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느 덧 일상이 됐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큰 대가를 치뤄야만 했다. '돌봄'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 거리두기로 인해 어르신, 장애인, 어린아이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공백이 발생했다. 각 가정이 감당해야 하는 돌봄 부담이 가중됐다. 돌봄을 ‘사회적’으로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도드라진 시기였던 셈이다.

한살림돌봄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한살림돌봄)은 그 짐을 나눠 들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한 단체다. 1월 1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살림돌봄 사무소에서 이승언 사무국장(이하 이 국장)을 만나 이제 막 출발한 한살림돌봄의 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한살림돌봄사협 2021년 아이돌봄 월례모임에서 최분이 이사장(아랫줄 맨 왼쪽)과 이승언 사무국장(아랫줄 가운데 위치)/출처=한살림돌봄 사회적협동조합
한살림돌봄사협 2021년 아이돌봄 월례모임에서 최분이 이사장(아랫줄 맨 왼쪽)과 이승언 사무국장(아랫줄 가운데 위치)/출처=한살림돌봄 사회적협동조합

25년 경력 생협 직원이 협동조합을 창업하기까지

한살림돌봄의 모태는 한살림서울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한살림생협)의 돌봄사업부다. 이 국장은 돌봄사업부 출신으로 한살림에서 25년간 근무했다. 한살림생협은 2013년 ‘아이사랑생명학교 협동조합’ 조합원 가입 및 출자로 돌봄 사업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국공립어린이집 수탁사업(2015년), 아이 방문 돌봄 사업(2016년), 어르신 방문 돌봄 사업(2017년) 등을 진행하며 돌봄 사업을 키워나갔다. 2019년에는 한살림생협 이사회에서 신규법인 추진에 나서며 돌봄 전문법인 설립이 가시화 됐다. 그리고 2020년, 17차 한살림생협 대의원 정기총회에서 돌봄 전문 법인 추진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당시 한살림돌봄사협 발기인으로 나서 법인설립을 총괄해온 이 국장은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는 말로 독립 법인화의 의지를 설명했다. 그는 “한살림생협에서도 할 수 있는 사업이었지만 급증하는 돌봄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별도의 조직을 갖춰 미리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이 국장을 포함해 한살림생협 사무국 근무자, 아이 돌봄 교사, 요양보호사 등 8명의 발기인이 나서 2020년 설립준비에 들어갔다. 마침 2021년 1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이하 센터)가 5인 이상의 예비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초기성장지원 사업’을 열었다. 오랫동안 생협에서 일해 온 이 국장이지만 “막상 법인을 차리려고 보니까 잘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초기성장지원 사업은 이 국장을 비롯한 발기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와 조직운영, 사업모델 수립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맞춤형 코칭과 사업비 지원도 제공받았다. 2021년 7월, 드디어 이 국장과 조합원들의 노력으로 한살림돌봄은 보건복지부의 설립인가를 받고 정식 출범했다. 

아이⋅어르신 모두 ‘방문 돌봄' 사업 위주 

한살림돌봄의 사업은 크게 3가지다. 생활 돌봄, 아이 돌봄, 어르신 돌봄이다. 세 가지 사업 모두 주로 방문 돌봄 방식으로 진행된다. 생활 돌봄은 맞벌이 부부의 자녀나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집에 방문해 반찬거리를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한살림돌봄사협 2021년 아이・영아 돌봄 특강/출처=한살림돌봄 사회적협동조합
한살림돌봄사협 2021년 아이・영아 돌봄 특강/출처=한살림돌봄 사회적협동조합

아이방문돌봄은 생후 4개월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자녀를 대상으로 돌봄 선생님들이 맡아 진행한다. 돌봄 선생님들은 한살림에서 약 50시간(코로나 이후 20시간) 이상 교육을 받은 후 현장에 투입된다. 뿐만 아니라 매월 정기모임과 분기별 보수교육도 받아야 한다. 아이방문돌봄의 시간당 이용요금은 1만4900원이다. 한살림돌봄은 2018년부터 4년째 시간당 이용요금을 동결해왔다. 이 국장은 “부담이 전혀 없지는 않죠. 하지만 저희는 1만4900원이 심리적 데드라인이라고 보고 있어요. 이 선을 넘으면 부모님들이 느끼는 부담이 크게 늘어날 거라고 봐요. 다행히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보육 용역을 제공해 부가세를 면제받고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한살림돌봄사협 2021년 어르신돌봄 인지활동 워크숍/출처=한살림돌봄 사회적협동조합
한살림돌봄사협 2021년 어르신돌봄 인지활동 워크숍/출처=한살림돌봄 사회적협동조합

어르신방문돌봄 서비스는 2021년 한해, 총 43가구가 이용한 사업이다. 노인장기요양등급 1~5급과 인지지원등급 인정자가 대상이다. 한살림돌봄 소속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 집을 방문해 세면, 식사 옷 갈아입기 등 신체활동 지원은 물론 말벗도 돼준다. 지역 나들이를 함께 나서고 그림책을 만들기도 하는 등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 국장은 이 과정에서 지역에 오래도록 뿌리 내려온 한실림생협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르신들이 그림책 만들기 활동을 할 때 저희 조합원들이 삽화를 넣어드리기도 하고, 조합원 자녀(청소년)들이 지역 어르신 돌봄 사업 참여하기도 합니다”라며 “요양보호사와 1:1 관계만 형성해왔던 어르신들에게는 사회적 관계가 만들어지는 경험이죠”라고 덧붙인다.  

누구나, 언제든 돌봄의 주체⋅객체 될 수 있어

이 국장과 한살림돌봄은 이제 다음 단계를 바라보고 있다. 이 국장은 통합돌봄센터를 세워 지역 내 다양한 네트워크를 한데 모아 활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장기요양, 주간보호(데이케어) 등 사업시설들을 입주시키고 지역 주민, 돌봄 종사자, 조합원 등 각각의 기관과 단위들이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증가하는 돌봄 수요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여러 돌봄 사업과 정보들이 분절되는 걸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으론 돌봄에 대한 인식 전환도 바랐다. 그는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라는 책에 이런 얘기가 있어요. ‘우리는 누군가에는 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는 존재’라고요. 돌봄은 늘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하는 존재가 따로 있지 않아요”라며 돌봄이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돌봄을 너무 멀리 보면 어르신, 장애인, 아이 등 대상이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실상 우리는 늘 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주고 살아간다. 이 국장의 소망처럼 우리 사회가 돌봄으로 조금 더 촘촘히 연결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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