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환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장석환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아산나눔재단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인사말만 하는 이사장보다는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이사장이 되고 싶습니다. 금융 분야에서의 경험도 입주기업과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장석환 이사장은 5년 간의 사외이사 활동을 거쳐 지난해 12월 아산나눔재단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약 한 달 반의 기간이 지났다. 그는 사외이사일 때보다 더 가까이에서 프로그램을 살피고 있다. 그만큼 프로그램의 운영과 진행이 녹록치 않음을 느낀다. 그는 "프로그램을 멀리서 보면 그냥 잘 되는 것 같아보지만 사실 세세하게 신경 쓰기 때문에 잘 되는 것"이라며 "업무보고를 받으며 재단 구성원들의 역량과 저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금융권 경험이 풍부하다. 현재 하나셋코퍼레이션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며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과 큐노메탈테크놀로지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7년부터 사외이사로 아산나눔재단과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영업 펀드매니저, VC, 창업 등의 경험으로 스타트업 지원에 큰 공감대를 느낀다"며 "요즘 창업세대는 카카오나 네이버 등이 성장하는 것을 직접 보고 경험했다 그래서 과거의 창업세대와는 환경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창업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재단도 그런 니즈에 맞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아산 정주영 현대 창업자의 서거 10주기를 기념해 2011년 10월 출범한 공익재단이다. 아산의 창조 정신을 계승한 ‘기업가정신(起業家精神; Entrepreneurship)’ 확산을 위해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방식의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룰 수 있는 세상'이라는 비전 아래 청년 창업가와 사회혁신가의 활동기반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가정신 확산 사업 ▲청년창업 지원 사업 ▲사회혁신가 역량강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아산나눔재단은 2021년 설립 10주년을 맞이했다. 재단은 그동안 청소년의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한 아산 유스프러너, 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기업가정신 전문가를 양성하는 아산 티처프러너, 현직 비영리 중간관리자의 성장을 돕는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를 비롯해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스타트업 창업지원센터인 MARU180 운영 등을 진행해 왔다. 그는 "10주년 임팩트 리포트에서 설립기간동안의 임팩트를 환산하니 4486억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아산나눔재단이 5000억원으로 시작했는데 그와 비슷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왔다는 것이 의미 깊다"고 말했다.

아래는 장석환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Q. 지난해 12월부터 이사장으로 재단에 합류했다. 그동안 어떤 일들을 진행했는지. 아직은 짧은 기간이지만 재단에 함께하게 된 소회는 어떤가. 

이사장으로 취임한지 한 달 반 정도가 흘렀다. 좋은 일, 그리고 명분 있는 일을 함께 하게 돼 개인적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외 이사를 역임했을 때는 네댓번 정도 전반적인 재단의 상황을 보고 받았지만 세부적인 내용까지 알긴 어려웠다. 이사장으로 취임 한 뒤 3주 동안 구성원들에게 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과정이 보였다. 이런 일들이 뒷단에 이뤄지고 있었구나 했다. 프로젝트마다 단기 또는 장기적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 기간마다 항상 신경을 써야한다. 그냥 두면 잘 되는 것 같아보이지만 아니다. 세세하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잘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재단 구성원들의 역량과 저력을 느꼈다.

그런 면에서 재단 구성원들은 별종이다. 물론 좋은 의미다.(웃음) 교육을 통해 사회혁신을 이끌어내는 역할은 시킨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한 DNA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경제적인 요소만 생각하면 대기업을 가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교육과 사회혁신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이 재단에 모였음을 느꼈다. 

최근에는 ‘아산 유스프러너 데모데이’에 참여했다. 학생들이 열정을 가지고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잘 하면 잘하는데로 실수하면 하는데로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산 유스프러너, 아산 티처프러너 등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기도 했다. 

아산 유스프러너 데모데이가 진행되는 모습/출처=아산나눔재단
아산 유스프러너 데모데이가 진행되는 모습/출처=아산나눔재단

Q. 비영리 분야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 또 평소에 아산나눔재단의 프로그램 중 관심을 가졌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지인과 안부를 전하며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선임 소식을 전했다. 소식을 듣더니 지인이 놀라지도 않고 ‘원래 이사장님이 그런데(비영리 분야) 관심이 있었다’고 이야기 하더라. 아내도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특별히 관심을 갖기 전에도 자연스럽게 접하는 일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금융·투자 일을 하고 있어서 의견을 구하면 다른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는 역할도 종종 했다. 

