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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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노리나 허츠가 쓴 고립의 시대 원제 : The Lonely Century(2021)의 내용 중 공동체와 관련한 부분에서 주요내용을 발췌하고 생각을 더한 것입니다.

상품화된 공동체가 유행하고 있다.

'공동체' 라는 개념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대기업이 공동체라는 상품을 만들고 있다. 공동체라는 상품은 공동체 의식을 경험하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동시에 어딘가 소속되고 싶은 갈망 사이를 파고들어 탄생한다.

사람이 어디에 소속된다는 것에 관해 에밀 뒤르켐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를 직접 같이하며 느끼는 극도의 흥분 상태를 집단 열광(collective effervescence)이라고 하였다. 뒤르켐은 이러한 성스러운 느낌을 통해 인간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키우며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고독감을 낮추는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갈수록 일상생활은 비접촉을 지향해 설계되고, 기술은 점점 현실 관계를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중에, 기업들은 외로움이라는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혁신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실제 2010년 설립되어 전 세계적으로 공동 작업 공간을 운영 중인 위워크(wework)의 사업설명서에는 공동체라는 단어가 150회 등장한다. 한편, 서울과 싱가포르 그리고 쿠알라룸푸르(예정)에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는 커먼타운과 같은 공유주택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입주자들에게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런 공간들은 어딘가 소속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도 있다. 실제 위워크는 회원들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계단과 복도의 배열까지 관심을 기울이며 섬세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의 정치경제학자인 노리나 허츠가 말하듯 이들은 공동체보다는 공동체라는 개념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누군가 상품화된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반드시 입장료가 필요하다. 입장료가 없다면 우리는 상품화된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아무리 세련된 방식으로 많은 행사를 열고 복도를 좁힌다고 해도 같은 공간에 살고 일하는 사람들이 의미있는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않는다면 진정한 공동체는 구현 될 수 없다.

제3의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공동체가 해체되면서 발생하는 결핍을 상업적 공동체가 차지하고 있는 현상은 오래된 것이 아니다. 이는 지난 40여년간 급속하게 확산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영향이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거래로 변질시키고 시민을 소비자로 만들었으며 소득과 부의 격차를 심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공동체를 주변부로 밀어내 버렸다. 레이 올든버그는 커피하우스, 비어 가든, 펍, 카페, 비스트로, 동네 술집, 이발소, 미용실 등 일상에서 익숙하게 마주하는 공간들을 제1의 장소인 가정, 제2의 장소인 일터 혹은 학교와 다르게 제3의 장소라고 하였는데, 이는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들로 우리들 삶에서 이런 곳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런 일은 비단 외국의 사례 뿐 만이 아니다. 어느날 평소에 다니던 동네카페는 사라지고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서고 거리는 수많은 망리단, 경리단 길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에게 제 3의 공간은 사회의 기본 구조를 지탱하는 중요한 것들 중의 하나다. 우리는 제3의 공간을 통해 공동체와 민주주의를 가장 포용적인 형식으로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공동체가 되려면 반복되는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

공동체가 진정한 공동체가 되는 힘은 반복되는 상호작용에서 출발한다. 물론 공동체의 힘은 공유하는 열정이나 가치관에서 나오지만, 사람들이 무언가의 일부로 느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시간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 부딪히고 깨지고 지지받으며 생겨나는 것이다.

이처럼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는 구성원 간에 시간을 따라 반복되는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 높고 아름다운 성채를 쌓으면 많은 사람이 찾아올 수 있지만 결국 자기들이 필요한 것을 자기들이 세워야 사람들은 그곳에 머물고 관계하고 경험하고 연대하며 진정한 공동체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일상으로부터 고립시켜 상품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는 해체되지 않도록 공동체를 연습하고 경험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공동체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으며 시간 속에서 지지와 연대를 경험하는 연습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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