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루트임팩트가 소셜벤처의 성장과 임팩트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주도한 바도 있어요. 하지만 루트임팩트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어요. 다양한 앵커조직, 소셜벤처를 포함한 파트너들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는 지난 10년의 성과를 루트임팩트만의 것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차근차근 만들어온 루트임팩트의 수장다운 발언이다. 그는 그동안 거둔 특징적인 성과로 ▲헤이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소셜벤처 커뮤니티 구축 ▲임팩트캠퍼스 사업을 통한 임팩트 생태계 인력풀 구축을 꼽았다. 

허 대표를 포함한 루트임팩트 구성원들은 헤이그라운드라는 공간의 '기획자'이자 '운영자'이자 '사용자'다. 세 가지 페르소나를 넘나들며 일의 디테일과 섬세함을 살려나간다. 수치상으로는 임팩트캠퍼스 운영 프로그램 130개, 커리어 기회 제공 1600회, 함께 한 체인지메이커 1500명 등의 성과도 남겼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느꼈다. 함께 사는 친구의 사회적기업 설립을 곁에서 지켜보고 도왔다. 함께 먹고 자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방향과 의미를 설정했던 시간은 '관계'와 '경험'을 키워드로 커뮤니티를 고민하는 큰 자산이 됐다. 2014년에는 사회혁신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서 사는 디웰 하우스(D-Well House)를 운영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설계부터 공간구성, 멤버까지 모든 것을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는 이른바 ‘그라운드 빌딩 프로세스(ground building process)’를 정립하고 2년 간의 시간을 들여 헤이그라운드를 열었다. 

허 대표는 “이런 경험들이 공간과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믿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디웰은 집으로의 가치를, 헤이그라운드는 사무공간과 교육의 가치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더해 서로를 지지하고 협력하는 커뮤니티로 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개별 공간인 디웰과 헤이그라운드가 지향하는 중심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설명했다.

루트임팩트는 깊이 있는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는 "횡적으로 너른 커뮤니티를 벗어나 깊이 있고 세분화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기후위기나 교육 등 개별주제에 특화된 커뮤니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향후 계획을 내비쳤다. 

자본에 연결되기 어려운 임팩트 지향 조직을 위해 ‘임팩트 필란트로피 제1호 기금’도 선보인다. 약 36억원 규모다. 첫 사례로 비영리조직을 지원한다. 9월 중에 첫번째 단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아래는 허재형 대표와의 일문일답

IBC(임팩트 베이스캠프) 참가자들/출처=루트임팩트
IBC(임팩트 베이스캠프) 참가자들/출처=루트임팩트

Q. 10주년 소회는 어떤지. 그리고 루트임팩트의 특징적인 성과를 꼽자면.

종합적인 감상은 일단 감사함이다. 루트임팩트는 생태계 조성자라는 정체성을 가진 지원기관이다. 루트임팩트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모든 성과와 성취가 우리만의 역량은 아니다. 우리가 기여한 바도 있고 주도한 바도 있지만, 함께하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지난 10년은 임팩트 생태계가 형성되고 성장하는 시기였다. 아직 성공을 말하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그렇지만 성과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다. 크게 두가지다. 먼저 헤이그라운드 공간을 중심으로 성수동 인근을 임팩트 지향 조직이나 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는 독특한 색과 모형을 가진 생태계로 만들었다. 아시아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과 교류했을 때도 이런 사례는 드물었기 때문에 더욱 자부심을 느낀다.

임팩트캠퍼스 사업의 성과도 이야기 하고 싶다. 사람과 자본이 중요하다고 다들 이야기한다. 재무나 금융 같은 자본들은 공공과 민간 분야와 함께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렇지만 인재풀은 늘 부족하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지난 10년간 인력풀을 조성하고 이를 임팩트 지향 조직과 연결했다. 채용 측면에서도 역할을 했다. 임팩트 지향 조직의 대표님들이 공공연하게 "좋은 인재 채용에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 해주기도 한다.

