니다, 직장에서 같이 일을 하며 돈을 벌기도 하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공적인 일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나’라는 존재 자체도 60조 개 세포의 공동체이기도 하니까요.

자세히 살펴보면, 각각의 모임은 나의 욕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정 모임에서 특정 욕구를 충족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다양한 모임이 필요합니다.

공동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욕구가 충족되는 다양한 모임이 있어야 합니다. 정관에 명시된 공동체의 목적 이외에도 숨어있는 사람들의 소소한 요구가 있습니다. 그것은 너무 작고 개인적이라 월례회의에서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외로워서, 어떤 이는 뽐내고 싶어서, 어떤 이는 인간관계를 넓히고 싶어서 참여합니다. 작은 욕구들은 공동체 내의 소모임들을 통해 충족되어야 합니다. 거대하고 그럴듯한 목적만을 내세우는 공동체는 결국 구성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없어서 점점 사그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동체 내의 소모임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소통하고 위로받고 즐거움을 나눕니다. 이러한 작은 활동들은 전체 공동체의 활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주체가 될 것인가? 수단이 될 것인가?

공동체에는 일이 있습니다. 일과 공동체에 대하여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일을 위해 모이는가, 아니면 모임을 위해 일을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일의 성과에 눈이 멀면 사람들을 수단으로 여기게 되기 쉽고, 수단이 되어버린 구성원들은 활력을 잃어버립니다. 단언컨대 공동체는 일의 성과로 평가받아야 하는 곳이 아니고, 일을 통해 공동체가 유지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때로는 성과의 달성이 늦어져도 상관없습니다.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일을 구상하고 기획하는 과정부터 구성원들이 동참해야 합니다. 본인이 기획한 일을 본인이 실행하는 것과 남이 기획하는 일에 본인이 동원되는 것은 주체가 되느냐, 수단이 되느냐를 구분하는 기준이 됩니다.

모두가 기획하고 실행해가는 큰일, 일부가 기획하고 실행해가는 소모임, 이 두 가지가 어우러져 공동체는 굴러갑니다.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올해에는 새끼줄 내에 다양한 소모임을 활성화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미 수세미연구회, 명리학연구회, 수놓는 모임, 산책하는 모임, 독서 모임, 일자리 만들기 모임 등 다양한 모임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모임 속에서 울고 웃고 떠들고 이야기하는 새끼줄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건상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이사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제종합지원센터
이건상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이사 / 제공=강원도마을공동제종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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