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주거복지컨퍼런스에서 사회주택의 공급과 거버넌스를 소주제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제7회 주거복지컨퍼런스에서 사회주택의 공급과 거버넌스를 소주제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상명하달식의 탑다운(Top-down)의 원리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논의하고 이야기하는 바텀업(Bottom-up)이 어렵고 충돌이 많습니다. 일상에서 소통하는 방식을 배우고 다양한 경험이 만났다면 지금의 혐오와 분리는 줄어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작이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주택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이한솔 (사)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제7회 주거복지컨퍼런스에서 사회주택의 공급과 거버넌스를 소주제로 ▲민간과 공공의 역할 획일화 탈피 ▲사회주택 테마형 매입임대 사업 ▲공공주택의 수직수평적 기준완화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유진 이로운넷 기자의 사회로 이한솔 (사)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강은주 LH 매입전세임대사업처 차장, 최경호 주거중립성 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이 발표를 진행했다. 또한 김부병 국토교통부 주거복지지원과 사무관, 김하나 서울소셜스탠다드 대표, 시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가 토론에 참여했다. 

제7회 주거복지컨퍼런스는 ‘시민의 삶을 위한 하우징 거버넌스’를 대주제로 16, 17일 양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진행됐다. 주거복지 컨퍼런스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도시연구소가 주관한다. 총 14개 분과 100여명의 전문가들이 발표와 토론자로 참여했다. 해당 컨퍼런스는 유튜브에서 재시청이 가능하다. 주거복지 관련 단체 및 현장 활동가, 학계, 연구자, 공공기관이 참여해 한국 주거복지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이한솔 (사)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이한솔 (사)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민간은 투기, 공공은 공익? 이분법에서 벗어나 주체 다양화 필요

"공기업은 공익을, 민간은 투기를 한다는 것은 이분법적 사고입니다. 공공주택을 민간에게 많이 떼어주면 잘못이고 공공에게 많이 주면 잘했다는 한계를 넘을 수 없습니다. 다만 투기에 집중하지 않고 공공성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을 많이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한솔 (사)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은 공공성의 실현주체를 공기업 등의 공공에 국한하지 않고 비영리 및 민간이 주체가 된 모델 확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한국사회주택협회는 사회주택의 보급 및 활성화를 위한 사회주택 단체들의 연합체이자 비영리단체다. 

이 이사장은 사회주택의 성과를 설문 및 예산 등을 통해 소개했다. 서울시 사회주택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주거비 만족도 85%, 지속주거의향 68.1%, 타인 추천 의향 75.4% 등의 결과가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절반 이상인 76% 가량이 사회주택에 만족하는 편이다. 또한 매입임대주택과 비교하면 공실률이 1%이하다. 매입임대주택에 10개 공실이 있을 때 사회주택은 1개가 발생한다. 또한 같은 예산(2000억)일 때 사회주택방식을 활용한 서울시 토지임대부는 2900호를 계획했다. 하지만 공공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서울시 세금만을 사용한다면 1000호만 가능하다. 이 이사장은 "이런 차이는 민간자금 및 도시주택공사(HUG)자금 등의 요인이 있다. 서울시 단독 공공주택 건설보다 2.9배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2021년 8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튜브채널 오세훈TV에서 거론한 사회주택에 대한 지적은 성장 주기의 시점에서는 일부 적절했지만 유의미한 본론을 짚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서울시가 사회주택의 성장과정에서 주요하게 살펴야할 부분으로 ▲시민들에게 친근한 사회주택 브랜딩의 부재 ▲토지임대부주택 보증보험가입불가 등 현행제도와의 미스매칭 ▲특화 영역 발굴 및 다양화 등을 꼽았다.