130여 개의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이나 경력보유 여성 등이 임팩트 분야의 커리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청년의 디지털 직무 역량을 위해 진행된 다양한 디지털 스킬 프로그램을 비롯해 이들의 문제해결 역량을 돕는 '임팩트 베이스캠프(IBC)', 임팩트 지향 조직의 공동채용 프로그램 '임팩트커리어 Y(ICY)'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캠퍼(참가자)들에게 1600번의 커리어 경험 기회를 제공했고 실질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 임팩트 지향 조직의 일에도 ‘커리어’가 있다는 인식을 만들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그렇다. 임팩트 지향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좋은 일 하시네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멋진 일한다’ 또는 ‘고생이 많겠다’는 함의를 담아 말한다. 나쁜 뜻은 아니다. 하지만 묘한 표현이다. 적합한 표현인진 모르겠지만 '퉁치는' 느낌이 든다. 커리어의 세분화나 전문화 등을 비롯한 부분들이 단순히 '좋은 일'로 표현되니까. 임팩트 생태계에도 마케터, 재무회계 등을 비롯해 영리분야에선 보편적이지 않은 펀드레이저와 같은 커리어 전문성이 필요하고 존재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임팩트 지향 조직에도 커리어 성장과 커리어 옵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Q. 커뮤니티 플랫폼에 대한 관심과 시도들이 많지만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헤이그라운드가 성공적인 모델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목적과 열망을 공유한 것이다. 헤이그라운드를 만들 때, ‘그라운드 빌딩 프로세스’를 통해 다양한 기획을 했다. 설계와 건축도 과정에 포함했다. 함께 할 사람들이 모여 '이런 역할과 기능을 하는 건물이 지어진다면 어떤 멤버들이 모이면 좋을지', '느슨한 커뮤니티 공동체로서 어떤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면 좋을지' 등의 이야기를 약 2년 간 정기적으로 나눴다. 프로세스를 진행하며 번거로운 일이 없진 않았지만 과정이 매우 중요했다.

결이 맞는 임팩트 지향 조직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시작부터 조금은 달랐다고 느낀다. 당시 협업하고 교류했던 임팩트스퀘어, HGI, 크레비스파트너스 등의 앵커조직들과 성수동을 함께 만들어왔다. 비슷한 시기에 카우앤독, 소풍 등이 성수동에 함께 자리를 잡았다. 구심점이 되는 나무들이 한그루가 아니었던 셈이다. 지금 헤이그라운드를 다시 만들라고 하면 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성과는 루트임팩트 혼자의 힘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파트너와 앵커조직과 함께 그려왔다.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전경/출처=루트임팩트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전경/출처=루트임팩트

Q.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이 있다면.

미덕 중 하나는 ‘관계의 질감’을 잘 설정해 온 것이다. 루트임팩트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사업을 진행했다. 임팩트 지향 조직을 지원하는 기관이면서 동시에 파트너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공간을 만든 기획자이며 관리자임과 동시에 입주해 있는 기관이기도 하다. 많은 관계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았다. 비영리조직으로서 이런 관계를 잘 설정했다고 생각한다. 

또 임팩트 지향 조직과 (이들을 지원하려는) 기업 사이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조율해왔다. 이런 역할을 잘 해왔기 때문에 더 많은 자원이 들어오는 계기가 생기기도 했다. 임팩트캠퍼스 사업 부문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 많았고, 신뢰할 수 있고 진정성 있는 조직이라는 좋은 평판이 쌓였다.

공간 자체가 좀 더 컸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함께 하는 임팩트 지향 조직들의 성장이 빠르기 때문이다. 10인 미만으로 시작한 에누마는 한 층의 2/3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직원이 늘었다. 격일로 출근이나 재택 등을 하고 있어 아직 큰 무리는 없다. 성장을 예상했어야 했는데 조금 쫄았던 것 같다.(웃음) ‘이 정도면 충분히 큰 데 멤버들이 들어올까’ 하는 생각도 있었던 거 같고. 좀 더 규모감 있게 시작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든다.

