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뜻을 담은 자활(自活, self-support)은 지난 2000년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시기 전국에 지역자활센터가 설립되면서 ‘자활공동체’라는 이름의 자활사업이 본격적으로 육성된다.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되면서 ‘자활공동체’는 현재의 ‘자활기업’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자활사업(기업)은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이 사회구성원으로 일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2019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자활 참여자들의 자활성공률(자활사업 참여 생계급여 수급자 중 탈수급하거나 취·창업에 성공한 자의 비율)은 34.4%, 탈수급률(자활사업 참여 생계급여 수급자 중 탈수급한 자의 비율)은 25.1%로 나타났다. 근로를 유지해 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탈수급에 성공한 빈민자들은 이제 기업 대표이자 직원으로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자활사업은 우리 사회의 '복지'를 새로운 관점에서 풀어나가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개념과 가치에 대해 생소해하는 시민들이 많다. 도시에 거주하는 빈민자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자활기업. 새로운 도약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처음에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어요. 레시피를 외우고 고객을 응대하는 것들이요. 지금은 재밌어요.”

지난해 만난 22세 김미은 씨(가명)는 자활사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그는 “일을 하면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천천히 생각해 보고 있다”고 했다.

자활기업이 변화에 시기에 놓여 있다.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생겨났고, 사회 변화에 따라 자활기업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서용식 한국자활기업협회 회장은 “자활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본다. 운영 자체도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활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점점 늘고 있다.(사진과 기사는 관련이 없습니다.) /출처=이로운넷
자활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점점 늘고 있다.(사진과 기사는 관련이 없습니다.) /출처=이로운넷

멈춰있던 청년들이 자활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보통 자활 참여자들은 중장년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에서 힘들게 교육을 받았거나 사회 경험이 부족한 저소득 청년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청년들은 사회의 불평등 시스템 때문에 부모의 소득과 지위 등 빈곤을 대물림할 가능성이높다. 이들이 빈곤에 대해 인식하고 탈피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2018년부터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자립도전자활사업’을 진행 중이다. 물론 과거에도 (자활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에 놓인) 빈곤 청년들은 존재했지만, 중장년 세대가 대부분인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드물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수급비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 대부분이라 일을 하면 오히려 전보다 생활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청년'에 집중하면서 기존 자활 참여자들의 참여 조건에, 청년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업종과 방식을 도입한 청년자활사업이 시작됐다.

이는 빈곤으로 위축됐던 청년들이 또 다른 일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또한 자활 영역 역시 청년들이 유입되면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자립도전자활사업은 만 18세~34세 청년들의 자립을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취·창업까지 지원한다. 업종 역시 카페 바리스타, 디자인, 유튜브 프로그램 운영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업종이 대부분이다. 참여자들이 청년 세대인 만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해 노동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이고, 기술훈련 기회도 제공한다.

아직 시행 초기 단계지만 청년들이 청년자립도전자활사업으로 취·창업이 연결되고 있다. 한국자활복지개발원의 ‘청년자립도전사업단 정책효과성 및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전체 참여자 1081명중 54명이, 2020년 12월 기준 전체 참여자 2050명 중 85명이, 2021년 9월 기준 전체 참여자 974명 중 74명이 취·창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결과가 9월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청년자립도전자활사업 참여자들의 취·창업율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예측할 수 있다. 이문수 총장은 “과거에는 2030세대의 참여가 굉장히 미미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일정한 비율을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청년자활 사업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존 자활사업과는 달리 참여하는 청년들을 노동시장으로 진입시키는 것에 목적을 둬야 한다. 더불어 이들이 자활기업을 창업하는 것으로 이어지려면 창업환경을 조성할 필요도 있다. 서용식 회장은 “자활기업이 계속 유지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청년 세대들이 자꾸 창업을 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청년창업캠프 등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더 현실적으로 청년 자활기업을 설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고 조언했다.

최근 자활기업은 업종을 확대하고 있다. 다회용기 세척, 아이스팩 재사용 등이 대표적인 예다.(사진과 기사는 관련이 없습니다.)/출처=경기광역자활센터
최근 자활기업은 업종을 확대하고 있다. 다회용기 세척, 아이스팩 재사용 등이 대표적인 예다.(사진과 기사는 관련이 없습니다.)/출처=경기광역자활센터

다회용기 세척·카페·편의점 등 업종 확대하는 자활기업

보건복지부는 2002년 근로능력과 여건상 정규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수급자들의 자립을 위해 지속성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익적 5개 사업을 표준화했다. 5대 표준화 사업은 ▲무료간병인사업(돌봄) ▲폐자원 재활용 ▲집수리 ▲청소 ▲음식물 재활용 등이다. 서용식 회장은 “최초로 자활기업이 태동할 당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업종이 청소였다.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5대 표준화 사업은 만들어진 지 20년이 지났다. 세상은 변했고, 기업들도 변화에 대응한 여러 사업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이문수 한국지역자활센터 사무총장은 “5대 표준화 사업은 이미 확대될 만큼 됐고, 더 이상의 확장 가능성은 없다”면서 “5대 표준화 사업을 유지하면서 튼튼한 뿌리를 가질 수 있었다. 다만 너무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업종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활 사업으로 진행되는 아이스팩 세척 및 소독 과정.(사진과 기사는 관련이 없습니다.) / 출처=인천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
자활 사업으로 진행되는 아이스팩 세척 및 소독 과정.(사진과 기사는 관련이 없습니다.) / 출처=인천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

현장에서는 자활참여자들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형태의 일자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기후위기 등 사회문제를 일자리로 연결하거나, 기존 프랜차이즈 (대)기업과 연계해 자활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다회용기 세척 사업, 아이스팩 재활용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다회용기 세척 사업의 경우 배달 용기, 카페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컵, 장례식장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식기류 등을 세척 하는 것인데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 최근 각광받는 업종 중 하나다. 프랜차이즈 카페, 편의점 등도 좋은 일자리 아이템이다.

현재 자활센터에서 일자리 개발을 담당하는 A씨는 “기존 5대 표준화 사업이 20년간 바뀌지 않았었는데, 다회용기 세척 사업 등이 새로운 표준화 사업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이렇게 업종이 확대되면 자활근로사업단에서 자활기업이 되고, 자활참여자들이 대표가 돼서 진짜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최근 대기업들도 ESG에 관심 있는 곳이 많다. 자활 일자리와 연계하면 선순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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