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과 지방정부 조직 개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사회적경제 관련 부서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각 지자체가 조직을 개편하면서, 사회적경제과를 중심으로 폐지나 명칭 변경 등이 이뤄지고 있다. 기재부 차원에서도 조직 개편을 통해 장기전략국 내 사회적경제과 통폐합을 검토 중이다. 이는 하반기에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장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이다. 전 정부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내걸며 전담 과를 신설했고, 각 지자체에서 너도나도 따라했는데, 정권이 바뀌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해석이다.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연대체도 있다.

조직 개편안 지자체 의회 통과로 사회적경제 업무 이전·통합

기재부는 장기전략국 내 사회적경제과와 협동조합과의 기능을 합해 새로운 과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 검토 중인 과 이름은 ‘지속가능경제과’다. 기존에 사회적채권, K-ESG 가이드라인 제작 등을 담당했던 부서가 사회적경제과였기 때문에 해당 기능을 함께 맡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경제 부서 관련 조직 개편안.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부산시, 대구시, 서울시./사진=각 지자체 의회 홈페이지
사회적경제 부서 관련 조직 개편안.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부산시, 대구시, 서울시./사진=각 지자체 의회 홈페이지

각 지방 정부에서도 민선 8기 출범 후 첫 조직 개편이 단행되며, 광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과명 변경·폐지가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장과 의원 대다수가 여당일수록 속전속결이다. 대구시는 시장 취임 직후 사회적경제과를 폐지했다. 관련 업무는 경제국 산하 창업진흥과에서 담당하는데, 따로 정해진 부서명은 없다. 부산시는 지난 21일 조직개편안을 수정 가결해 사회적경제과가 소속된 민생노동정책관 자체를 없앴다. 디지털경제혁신실로 관련 업무가 이관됐으며, 부서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시도 지난 14일 조직 개편안을 시의회에 제출해 일주일 만에 통과시켰다. 개편안에 따르면 사회적경제담당관이 공정경제담당관으로 통합된다. 인사는 8월 중순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는 20일 심사보고서를 발표해 “사회적기업 정책 방향이 육성에서 자생력 강화로 전환되고, 기업 생태계 내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면서 통합한다”라고 부연했다. ‘정부가 키워주는’ 모습에서 ‘알아서 크는’ 모양새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서울시 사회적경제과는 이미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시 바로세우기'를 계기로 대대적인 감사를 겪은 바 있다.

반면, 경상남도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2020년 출범한 경제부지사 직속 사회적경제추진단을 경제기업국 산하 사회적경제과로 개편하기로 했다. 경남도는 지난 6월 23일 조직개편을 알리며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사회적경제추진단을 사회적경제과로 기능을 강화한다'고 설명한 바 있어 향후 사회적경제과의 역할에 관심이 모인다.

“정책 축소·퇴보” vs. “자생력 강화 기회”

현장에서는 연대체 차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시의 조직개편이 확정되고 나서, (사)부산플랜과 부산 사회적경제포럼, 부산참여연대, 부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경제 분야를 경시하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18일 진행된 '부산시의 일방적인 행정조직 개편 반대' 시민사회 기자회견./출처=참여연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기재부 내 사회적경제과와 협동조합과의 통폐합 추진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연대회의는 19일 “기재부의 사회적경제과는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사회적경제의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로 그 의미가 크다”며 “통폐합 방안은 시대적 흐름과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선택”이라고 규탄했다. 전국협동조합협의회도 이러한 변화를 '협동조합 정책의 축소·퇴보'라 진단하며 이튿날 성명서를 냈다.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은 “공공부문은 조직 차원에서 내세운 푯말이나 제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집단”이라며 “과 명칭이 바뀌면 사회적경제 지원은 지엽적인 업무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속가능경제과라는 이름 아래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 업무를 둘 경우, 지속가능발전을 향한 목표가 사회적경제 영역에 국한되는 것처럼 보여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단어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과 이름만 바뀔 뿐 사회적경제를 지원하는 기능은 그대로다”고 말했다. 오히려 ‘사회적경제’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야 장기적으로 자생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조상미 이화여대 사회적경제협동과정 주임교수는 “이름이 달라지는 데서 오는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사회적경제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체적인 파이(pie)를 키울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사회적경제 업무를 다른 기능과 통합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내기 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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