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발간한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만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가운데 취업해서 일 하는 사람은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일할 곳이 없어 집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여러 사회적경제기업이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거나, 이들에게 제품·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제는 발달장애인이 생산하거나 디자인한 제품들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발달장애인들은 일터를 기반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기회가 많아진다.

그중 프로젝트(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다수의 사람들에게 자금을 사전에 모으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은 기존에 흔히 접하던 제품 외에 특별한 디자인과 형태의 제품을 선보이는 통로로 활용된다. 홍보 과정에서 발달장애인들의 활동을 사회에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 크라우드펀딩 프랫폼 와디즈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직접 만든 제품을 선보이는 기획전 ‘착한 소비, 행복한 나눔’을 진행했다. 이 외에도 텀블벅, 해피빈, 오마이컴퍼니 등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도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다양한 펀딩을 진행한다. <이로운넷>이 주요 펀딩 플랫폼에 소개됐던 발달장애인 참여 펀딩 상품을 소개한다.

발달장애인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

(왼쪽부터) 멸종위기동물 컬렉션, 호리의 세계여행 달력, 물고기 디자인 법랑컵./출처=스프링샤인, 텀블벅 캡쳐
(왼쪽부터) 멸종위기동물 컬렉션, 호리의 세계여행 달력, 물고기 디자인 법랑컵./출처=스프링샤인, 텀블벅 캡쳐

예술적으로 재능있는 발달장애인들이 디자인한 제품은 독특한 감성으로 꾸준하게 사랑을 받는 아이템이다. 가수 영탁이 입은 티셔츠로 유명한 스프링샤인은 지난해 11월 와디즈와 해피빈에서 멸종위기동물 컬렉션(보드게임, 친환경 캘린더)과 멸종위기동물의 작품을 담은 티셔츠, 스카프 등을 선보였다. 발달장애인 예술가 짜욱 작가가 디자인 한 이번 펀딩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스프링샤인 측은 “멸종위기동물 보드게임을 통해 코로나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집에서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해를 맞아 달력과 다이어리 제품의 인기도 높다. 동물을 좋아하는 발달장애인 디자이너 박병준 씨는 몇 년 전부터 매년 취미로 달력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다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그림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펀딩을 진행했다. 달력은 코로나19로 가지 못하는 해외여행을 호랑이 ‘호리’가 대신 떠난다는 스토리로 구성됐다. 서울에서 시작해 중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미국, 영국, 독일, 이집트, 러시아 등 매달 호리와 세계여행을 떠나는 스토리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652만4000원 모금에 성공했다.

파란조약돌 디자인스튜디오가 선보인 포스터, 엽서, 컵 역시 발달장애인 예술가 박찬흠 작가가 디자인한 제품이다. 박찬흠 작가가 아쿠아리움에서 본 물고기는 실용적인 디자인의 법랑컵으로, 여행지에서 본 저택과 밤하늘, 꽃과 나뭇잎은 패브릭 포스터와 엽서로 구현됐다. 일상 속 평범한 것들을 특별하고 생동감 있는 그림으로 그려낸 작품들은 목표액의 122%를 돌파했다.

김종수 스프링샤인 대표는 “대중은 발달장애인들을 다큐멘터리에서 묘사되는 취약계층으로만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경제적으로 생활도 어렵고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모습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들의 작품은 색감에 행복하고 재미있게 지내는 모습들이 묻어있다. 제품이나 콘텐츠를 통해서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발달장애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들이 지닌 예술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의 꿈에 건강까지 담았다

(왼쪽부터) KF80 마스크, 우엉차, 보습비누./출처=와디즈, 텀블벅 캡쳐
(왼쪽부터) KF80 마스크, 우엉차, 보습비누./출처=와디즈, 텀블벅 캡쳐

사회적기업 리드릭은 와디즈에서 21일까지 발달장애인이 직접 생산과정에 참여한 KF80 마스크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된 요즘, ‘이왕이면’ 발달장애인들이 생산한 제품을 선택해서 그들의 소득을 보장하고,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마스크는 자동화기계에서 생산되며, 발달장애인들은 불량검수, 포장, 마스크를 밀봉하는 실링 작업을 진행한다. 이 마스크는 ▲의약외품으로 신고완료 ▲4중구조로 차단효과 향상 ▲KF인증마크를 통한 차단률 검증 ▲뛰어난 밀착력과 착용감을 자랑한다.

천마도예의숲 역시 이달 21일까지 와디즈에서 발달장애인이 무농약 우엉을 원료로 만든 우엉차를 펀딩한다. 안동 청정지역의 무농약 우엉을 첨가물 없이 여러번 찌고, 건조하고, 덖는 차별화 된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제품은 식품 안전성을 위해 HACCP 인증을 받은 제조 시설에서 생산된다. 티백 역시 친환경 생분해 검증을 받은 제품을 항온, 항습 파우치에 개별포장했다. 천마도예의숲은 “코로나19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생산되는 장애인 생산품 판로에 대한 어려움이 많은 요즘, 이번 펀딩을 통해 장애인생산품의 우수성을 많은 서포터 여러분께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더열린숲 복지센터는 텀블벅에서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든 보습비누를 선보여 목표액의 1108%를 달성했다. 아토피와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팀원들이 ‘나와 내 가족이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직접 사용하고 안전성을 확인한 뒤 펀딩을 진행했다. 보습비누는 오트밀, 녹차, 어성초, 청대, 캐모마일 등 자연 유래 성분으로 만들었으며 경화제, 화학보존제, 인공향료를 사용하지 않아 민감한 피부를 가진 이들이 적극적으로 모금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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