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 홉킨스 대학교 부설 SNF 아고라 연구소 정치학과 교수인 한국계 한하리(Hahrie Han) 교수가 다보스 포럼 자매기구인 슈왑 재단이 선정한 올해의 사회혁신가로 선정됐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위한 슈왑 재단’ (Schwab Foundation for Social Entrepreneurship, 이하 슈왑 재단)은 지난달 22일 한하리 존스 홉킨스대 교수 등 16인을 올해의 사회혁신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22년도 슈왑재단 선정 사회혁신가 / 출처=World Economic Forum
2022년도 슈왑재단 선정 사회혁신가 / 출처=World Economic Forum

슈왑재단은 1998년에 설립된 세계경제포럼(WEF)의 자매 조직으로 전 세계의 가난과 불평등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는걸 목표로 최고의 비즈니스 원칙과 결합한 새로운 사회 변화 모델을 지원하고 있다.

한하리 교수는 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한 사회운동의 조직화 방안 연구에 헌신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교수는 교수 경력의 전반에 걸쳐 사회문제 해결에 시민들을 더 잘 참여시키는 방법론 연구에 전념했다. 특히, 변화를 가장 필요로 하거나 원하지만 힘(power)과 권한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운동의 연구에 집중했다.

<이로운넷>은 2022년도 슈왑재단의 사회혁신가로 선정된 한하리 교수에게 사회운동이 기후위기와 정치분야에서 시민들을 위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질문했다.

한교수는 "기후위기와 관련한 사회운동이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하려면 개개인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집합적(collective) 행동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그러한 집합적 행동도 변혁적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정치와 사회운동과 관련해서는 “선거 입후보자를 단순히 어떤 공직에 앉히거나 어떤 정책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그러한 승리가 진정한 힘(power)의 이동에 근거하지 않는 한 사회운동을 주도하는 지속적인 사회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공적인 사회운동의 힘은 ‘참여를 정치적 힘으로 바꾸는 능력’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한하리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 부설 SNF 아고라 연구소 정치학과 한하리 교수 / 본인 제공
존스 홉킨스 대학교 부설 SNF 아고라 연구소 정치학과 한하리 교수 / 본인 제공

Q. 기후위기와 관련해 한국에서는 ESG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커지는 반면에 사회운동의 관점에서는 큰  모멘텀이 만들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힘있는 사회 운동이 추진될 수 있나?

기후위기 대처에 관한 대중의 의지(public will)를 구축하려면 기후변화에 대한 여론을 바꾸거나 더 많은 사람들을 행동주의(activism)에 참여시키는 것 그 이상의 것들을 필요로 한다.

행동주의가 증가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후운동은 ​​대중의 행동들을 의미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데 필요한 힘으로 전환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다만, 이런 점은 문제이다. 대부분의 사회운동들이 행동주의는 규모에 따라 힘이 커진다는 귀무가정(null hypothesis)下에서 추진된다는 점이다. 즉, 집합적 행동은 단지 부분들의 합(sum)이므로 행동을 취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커질수록 기후운동과 같은 사회운동이 목표달성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가정을 말한다.

모든 조건과 상황이 같다면, 물론 많을수록 좋은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기후변화 이슈처럼 가장 풀기 어려운 사회문제의 경우 단순히 더 많은 활동가와 재원 또는 기타 자원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대규모의 변화를 만들고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다른 연구결과들도 함께 주목해 살펴봐야 한다.

대신, 우리의 행동을 힘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사회운동은 자원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힘에 초점을 맞춘다. 개개인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집합적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한 집합적 행동도 힘의 원천이 되려면 변혁적이어야 한다. 기성 힘의 역학의 전환을 만들어내는 그러한 수준의 집합적 행동을 발생시키는 사회운동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그에 관한 자세한 내용들을 ‘대중의 프리즘: 21세기 미국의 권력과 조직화(Prisms of People : Power & Organizing in 21st Century)’ 이라는 제목으로 최근에 내가 참여해 펴낸 책에 담았다. “행동주의가 언제 힘을 얻게 되나?”란 나의 뉴욕타임즈 기고문(2019년 12월 16일자)의 내용도 여러분들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 지금 한국은 정치의 계절이다. 3월에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5월에 지방자치 선거가 있다. 귀하는 사회변화 관점에서의 ‘힘(Power)’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다고 생각하나?

대부분의 선거 입후보자와 선거캠페인은 '풀뿌리 참여'와 좋은 풀뿌리 선거캠페인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무엇이 풀뿌리 참여가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지를 후보자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대중의 힘(people power)이라는 게 켜고 끄는 마개같은 멋진 테크놀로지 장치가  아니다. 대신, 선거 스포트라이트가 켜져 있지 않을 때에도 사람들이 관심 있는 일에 대해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우는 서로서로가 얽힌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한다. 캠페인과 정당은 이러한 네트워크들을 구축하거나 시들게 만들 수 있다.

