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회연대은행의 알파라운드, 루트임팩트의 헤이그라운드, 아산나눔재단의 마루, 루트임팩트의 헤이그라운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회연대은행의 알파라운드, 루트임팩트의 헤이그라운드, 아산나눔재단의 마루, 루트임팩트의 헤이그라운드

공간은 무언가 발생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기본 조건이다. 코로나19로 익숙해진 비대면이지만 여전히 공간은 중요하다. 특히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그렇다. 공간으로 혁신을 만들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 세상의 모든 사회문제 해결자들이 모이는 단지 조성? 뛰어난 인재의 집합소? 교통이 편리한곳? 튼튼한 자본?

사회문제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다. 뛰어난 개인이 단칼에 무자르듯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다투는 과정에서 해결 방안이 성장하거나 새로운 방식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문제해결자로 나선 이들을 위한 공간은 좀 더 특별하거나 섬세하기 마련이다.

루트임팩트의 헤이그라운드, 아산나눔재단의 마루, (사)함께만드는세상(이하 사회연대은행)의 알파라운드가 운영하는 공간의 특징을 살폈다. 각 공간이 가진 특징은 달랐지만 '커뮤니케이션의 발생과 그 시너지'를 고려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의 큰 흐름이다.

루트임팩트는 리더들의 고충을 해소하고 성장을 고민하는 리더십 프로그램, 1000여 명의 입주기업 구성원들을 고민으로 네트워킹하는 고민다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입주 스타트업 뿐 만 아니라 입주 파트너사, 재단 직원 등이 모두 모이는 마루 타운홀미팅을 개최한다. 같은 직무 모임, C-Level 이상의 모임인 C-Level 식사 등을 진행한다. 사회연대은행도 진행하는 프로그램 내에서 네트워킹 프로그램를 운영하고 좀 더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루트임팩트 헤이그라운드] 공간과 입주사의 커뮤니티 시너지 극대화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전경/출처=루트임팩트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전경/출처=루트임팩트

헤이그라운드는 2017년 성수 시작점, 2019년 서울숲점을 오픈했다. 헤이그라운드는 입주사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공간 대부분에 입주사 의견이 반영되거나 함께 협업한 사례가 많다.

성수 시작점을 준비하며 2015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잠재입주사들과 함께 ‘그라운드 빌딩 프로세스(Ground Building Process)’를 진행했다. 총 17회를 진행하며 공간형태와 커뮤니티 운영정책 등을 함께 결정했다. 일례로 입주사의 의견을 참고해 화장실에 세면대와 양치공간을 분리하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입주부터 까다롭게 본다. 조직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심층 인터뷰와 내부 심사를 거치는 SII (Social Impact Index) 프로세스로 입주사를 선정한다. 심사 기준은 총 5단계로 구분돼 있으며 추구하는 사회변화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나종일 루트임팩트 COO는 “성수시작점 첫 오픈 때는 코워킹 공간이 처음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어서 이와 관련한 레퍼런스가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한 건물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이 서로 데면데면하기보다 시너지를 내고 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에 집중한 고민들을 많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입주사 간 협업사례도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재생에너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루트에너지와 경제 미디어 어피티가 협업해 어피티의 ‘머니레터’에 기후금융 콘텐츠를 연재하거나, 베이비박스 문제를 해결하는 ‘비투비’가 부모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 정보를 제공하는 웹 솔루션 ‘품’을 만들기 전 데이터 베이스를 쌓는 ‘베이비박스 프로젝트 리서치 마라톤’에 헤이그라운드 입주사 구성원들이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다. 입주사 간 시너지의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 개원한 모두의 숲 어린이집이다. 2018년 당시 입주사인 마리몬드가 공동직장어린이집에 대한 안건을 냈고 입주사 중심으로 설문을 진행했으나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 2019년 루트임팩트가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했고 10개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혀 공동직장어린이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직장보육지원센터의 직장어린이집 설치비 지원 사업 공모전에 선정되고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이 더해져 ‘소셜벤처밸리 공동직장어린이집 모두의 숲’을 개원했다.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서가라운지 전경/출처=루트임팩트

현재 컨소시엄사는 13개로 컨소시엄사의 슬롯(자리)을 대여해 비컨소시엄사 3곳의 아동도 이용중이다. 현재 정원 49명 중 40명의 아동이 재원한다. 아이들에게 사회문제를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하고, 성평등 그림책 큐레이션 스타트업인 딱따구리의 서비스를 이용해 다양한 동화책을 제공한다. 나 COO는 “함께하는 입주사들의 의견이 모여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진다”며 “또 하나 모두의 숲에 기대하는 점은 아이들이 미래의 체인지 메이커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입주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다양하게 진행한다. 입주사 구성원들 중 기획에 영감을 받는데 책이 중요한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숲점은 스틸북스와 함께 환경, 다양성, 젠더 등 사회문제를 주제로 한 책을 큐레이션 한다. 최근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와 1인 공간의 필요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공간을 마련했다. 홍민지 루트임팩트 매니저는 "입주사들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 중 하나는 공간운영팀의 지원"이라며 "재계약률이 약 88% 정도로 기업 초반부터 성장기까지 함께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 마루] 세심함을 더하면 같은 공간이어도 다르다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공간인 마루(MARU)는 기업가정신을 실천하고 확산하는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이들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과 기회를 제공한다.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구성된 마루180과 지하 2층, 지상 11층으로 구성된 마루360은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하고 있다. 마루는 창업가와 창업생태계 구성원을 위한 공간인만큼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기획했다. 2021년 11월 새롭게 문을 연 마루360은 규모 뿐 만 아니라 공간 기획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당연히 필요한 공간이지만 한 번 더 생각해 실제로 사용하는 이들의 편의를 고려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이벤트홀 공간에서는 큰 행사가 기획되는 일이 많다. 참가자간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라운지 공간도 마련했다. 외에도 내외부 이용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문 외에 이벤트홀로 진입할 수 있는 계단을 별도로 만들었다. 최상층 부인 11층에는 휴게공간과 함께 이사회나 총회 등을 기업의 중요한 행사를 진행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스타트업 등 소규모 기업의 경우 역할을 구분한 공간 마련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라이브 방송과 제품 서비스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 공간/출처=아산나눔재단
라이브 방송과 제품 서비스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 공간/출처=아산나눔재단

