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위기에서 사회혁신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마땅히 해야 하는 당위처럼 오랫동안 들어온 말이나, 막상 실천하자면 그 개념부터 명확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사회혁신’. 와중에 ‘’혁신사회적경제기업’’으로 인정받은 협동조합이 있어 이목을 끈다. 

26세의 청년 혁신협동기업가, 만십 라만(Mansib Rahman)./출처=래디쉬협동조합
26세의 청년 혁신협동기업가, 만십 라만(Mansib Rahman)./출처=래디쉬협동조합

2020년에 설립된 래디쉬협동조합(Radish coop)은 몬트리올을 기반으로 식당 음식 주문배달서비스를 하는 플랫폼협동조합이다. 퀘벡 사회적경제의 대표적 혁신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데자르댕연대경제금고로부터 혁신협동조합으로 선정돼 지속가능한 사회생태전환기금 2만 달러를 지원받게 됐다.

신생조합이자, 설립과 동시에 맞은 코로나로 도시가 전면 락다운된 속에서 사업을 꾸려온 이 조합의 어떤 점이 혁신적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코로나 5차 유행으로 인해 퀘벡지역의 재락다운이 아직 풀리지 않은 2월, 컴퓨터 화면 너머로 래디쉬협동조합의 공동설립자이자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만십 하만(Mansib Rahman)과 마주했다.

다음은 만십 하만 래디쉬협동조합 공동설립자와의 일문일답

화물용 전기 자전거로 친환경 배달교통수단 혁신 

Q. 혁신사회적경제기업으로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 어떤 실천 덕에 사회생태전환의 혁신 방안으로 선정됐는가?
그동안 자동차로 배달해왔는데, 올 겨울부터 친환경 화물용 전기 자전거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배달량의 15% 정도를 4대의 전기 자전거로 실행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늘려서 5년 안에 배달의 50% 이상을 친환경 수단으로 담보하는 것이 목표이다. 

외부업체 평가에 의하면, 래디쉬협동조합이 5년내 전기화물자전거 배달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얻는 환경적 효과는 휘발유 소비 제거 및 차량 유지 관리와 신차 구매 억제로1600톤의 CO2 감소와 일산화탄소 등 생태계에 유해한 대기오염물질 2만4800kg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고 한다.

Q.  이러한 전략을 고민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신기술을 통한 환경과 사회전환은 오래된 이슈이다. 퀘벡에서 무더위로 사망자들이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상태의 심각성에 비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이 주제들을 고민하는 단체들도 늘어나고 있고, 이들과 교류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싶었다. 많은 식당주인들이 환경을 고려한 판매와 배송방법을 원하지만, 그것을 고민하고 준비할 시간도 비용도 없다. 우리 협동조합에 60여 명의 조합원이 식당주인이고, 이들의 어려움을 같이 풀기 위해 만든 조합이다. 그래서 배송수단전환 전략을 수립했고, 데자르댕연대경제금고의 기금을 받게 되어 실천할 수 있게 됐다. 

Q. 경제적 효과는 어떠한가? 사업확장을 생각한다면 배달 지역 확대에 한계가 있지 않은가?
몬트리올 도심의 예를 들면, 공사도 많고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서 차로 한 번 가는 동안, 자전거로 두 세번 배달할 수 있다. 따라서 탄소도 줄이고 경제적 효과도 높다. 또한, 밧데리 하나로 전기 화물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거리가 140km이다. 하지만, 우리는 최대 30분 이내에 음식이 소비자들에게 배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지역을 중요시하기에 우버(UberEats)처럼 빠르게 지역 확장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식당주인-배달직원-소비자 관계의 핵심, '내가 주문한 음식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고 먹기'

올 겨울부터 몬트리올시내에 선보인 친환경 배달수단./출처=래디쉬협동조합

무슈 하만은 어릴 때부터 식당을 운영하는 부친을 도와 일했고, 부친이 투병 중에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직접 운영을 맡았다. 이런 배경에 식당주인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는 대형 배달업체가 들어오고 경쟁에 힘들어하는 식당들을 보면서, 기술플랫폼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게 됐다. 

Q. 음식주문배달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은 많다. 래디쉬협동조합의 특징을 설명한다면?
주문배달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식당이 직접 배달할 때에는 소비자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온 것인 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버나 도어다쉬(DoorDash) 같은 대형 배달업체가 들어오고 나서 배달서비스 질은 낮아졌고 식당주인들이 물어야하는 수수료는 높아졌다. 우버의 수수료는 대기업 채권자들의 배만 불리지만, 래디쉬는 그 수익을 조합원들에게 재분배하는 협동조합이다.