강은주 LH 매입전세임대사업처 차장
강은주 LH 매입전세임대사업처 차장

사회주택 테마형 매입임대 사업 통해 '기성복'에서 '맞춤복'으로

공공이 이미 지어진 건물을 구매해 진행하는 매입임대주택은 생활, 주거권 내 빠르게 입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규모로 산재해 입주자가 원하는 서비스와 설계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2021년 9월 공고를 진행해 테마형 매입임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민간주체가 장애인 자립지원, 한부모가정, 청년 예술창업, 고령자 의료돌봄 등 테마가 있는 매입임대주택을 기획, 설계, 건설, 운영, 관리까지 담당한다. LH는 소유권자로 해당과정을 감독하고 지원한다. 

해당 사업은 청년벤처 사업자, 미디어산업 종사자, 반려견 특화, 자립준비청년, 장애인 탈시설, 공동육아 등을 테마로 총 37건 28개 업체(2292호)가 접수했다. 총 11건 10개 업체(659호)가 2차 심사를 통과했다. 이후 탁상감정평가를 실시하고 협의를 진행중이다. 강은주 LH 매입전세임대사업처 차장은 시범사업의 보완 사항으로 ▲비수도권 지역 확대 방안 마련 ▲공모기간 확대 및 사전안내 진행 ▲절차 신속화로 토지가격 상승 차액 발생 방지 ▲2차 심사 전 탁상감정평가 진행으로 참가자 매몰비용 감소 등을 꼽았다. 강 차장은 "비수도권 지역은 수도권 지역 대비 거주편의성이나 임대관리의 편의성이 낮은 경우가 있어 사회주택의 전국확산 목표 달성이 어려웠다"며 "적합한 사업자 육성 및 발굴을 위한 지자체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는 이어진 토론자리에서 테마형 임대주택은 매입임대의 차세대 비전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테마형 임대주택에서 평가하는 건축물 매입금액과 사업자가 맞춤 공간을 설계하며 드는 비용 차이로 발생하는 사업 내부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는 "2000여호 접수에서 659호가 살아남았지만 내부구조의 한계로 인해 이들 중 절반 정도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입입대 건축물의 수준은 매입가격이 결정하는데 테마형은 기존의 매입임대보다 높은 품질의 건물이 될 수 밖에 없다"며 "건축물 감정가의 차이는 사업 진행유무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밖에 없어서 매입가격 감정평가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매입가 합의점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사업자들이 건축물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근본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테마형이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하며 개선사항을 제안했다. 

최경호 주거중립성 연구소 수처작주 소장
최경호 주거중립성 연구소 수처작주 소장

누더기, 로또 공공주택체제서 벗어나 주거 디딤돌 역할해야

“현재의 공공주택체제 특징은 ‘누더기’와 ‘로또’입니다. 1989년 도입된 영구임대주택 이후 그때그때 새로운 브랜드를 추가하면서 임대료, 기간, 입주자격 등이 모두 다른 여러 유형이 난립하게 됐습니다. 현재 최소 10개 이상의 유형이 있습니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은 사회주택의 입주자격(수직적) 완화와 입주자격 충족시 입주 가능성(수평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주자격 완화는 공공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제고하고 보다 다양한 계층이 입주하는 곳으로의 전환으로 이어진다. 최 소장은 “입주 가능성 확대는 형평성이 중요해 장기적 추진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직·수평적 확대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시각에서 설계해야 한다”며 현행 공급계획 및 정치인의 공약에서 딱 떨어지는 공급숫자를 제시한 후 하향식으로 조달하는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또한 공급생태계의 다양화의 필요성 역시 제안했다. 그는 “다양한 수요에 맞춘 새로운 주거서비스를 시도하며 돌봄 등 다른 분야와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공급생태계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조건은 통합하고 공급생태계는 다양화 해야 한다”며 “같은 버스라면 요금은 같고 운영주체는 다양한 것이 건강한 생태계”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는 로또복지의 복권 종류를 늘릴 것이 아니라, 공공주택의 유형통합과 수평적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세입자로 살 수 있고, 자가 소유를 위한 자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주거 격차를 전제로 한 주거 사다리가 아니라 주거 디딤돌이 되어주는 것이 임대부문에 개입하는 공공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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