또 5층부터 10층까지는 내부계단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 구성원 간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도록 했다. 또한 뉴미디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스튜디오 공간도 마련했다.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제품 서비스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됐다. 스튜디오는 홈페이지에서 멤버십 가입 승인을 받은 이들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넷스파, 패신저스, 타르트 등 입주 기업 40팀을 비롯해 스파크랩,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벤처캐피탈과 액설러레이터와 지원기관도 함게 입주해있다. 외에도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총 6개국 9개사의 해외기관도 입주해 있다.

마루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아이돌봄을 걱정하지 않도록 교육 돌봄 매칭 플랫폼 자란다와 함께 키즈존을 운영한다. 입주기업을 대상으로는 할인된 가격으로 키즈존을 이용할 수 있다. 전송이 아산나눔재단 매니저는 "스타트업은 따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며 "키즈존으로 이런 고민들이 조금은 해소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입주기업의 공간과 휴식라운지 전경/출처=아산나눔재단
입주기업의 공간과 휴식라운지 전경/출처=아산나눔재단

마루180과 360 1층에는 로컬 콘텐츠 전문기업 어반플레이가 운영하는 크리에이티브 라운지 'FYI', 문화전시공간 '스몰글라스 오브제' 공간이 있다. 카페 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해 영감을 주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한 디저트바, 공예숍 등의 형식으로 제품을 직접 만날 수 있다. 

입주 스타트업은 마루 공간 내의 시설을 통해 대관 등을 이용하지 않고 업무 대부분을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  전 매니저는 "공간에 체류하는 것만으로도 재단의 비전과 미션을 체화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며 "'이곳이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공간에 더 잘 담을 수 있을지' 생각하고 '공간을 사용하는 이들의 편의'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획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을 전했다.

[사회연대은행 알파라운드] 청년에 집중해 특화점을 만들어가는 공간

알파라운드는 사회연대은행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2019년 11월 조성한 공간이다. 공간은 2012년 대학생 학자금 부채상환 사업 대출 상환금으로 마련됐다. 사업은 2012년 부터 2014년까지 대출지원을 진행했고 약 186억 원으로 3853명의 청년이 무사히 학자금을 마련했다. 상환은 2024년까지 이어진다. 

이런 이유로 알파라운드는 자연스럽게 청년을 위한 공간으로 기획됐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인 만큼 입지선정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청년의 생활·활동권을 고려해 홍대와 대학로 일대를 살폈고 혜화동에 자리를 잡았다.

알파라운드 라운지/출처=사회연대은행
알파라운드 라운지/출처=사회연대은행

알파라운드는 지하2층, 지상5층으로 구성됐으며 갤러리로 사용하던 건물이어서 세련된 외관을 자랑한다. 건물 주인이 사용하던 최상층을 회의 공간과 휴식공간으로 꾸몄으며 성북구 인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일명 '뷰 맛집'이다. 허미영 팀장은 "알파라운드에 입주하는 청년과 청년 창업가들은 의미있는 일에 초점을 두고 활동하는 사람들"이라며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나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라운드는 청년을 대상으로 취업 및 성장지원, 창업지원, 포용적 금융지원, 공간지원을 진행한다. ▲저임금 근로청년의 자립 역량강화를 위한 재무관리 습관 형성을 돕는 '청년 자립 로드맵프로젝트' ▲일자리 멘토링을 통해 취업역량을 강화하는 '청년 멘토링 알파 프로젝트' ▲사회적경제 분야 청년고용 활성화를 위한 '소셜 인턴십 알파 프로젝트' ▲청년 소셜벤처 대출지원사업 ▲고금리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지원하는 '청년 부채 알파 프로젝트' ▲청년의 주거불안 해소를 돕는 '청년 주거금융 알파 프로젝트' ▲청년의 창업자조활동에 활동금을 지원하는 '청년 자조활동 라운드 프로젝트' 등을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알파라운드 내 휴가 공간/출처=사회연대은행
알파라운드 내 휴가 공간/출처=사회연대은행

알파라운드 1층 공간에 있는 카페 공간을 활용해 카페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공간과 프로모션 및 컨설팅을 지원한다. 2019년부터 청춘작업실, 먀쿠아, 카페 에피파니 팀이 참여했다. 청년예술작가들의 활동저변 확대를 위해 입주기업 중 문화예술 전시가 가능한 기업과 갤러리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알파라운드 공간에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연주회를 진행한다. 또 작가와의 만남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88후드,예술대학생네트워크 등과 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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