래디쉬협동조합은 2020년 몬트리올대학 인근의 4개 식당의 배달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60여 개의 식당주인 조합원들로 확대됐다. 식당주인, 배달직원, 소비자들이 조합원으로 구성된 연대협동조합으로, 식당주인 조합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수익의 재분배 외에도, 식당주인들의 조합원 가입비율이 높은 데에는 또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식당운영에는 고려해야할 것들이 많다. 음식의 질, 주문과 배달서비스 관리, 학생들이 많은 지역이냐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이냐 등의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마켓팅 전략 수립 등. 협동조합을 통해 주문배달 플랫폼의 기술적 부분과 마케팅 지원을 받고, 배달을 믿고 맡길 수 있기에 음식의 질에 더 집중할 수 있다. 

Q. 우버택시와 택시플랫폼협동조합에 동시에 용역 계약한 운전사들을 본 적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계약한 두 조직이 어떻게 다른 지 모른 채 소비자를 받고 있었고, 두 기업의 서비스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래디쉬협동조합은 배달서비스의 질을 어떻게 담보하는가?
우버나 도르다시 같은 업체들은 개인사업주들과 용역계약을 한다. 하지만 우리 협동조합에서는 배달원이 직원이자 조합원이다. 면접과 절차를 통해 채용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상황을 공유하며 관리한다. 주문예약이 취소돼도 책정된 급여와 사회보험을 보장받는다. 또한 우버의 경우 배달가방이 따로 없이, 그 음식봉지를 들고 배달원이 화장실에 들어가기도 하는 등 소비자들은 그 음식이 누가 했는 지도 모른 채 이미 식은 것을 먹을 때가 많다. 우리는 우리 조합 배달가방, 유니폼을 착용한 직원들이 늦어도 주문 30분 내에 도착한다.

누가 먹을 식사인지를 생각하며 음식을 하고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알고 믿고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배달원들을 통해 소비자들과 식당주인들의 관계를 잇는 래디쉬협동조합의 철학임을 엿볼 수 있다.

혁신을 돕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유니폼 착용과 음식보관 가방은 래디쉬협동조합 서비스 질을 상징./출처=래디쉬협동조합
유니폼 착용과 음식보관 가방은 래디쉬협동조합 서비스 질을 상징./출처=래디쉬협동조합

Q. 래디쉬협동조합이 창립한 2020년 3월은 코로나로 인해 퀘벡주 전체 락다운이 시작된 때이기도 하다. 어려운 고비를 넘고 꾸준히 혁신전략을 모색하고 실천하기까지는 한 조합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았을 듯 하다. 도움이 되었던 기관들은?
설립 할 때와 이번 사회생태기금으로도 가장 큰 도움을 준 곳이 데자르댕연대경제금고이다. PME(지역내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몬트리올시 기금)의 도움도 컸다. 청년기업가들을 지원하는 퀘벡협동조합연합회 CQCM, 퀘벡주와 캐나다연방정부의 지원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어디든 마찬가지이겠지만, 퀘벡 사회적경제조직들도 경제적으로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금융조직들의 지원과 정부지원프로그램 덕분에 새로운 혁신전략을 세우고 성공해갈 수 있는 것이다.
  
Q. 지원제도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법이다. 한국은 지금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뜨겁다. 퀘벡의 사회적경제법이 2013년에 설립되었으니, 이미 래디쉬협동조합 탄생 전부터 법이 있었는데, 활동 속에서 법의 중요성을 느끼나?
사회적경제법은 특히 중요하다. 환경을 생각하고 지역을 살리는 경제, 사회임팩트를 가져오는 공정한 경제, 지금 중요하게 얘기되는 이러한 이슈들을 그동안 실천해 온 곳이 사회적경제이다. 이에 관련된 활동가, 이용하는 소비자, 그리고 설립기업가들 모두에게 그들의 차별성을, 정체성을 부여해주는 것이 법이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얘기했듯이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안고 있는 여러 도전과 과제들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고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요한 재정적 지원의 근거를 위해서도 법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집단의 힘은 세다"
사회와 협동조합에 대한 성숙하고 확고한 관점, 15년간의 식당경험과 설립준비부터 포함해 조합운영 5년차로 접어드는 하만의 나이는 올해 26세이다. 

Q. 퀘벡 대부분의 이십대들이 무슈 하만처럼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가, 아니면 하만이 좀 특별한 청년에 속할까? 
데자르댕주민금고처럼 많이 알려진 협동조합을 제외하고는 연배가 있는 분들에 비해 이십대들의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셜임팩트, 환경전환,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평등한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은 많고 그러한 곳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나 또한 그 이유로 협동조합을 선택한 것이다.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의미있고 사회적으로도 가치있는 일이다. 

래디쉬협동조합이 만든 혁신은 하만이라는 한 사람이 자신의 삶 속에서 느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고, 그 필요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자신이 배운 것과 주변의 도움을 합하여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한국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좋아한다며 수줍게 웃는 이 청년기업가가 한국에 보내는 연대의 메세지처럼, ‘’새로운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집단의 힘은 세다. 사회혁신을 이루는 협동조합기업을 시도하는 한국청년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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