또 아쉬운 점보단 고민에 더 가까운 듯 한데, 떠나는 동료들 사이 늘 남는 리더로서 후회나 회한은 있다. 사실 이건 없을 수 없는 고민이다. 좋은 리더, 좋은 조직이었다면 더 재밌게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고민은 꾸준히 한다. 그외에 양적성장의 범위를 고려하는 것도 고민중 하나다. '더 빠르게 규모를 확장해야 했나', '아니면 적당했나' 처럼 성장의 균형을 잡는게 고민이다. 또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번아웃을 겪기도 하는데 그 때는 '욕심을 부렸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가치판단에 대한 고민은 계속 진행중이다.

Q. 그동안 소셜벤처의 성장에 집중해왔다. 소셜벤처의 성장과정에서 주목할 만 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소셜벤처의 성장은 어떤 방향으로 향해야 할까.

최근 5년 사이 소셜벤처는 많이 성장했다. 법적으로 소셜벤처 생태계가 공식화 되기도 했다. 외형도 커지고 외연도 넓어졌다. 외연의 확장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ESG 흐름도 맞물렸지만, 소셜벤처와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계가 맞닿을 만큼 커졌다. 소셜벤처는 임팩트 생태계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셜벤처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도 문제해결에 집중해 시작됐다. 스타트업이 스스로를 소셜벤처라고 정의하든 하지 않든 간에 이미 임팩트를 고려하고 있다. 

소셜벤처가 사회·환경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사례들이 나왔다. 이제는 임팩트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한다. 이는 국내 뿐 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는 상황임과 동시에 생태계 공동의 숙제이기도 하다. 투융자, 보증 그리고 정책자금 등이 성장의 마중물이 됐다. 임팩트를 증명해 나가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이후의 생존을 위해서는 임팩트 증명이 필요하다. 임팩트 측정과 평가는 어려운 작업이다. 개별적인 기업이 생존과 성장을 신경쓰면서 동시에 임팩트까지 고민하기엔 한계가 있다. 생태계 차원에서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다만 기업들의 우선순위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편리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또 하나, 이건 바람에 가깝다. 대부분 성장의 방향에 있어 유니콘 기업을 지향한다. 투자를 받고 기업가치가 얼마다 라고 하는 모형이 맞는 기업도 있다. 빠른 속도로 스케일업하며 유니콘을 지향하는 게 하나의 성장모델이나 경로는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방법들도 나왔으면 한다. 중소기업 중에서도 강소기업이라 불리는 기업이 많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소셜벤처의 성장에 더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면 좋겠다. 생태계 내에서 풀도 꽃도 나무도 있는 종다양성이 중요하다. 임팩트를 중심에 두는 성장을 비롯해 미래의 창업가들에게 여러 가지 롤모델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임팩트 테마 몇가지를 정했다. 그 중 하나는 일터의 다양성과 포용이다. 일터의 구성원들이 가정의 구성원이고 다양한 커뮤니티의 일원이다. 또 회사라는 조직이 개인에게 미치는 중요성과 우선순위도 높다. 조직에서 다양성을 체감하면 점차 변할 수 있다. 포용이라는 것이 시작점이자 연결고리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더 부단히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ICY(임팩트커리어Y)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출처=루트임팩트
ICY(임팩트커리어Y)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출처=루트임팩트

Q. 루트임팩트의 성장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또 사람들이 루트임팩트를 보고 어떤 것을 떠올렸으면 하는지

동료나 멤버들이 가족들을 헤이그라운드에 데려오는 모습을 볼 때다. 동료 한 분이 아이를 데려와 텐트를 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봤다. 그런 장면들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헤이그라운드가 자랑하고 싶은,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장소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잘 해오고 있구나', '가치를 드리고 또 그것을 구성원들이 체감하고 있구나'를 느꼈다.  

