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는 오늘도 일을 마친 후 이사 갈 아파트를 보러 갔다. 수요는 많지만 빈 아파트가 귀해서, 오늘도 같은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마리가 선 줄 앞뒤로 스물두어명. 몬트리올시에서 7년째 같은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는 마리는 주인으로부터 월세인상 통보를 받았다. 매년 조금씩 인상은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물가인상과 더불어 이번 인상폭은 감당하기가 너무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인상안을 받아들일 지 이사를 할 지를 결정해서 주인에게 알려야 하는 시한은 다가오는데 아직 집은 구하지 못했다. 

퀘벡에서 7월 1일은 법으로 지정된 이사하는 날이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계약만료는 6월 30일이다. 지난 7월 2일자 보도에 따르면, 계약만료로 집을 비워야 하는데 이사할 곳을 구하지 못해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당일만 최소 600가구 이상이다. 사회주택과 주택투기금지정책화 덕분에 그나마 캐나다 다른 주에 비해서는 퀘벡주 주택사정이 나은 편이었지만, 치솟은 집세로 현재 수입의 절반 이상이 집세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수가 50%를 넘었다. 오랫동안 도시재개발 대중실천활동을 해온 프라프루(FRAPRU)단체는 ‘퀘벡 천 년 역사 이래 최악의 해’로 규정한다. 

몬트리올에 1978년 건설된 사회주택 Interloge. 적정한 가격의 양질의 주거환경문화를 만드는데 재정프로그램(AccèsLogis)의 힘이 컸다.
몬트리올에 1978년 건설된 사회주택 Interloge. 적정한 가격의 양질의 주거환경문화를 만드는데 재정프로그램(AccèsLogis)의 힘이 컸다.

퀘벡 사회주택의 세가지 형태와 재정지원프로그램

퀘벡주의 사회주택은 주거협동조합, 비영리단체에서 관리 운영하는 주택, 지자체에서 건설운영하는 주택이 있다. 이들은 저렴하거나 적정한 집세, 혼부모 가정이거나 취약계층을 위한 목적형 지원 등으로 서민들의 보금자리가 돼왔으나, 현재 이 사회주택에 들어가기 위해 1만1000명 이상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이 사회주택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사회주택이 이렇게 부족한 배경은 자금 부족으로 인해 주택 건설 및 개조 프로젝트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고, 이 바탕에는 사회주택 정책의 기반이 됐던 재정지원프로그램(AccèsLogis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AccèsLogis Québec)은 저소득 또는 중간소득 가구와 특별한 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지역 사회 및 저렴한 주택을 만드는게 목표다. 퀘벡주택공사에서 공공·지역사회 및 민간 자원을 모아, 사회주택 건설과 개선을 위한 조직인 주택협동조합과 비영리주거관리운영조직에 재정 지원 및 장기대출을 해주는 제도이다. 이 프로그램은 1996년 퀘벡 사회적경제가 공식화됨과 함께 시작된 후, 지난 25년간 수천 개의 사회 및 커뮤니티 주택 건설에 기여했다. 이 주택들 덕분에 저소득 가정과 노인, 이민자 가정, 가정폭력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나, 정신적 그리고 신체적으로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이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수 있었다.

주정부(Coalition avenir Québec(CAQ))의 주택정책개선을 촉구하는 시민행동./출처=https://www.frapru.qc.ca/
주정부(Coalition avenir Québec(CAQ))의 주택정책개선을 촉구하는 시민행동./출처=https://www.frapru.qc.ca

주정부의 정책 후퇴에 따른 시민단체들의 재정지원프로그램 촉구

하지만 퀘벡미래연합(Coalition Avenir Québec) 퀘벡주 정부는 2018년 당선 시 사회주택 활성화 공약과는 달리, 재정지원프로그램(AccèsLogis)을 약화시키고, 주택 지원 프로그램의 민영화를 시도함으로써, 수년간 약속되어 온 1만5000채 사회주택 중 수백 채가 자금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이미 건축계획과 자금지원도 확정된 몇몇 사회주택 전환 프로젝트들이 행정 승인을 받지 못해 중단되는 실정이다. 

도시재개발대중실천단체(FRAPRU)는 ‘정부의 재정지원프로그램(AccèsLogis) 포기는 주택협동조합 프로젝트, 비영리 주택단체 또는 지자체에서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기다리는 세입자들에 대한 모욕이자 약속을 어긴 것이며, 양질의 주택에서 적정한 임대료로 살 수 있는 거주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재정지원프로그램(AccèsLogis)의 재실행과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지금의 주택위기 상황은 일부 개선정책 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며, 사회주택 개발과 개선 및 유지를 위한 막대한 재투자가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비영리조직 뮤리에(Le Mûrier)는 건물을 매입하고 개선해서 정신질환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주거를 제공한다. 이처럼 비영리단체들이 관리운영하는 사회주택은 사람들의 상태와 요구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주택을 개조하여 제공한다./출처=https://lemurier.org
비영리조직 뮤리에(Le Mûrier)는 건물을 매입하고 개선해서 정신질환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주거를 제공한다. 이처럼 비영리단체들이 관리운영하는 사회주택은 사람들의 상태와 요구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주택을 개조하여 제공한다./출처=https://lemurier.org

적정한 임대로로 함께 행복한 공간을 만드는 사회주택

방을 구하지 못해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탐색하던 마리는 프라프루 단체 홈페이지에 씌여진 ‘임대 기간이 끝날 때 노숙자가 되는 것이 걱정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는 문구와 함께 주요 사회주택네트워크 연락처를 봤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네트워크사이트를 방문하던 어느 날, 한 주택협동조합 홈페이지에서 본인이 지금 살고 있는 크기의 빈 아파트를 채울 조합원 모집 광고를 발견했다. 그 협동조합은 함께 살아갈 사람을 찾는 것이기에 몇 가지 자격조건과 서류제출을 요구했다. 마리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수없이 썼던 그 어느 때보다 더 진심을 다해 자기소개서를 써서 보냈다. 협동조합을 공부한 바 있고 잘 알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을까, 면접대상에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면접을 앞둔 지금, 마리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와 같은 크기에, ⅓ 월세로 살 수 있는, 게다가 ‘함께해서 행복한 공간만들기’를 목표로 하는 그 협동조합 주택 조합원으로 합격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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