2017년부터는 아산나눔재단의 사외이사로 함께했다. 사외이사로 함께하면서 아산정책연구원, 아산사회복지재단,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이런 움직임들도 있구나 하는 걸 많이 알게 됐다.

금융 분야에서 일하면서 영업 펀드매니저, VC, 창업 등을 경험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창업가들이 앞으로 어떤 고충을 느끼고 어떤 커리어 패스를 설정하고 발전해 나갈지 먼저 겪어본 사람으로 예측되는 부분도 있고 조언해주고 싶은 부분도 있다.

Q. 개인이 가지고 있는 좌우명이나 인생의 모토가 있는지. 그리고 그동안의 경험들이 재단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한 신임 이사장으로서 재단에 가져오고 싶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좌우명이나 인생의 모토. 어렵다. 뭔가를 정해놓고 행동하진 않는다. 요즘도 나의 정체성, 내가 추구하는 것들을 계속 생각하고 고민한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나를 봤을 때 '우리 아버지는 이런 사람이었어.', '우리 아버지는 어떤 행동을 옳다고 생각했어.' 등 빈칸에 들어갈 말을 정의해보지만 아직 답을 찾진 못했다. 아직 진행중이다.

금융과 투자 일을 하면서 명분(사회적가치)이 있는 투자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태양열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고갈 되는 자원들을 대체할 만한 수소 에너지 등에 투자하는 것처럼. 그런 부분에 있어 교육도 중요하다. 또 재단도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해 청소년, 청년, 비영리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득 이야기하다보니 이전에 영어 교육을 하는 회사에 투자했다가 수익을 거두지 못한 기억도 난다.(웃음) 투자는 수익을 내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교육은 분명히 중요하고 필요한 분야다. 

MARU(180과 360)에 있는 재단 구성원과 입주 기업 관계자들의 평균 나이와 내 나이는 차이가 좀 있을 듯 하다.(웃음) 그래도, 짧은 기간이지만 구성원 간 소통이 활발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이차이가 큰 문제가 되진 않을 듯 하다. 재단의 프로그램에서 인사말만 하는 이사장보다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이사장이 되고 싶다. 그 간의 경험을 입주기업과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물론 사회이슈는 빠르게 변한다. 부분적으로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 이들에게 멘토링이나 코칭을 하기 위해선 공부와 자기성찰이 끊임없이 필요하다. 성장을 앞두거나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은 정말 빠른 속도로 지식을 쭉쭉 빨아들인다. 요즘 창업세대는 평균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이다. 입주기업만 봐도 그렇다. 요즘 창업세대는 과거의 창업세대와 환경이 다르다. 아이티 버블이 발생했고 그 때 창업한 카카오나 네이버 등이 성장하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다. 재단도 그런 니즈에 맞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지인이 기업가 정신을 가진 탈북민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바로 우리 재단의 프로그램인 아산상회가 떠올랐다. 꼭 재단의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해 줄 수 있었으면 한다. 

Q. 2017년부터 사외이사 등을 역임하며 오랜 시간 재단과 함께 해왔다. 안팎에서 느낀 아산나눔재단의 역할과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아산나눔재단은 창업정신, 기업가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재단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큰 틀인 기업가정신 확산, 청년창업 지원, 사회혁신가 역량강화는 아산 정주영 회장님이 말씀하신 ‘함께 잘사는 공동체’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단순한 표면적 의미 속에 더 큰 이상과 목적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다 같이 잘 살기 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소셜임팩트가 더 크게 와닿는다. 기업의 존재의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다. 주주이익만이 최우선이 아니다. 사회적가치에 집중해 투자를 하면 기업가치도 올라가지만 혜택을 받는 사람도 많이 생긴다. 또 기업의 한계도 뛰어넘을 수 있다. 내 회사가, 내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제안까지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를 염두에 둔다면 창업이나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한 곳에 매몰되지 않고 더 높이 보고 더 멀리갈 수 있을 것이다.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0기 수료식이 진행되고 있다./출처=아산나눔재단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0기 수료식이 진행되고 있다./출처=아산나눔재단