또 동료가 된 캠퍼들을 만날 때도 보람을 느낀다. 임팩트캠퍼스 사업을 거친 캠퍼들이 임팩트 생태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다양한 소셜벤처를 비롯해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카카오임팩트재단 등에서 일하고 있다. 수료식에 참여해 축사나 코멘트를 할 때가 있는데, 분야와 조직을 넘어 체인지메이커 동료로서 관계를 잘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이야기 하곤 한다. 이 말이 실현되고 증명된다는 것이 힘이 된다.

루트임팩트를 봤을 때 따뜻한 프로페셔널을 가진 조직을 떠올려 줬으면 한다. 루트임팩트의 페르소나에 대해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다양한 의견과 가치들이 공존했다. 그 때 호텔부터 노인정까지 다양한 지향점이 나왔다. 실제 가치를 전할 수 있도록 일 할 때는 높은 기준이 있지만, 동시에 인간적임을 잃지 않는 조직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Q. 조직문화는 조직이 꾸준히 성장하는데 중요하다. 루트임팩트의 조직문화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루트임팩트는 자율성을 중시하는 유연한 조직을 지향하고 경직되는 것을 경계한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양성 포용이다. 다양성에 대한 기준도 젠더, 세대, 이전 경력, 직업과 직무 등 보여지는 것에서부터 생각하는 스타일까지 여러가지다. 지금보다 더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고 훨씬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의 나이대는 20대에서 40대까지다. 내가 점점 나이가 들다보니 나이대의 다양성에서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웃음) 경력도 다양하다. 대기업, 공공기관, 비영리단체, 스타트업을 거친 분들 또 신입과 경력직원 등이 공존하며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다양성위원회가 조직 내부에 있다. 법정의무교육에 강사를 직접 초청하기도 하고 같이 읽을만한 글을 공유하거나 다양성과 관련된 다큐나 영화를 같이 보는 모임을 자발적으로 기획한다. 평상시 다양성에 대한 감각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들과 계속 소통하고 조언과 질책을 받는다. 공동직장어린이집인 모두의숲도 그렇게 시작됐다. 코로나 이전부터 자율근무나 유연근무를 도입하고, 한 달 리프레시, 모두의 화장실, 출산 축하금 기준에 입양 추가, 반려동물 친화공간, 휠체어 이동을 위한 리뉴얼 등을 진행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전자레인지 등 편의시설의 높이를 고려하기도 했다. 

이건 팀 자랑일 수 도 있는데, 팀 구성원들이 기획의 층위를 잘 준비한다. 상위수준의 기획부터 세부적인 기획까지 세심하고 꼼꼼하게 고민한다. 임팩트캠퍼스 팀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구성할 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포용될 수 있도록 설계한다. 헤이그라운드 내에서 루트임팩트의 구성원들은 '기획자'이자 '운영자'이자 '사용자'다. 그런 세 가지 페르소나로 디테일과 섬세함을 살려나간다. 멤버들이 고객의 입장에서 만든 기획들을 운영한다. 낡은 가구를 바꿀 때도 의견을 받고 결과공유도 진행하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물론 상충하는 요구사항도 있고 제한적으로 반영할 수 밖에 없는 요청도 있지만 과정을 중시한다. 이런 방식들이 구성원들에게 체화돼 있다.

헤이그라운드 비영리 멤버십 네트워킹 파티에 참가한 비영리조직들./출처=루트임팩트
헤이그라운드 비영리 멤버십 네트워킹 파티에 참가한 비영리조직들./출처=루트임팩트

Q. 이후 루트임팩트는 비영리조직을 지원할 예정이다. ‘임팩트 필란트로피 제1호 기금’을 이미 조성하기도 했다. 왜 비영리조직 지원을 결정했나.

문제를 인식하고 ‘왜’를 느낀 건 1년 좀 넘은 것 같다. 임팩트 생태계는 빠르게 성장했다. 소셜벤처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했고 벤처캐피탈(VC) 형태의 자본이 성장을 견인했다. 이는 여전히 환영하고 더 성장해야 하는 부분이다.