대중의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선거에서 승리하고 정책을 통과시키는 다른 모든 정치적 결과가 힘의 이동 없이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에 걸친 연구결과를 보면, 입후보자를 단순히 어떤 공직에 앉히거나 어떤 정책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그러한 승리가 진정한 힘의 이동에 근거하지 않는 한 사회운동을 주도하는 지속적인 사회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Q. 귀하의 4번째 저술인 ‘Prisms of People : Power & Organizing in 21st Century’이 최근 출간되었다. 책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민주주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대중과 현실정치 사이의 근본적인 단절이다. #MeToo, Black Lives Matter, Trump #resistance와 같은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사회운동(viral movement)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식의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운동들이 촉발한 개혁과 제안들은 계속해서 장애물에 부딪히고 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치체제 하에서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힘을 실제로 가질 수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묻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제가 최근 펴낸 ‘Prisms of People : Power & Organizing in 21st Century’란 책이 사회변화와 사회운동 구축의 과학을 발전시키는 청사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변화를 위한 사회운동 구축은 매우 어렵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힘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할 때 엄청나게 어렵다. 그러나 일부 집합적 행동사례는 성공했다. 유권자를 위해 상당한 승리를 거둔 운동과 실패한 운동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출처 = https://press.uchicago.edu/
출처 = https://press.uchicago.edu/

‘Prisms of the People’은 미국내 6개 사회운동 단체의 데이터를 사용해 해답을 찾아봤다. 여기에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104일 간의 시위를 조직한 사회운동(2020년도 애리주나주의 역사적 변화를 위한 토대 마련)과 버지니아에 수감되었던 사람들의 투표권 회복을 도운 또 다른 사회운동의 사례들이 포함된다. 그러한 사례들은 성공적인 사회운동의 힘은 ‘참여를 정치적 힘으로 바꾸는 능력’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공한 사회운동들은 유권자 등록, 이웃 대상 선거운동과 같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을 하는 방식으로 이겼던 것이 아니다. 이상주의와 실용주의 사이, 체제 내부와 체제 외부에서 일하는 것 사이, 그리고 대담한 비전과 정치적 타협사이에서 잘못된 선택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위한 협상을 통해서 승리를 거두었다.

‘Prisms of the People’은 전 세계적인 정치적 불만의 상황에 처한 우리들에게 말한다. 집합적 변화의 수단을 통해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서로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이 담고 있는 성찰과 해법은 강력한 다인종 민주주의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서로 나누는 데 필요한 중요한 대화를 촉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Q. 사회 운동에서 ‘2차역량(second-order capability)’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2차 역량’이란 개념은 경영학 분야에서 빌려온 것이다. 경영학 분야에서는 인사·인력관리(HR) 프로세스와 공급망 관리 등을 비즈니스 조직이 갖춰야할 ‘1차 역량’으로 구분한다.

‘2차 역량’은 판단이 필요한 프로세스와 관행을 말한다. 즉, ‘1차 역량’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라면 2차 역량은 ‘언제 그것을 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2차 역량은 전략적 판단을 잘할 수 있는 리더가 기업운영에 필요하다는걸 의미한다. 경영학 분야의 많은 연구결과들을 보아도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공은 1차 역량 때문이 아니라 2차 역량에 기인한다고 한다.

사회운동 분야에도 2차 역량 같은 것들을 필요로 한다. 입소문처럼 뭔가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디지털 정치의 시대에서 사회운동 분야에서도 어떤 공식(formula)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사람들을 집합적 행동에 참여시키는 방법을 마케팅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제가 발견한 것은 실제로 정치적 힘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사회운동들은 2차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회운동들은 정치의 까다로운 기복을 전략적으로 판단하며 잘 헤쳐 나간다는 것이다. 이는 성공적인 사회운동이 광범위한 사회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식이다.

Q. 부모님이 한국인 이민자로 알고 있다. 혹시 모국인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가보고 싶은 곳은 있나,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어렸을 때는 물론 어른이 되어서도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다. 제 아이들도 한국에 갈 기회를 좋아한다. 한국에 가면 서울은 물론 여러 다른 도시에 가는 것을 다 좋아한다. 제 아이들은 서울 전역에서 다양한 한국 음식을 탐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과 저는 경주의 역사적인 장소를 가는 것도 즐겼다.

제가 어렸을 때 조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우리는 종종 시골로 여행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하던 좋은 추억도 많이 있어서 제 아이들도 언젠가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 한국 방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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