Q. 아산나눔재단의 역점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프로그램 3가지와 이유를 말해달라.

재단의 모든 사업이 중요하고 의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를 꼽아보겠다. 첫 번째는 재단이 내외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아산 유스프러너, 아산 티처프러너다. 꽤 오랜기간 진행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청소년, 청년들의 진지함과 열정, 또 이들의 사회문제에 대한 인지도 등을 알 수 있다. 특히나 성장의 시기에는 순간순간이 중요하지 않나. 유스프러너는 청소년들에게 강렬한 동기를 부여한다. 청소년들은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시기엔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하기에 제약이 많다. 프로그램의 경험이 나중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또 티처프러너와 연계로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두 번째는 스타트업 창업지원센터 MARU다. 2014년 4월 문을 연 MARU180을 시작으로 2021년, 2배 더 넓어진 MARU360까지 운영하고 있다. 아마 아산나눔재단하면 많이 떠올리는 프로그램일 것 같다. 사무공간과 부대시설 지원을 비롯해 콘텐츠 크리에이션, 글로벌 네트워킹 등을 제공한다. 이와 연결선상에서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도 대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그리고 아카데미 참여자들이 만든 네트워크인 N-SQUARE다. 교수, 비영리전문가 등이 리더십·경영·마케팅·재무와 관련된 교육을 한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혁신가들에 대한 미니 MBA다. 비영리지만 영리법인처럼 운영하는 법을 교육하는 과정이다. 비영리는 리소스가 제한적이다. 비영리라고 해서 영리와 경계가 그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영리에서도 펀딩의 능력이 중요하다. 

‘좋은일이니까 도와달라’는 것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 사회혁신가들의 활동은 좋은 일이고 더해 필요하고 당연한 일이다. 이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말해야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나도 비영리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 다른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려는 노력을 한다. 비영리 구성원 역시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MARU360 전경/출처=아산나눔재단
MARU360 전경/출처=아산나눔재단

Q. 현재 비영리 분야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산나눔재단이 비영리 분야에서 해나가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는지.

참여자들이 프로그램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이후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앞으로의 사업방향 등을 외부 컨설팅과 재단의 10주년 임팩트 보고서를 통해 피드백 받았다. 또 재단의 10년간의 임팩트를 환산했다. 사회적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는 것이 어떤 시각에선 부적절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떤 결실을 맺고 있는지 객관적인 차원에서 살피기 위해 진행했고 그 가치가 4486억원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재단이 5000억으로 시작했는데 그와 비슷한 사회적가치를 만들어 왔다는 것이 참 의미있다.

확산과 순환이 중요하다. 각 재단마다 성격은 다르지만 사회의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건 공통적이다. 홍보가 적절히 잘 되는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비영리의 소식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1면을 차지하진 않는다. 비영리의 중요성에 비해 많이 부각되지 않는다.

아산나눔재단을 비롯한 재단의 다양한 활동을 비영리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알아야 한다. 동문회 같은 커뮤니티도 사람이 많이 참여할수록 잘 운영된다. 비영리도 똑같다. 재단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의식을 고양하고 확산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MARU180과 360이 스타트업의 커뮤니티 형성에 마중물 역할을 했으면 한다.  또 MARU를 시작으로 더 다양한 모델들이 나타나길 바란다.

MARU360 스타트업 사무공간 및 라운지 전경/출처=아산나눔재단
MARU360 스타트업 사무공간 및 라운지 전경/출처=아산나눔재단

Q. 아산나눔재단의 올 한해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 또 앞으로 아산나눔재단에서 집중해 나갈 사업과 그 분야는 무엇인가.

재단은 10년 간 잘 운영돼 왔다. 내부 구성원들과 논의를 통해 어떤 사업은 정말 더 키워나가야 한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투자할 거다. 뭔가가 한꺼번에 뒤바뀌는 거대한 변화는 없겠지만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 정해진 재원 안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중요한 것들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 

또 작년에 MARU360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탄생했다. 약 2년간 구성원들이 많은 노력을 했고 재단의 재원도 많이 투자했다. 이제 활용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앞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간의 진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Q. 아산나눔재단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달라.

창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아산나눔재단에 와서 놀고 즐기면서 꿈을 펼쳤으면 한다. 모든 건 하기 나름이다. 지원으로 이끌어내는 것도 한계는 있다. 본인의 것으로 소화하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건 개인에게 달렸다. 재단은 이들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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