VC의 구조적인 특성상 자본에 연결되기 어려운 속성을 가진 임팩트 지향 조직들이 있다. 잠재력이나 성과는 있지만 회수가능성을 고려하면 투자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나 주식회사 형태의 조직 중에서도 해결하고 있는 문제의 특성이나 핵심적으로 선택하는 업종에서 VC가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런 문제들이 생겼다. 넓은 의미의 임팩트 투자도 혁신이 필요하다. 빈틈을 메우자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구조적으로 어려운 곳의 빈틈을 채워보는 게 어떨까 고민했다. 

문제의식에서 먼저 선택한 그룹 중 하나가 비영리조직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비영리조직만 대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임팩트 투자자본의 (상대적)사각지대에 어떻게 자본을 공급할 수 있을까’가 핵심 질문이다. 처음은 비영리조직 중심이다. 다른 기부자와 또 다른 기금을 만들 때는 다양한 펀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팩트성과 기반의 시도를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주식회사는 시장의 힘을 기반으로 활용한 방식이다.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10년~20년 전과 다르게 이제는 환경이 비즈니스로 주목받는 것처럼 말이다. 주목받지 못하는 분야가 심각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문제는 비영리 형태로 접근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사각지대와 한계는 있지만 비영리조직 형태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문제에 대한 다양한 니즈를 수렴하고 있다. 9월 중에는 첫번째 단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비영리와 소셜벤처가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중에서도 여건의 차이가 크다. 창업가의 입장에 감정을 이입해 생각해보면 비영리 형태와 영리 형태로 시작한 창업가가 받을 수 있는 도움의 여건 차이가 크다. 대표적으로 VC 초기단계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좋은 사람을 고용하는데 사용하길 바란다. 그러나 비영리조직은 지원에서 인건비를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 좋은 사람, 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같은 창업가여도 고민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소셜벤처 생태계 일부의 특징을 차용할 수 있겠지만 전부를 가져와 적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어려움으로 느껴지는 지점을 바꿔나가고 싶다. 

1호 기금출연자인 김강석 크래프톤 공동 창업자와도 집중적으로 논의했던 방향이 인건비나 운영비 등 용도와 용처에 제한이 없게 하자는 것이었다. 기금조성 과정에서 출연자와 1년 간 한 두 달에 한 번씩 만나 대화했다. 구체적인 니즈나 원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논의하고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은 설득했다. 준비하면서부터 아웃컴과 임팩트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번 기금출연이 잠재적인 자선가들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됐으면 한다. 지원기관과 개별단체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자선가 자문의 중요성도 크다. 

Q. 비영리조직 지원 외에도 향후 10년간 중요하게 시도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횡적으로 너른 커뮤니티를 벗어나 깊이 있고 세분화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축의 중심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나 목적, 비전이 되어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기후위기, 교육 등 개별주제에 특화된 커뮤니티가 만들어져야 한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목적과 문제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먼저 이를 생각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누가 하든 실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루트임팩트도 내부적으로 선정한 임팩트 테마에서부터 이를 시작하고자 한다. 

Q.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전한다면.

어려운 여건에서도 각자의 일을 만들어 나가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창업가와 동료 구성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그 혜택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 또 나의 가족들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자, 지원기관 등과 함께 같이 더 잘 해 나가고 싶다. 도와주시면 좋겠다.

생태계를 만들면서 개념에 갇히지 말자는 말도 하고 싶다. 소셜임팩트, 사회적경제 같은 단어가 뭐가 중요한가. 필요에 의한 것이지 주객전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항상 협력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나친 경계보다는 협력할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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