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민과 관이 구축해왔던 좋은 정책들이 1년 사이에 매도당하다 철회에 이를 것 같습니다. 퇴행적인 시정 철학을 막고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100여개가 넘는 단체가 모여서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 준비위원회'를 조직하고, 연속 토론회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개선점도 함께 논의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한솔 시민행동 공동운영위원장

19일 열린 '오세훈 서울시정 바로세우기 연속 토론회'에서는 기존에 민간 재원으로 해결했던 사업을 서울시가 민간위탁으로 공공화했으면서 별다른 근거 없이 다시 철회하는 건 스스로 행정 시스템을 부인하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열린 민간위탁 제도 파행 운영 긴급 토론회 현장. 최유진 강남대 교수가 발언 중이다. / 제공=한국사회주택협회
19일 열린 민간위탁 제도 파행 운영 긴급 토론회 현장. 최유진 강남대 교수가 발언 중이다. / 제공=한국사회주택협회

문유진 무중력지대 양천 센터장은 "서울시에서 올해 새로 발표한 청년 정책인 교통비 지원이나 1인가구 지원 등 청년에 대한 직접 지원 정책은 모두 이전 서울시정에 참여한 청년과 민간위탁기관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기반으로 받아들여진 것 아니냐"며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또, "민간위탁기관을 줄이고, 청년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리는 게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청년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서비스로 지원하는 민간위탁기관의 역할이 축소되면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행정력과 비용이 수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공간인 무중력지대는 관련 예산이 올해 26억원에서 내년 16억원으로 40% 줄었다.

또, 현장에서는 현재 서울시 민간위탁 사업 중 쟁점 사안들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중간지원조직의 민관협력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발제를 맡은 최유진 강남대 정경학부 교수는 "민간위탁제도는 기본적으로 신공공관리론에 입각해 작은 정부를 구현하고, 기업 경영의 원리를 행정에 도입하기 위해 등장했다"며 "이상하게도 국내에서는 '돈을 푸는 정책,' '좌파 정책'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이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위탁이 가장 활성화됐던 건 오히려 미국의 레이건 정부나 영국의 대처 정부처럼 굉장히 신자유주의를 추구했던 곳들"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오 시장이 3가지 '대못'이라 표현한 데 대해 반론을 내놨다. '종합성과평가를 받은 기관은 같은 해에 특정감사를 유예한다'는 점을 대못이라 언급한 데 대해서는 "'성과평과'를 평가 후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성격은 '감사'"라고 짚었다. 이어 "문제가 있으면 지도/감독 권한을 활용해 문제점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면 되는데, 감사 (성격의 평가)를 이미 했는데 특정감사를 또 하는 게 타당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감사가 진행되는 몇 주 동안 직원들은 거의 아무것도 못하는데, 대시민 서비스를 하는 중간지원조직 입장에서 타당한 프로세스인가 싶다"고 말했다.

'수탁기관이 바뀌어도 사람은 바꿀 수 없도록 한 규정'을 대못이라 지적한 데 대해서는 "고용 안정성이 존재하지 않는 한 중간지원조직에 뛰어난 인재가 올 수 없다"며 "전문성의 내재화가 고용 안정성 없이 가능한지 서울시가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각종 위원회에 시민단체 추천 인사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각 분야의 전문성 있는 사람이 들어오면 되는 것"이라며 "시민사회이기 때문에 무조건 안 된다 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날 토론회에는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김선미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공동대표 ▲조주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김정열 서울마을자치센터연합 이사장 ▲윤전우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 거버넌스추진단장 ▲문유진 무중력지대 양천 센터장 ▲정소연 공공운수노조 서울공공서비스지부 서울시마을센터분회 부분회장 등 중간지원조직 관계자들이 나섰다.

김선미 공동대표는 토론회에서 SH 직영 주거복지센터가 민간위탁센터보다 월등히 잘한다는 오세훈 시장의 국정감사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 대표는 "서울시가 허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두 위탁기관 간 평점 차이가 거의 없다"며 직영 센터가 월등하다는 근거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실제로 25개 주거복지센터의 2021년도 평가점수표를 보면 16개 민간위탁센터의 평균 점수는 약 96점, SH 직영 센터는 91점이다.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 준비위원회는 첫 토론회를 시작으로 이후 예산과 법률에 관한 토론회를 이어간다. 이달 30일 시민행동 공식 발족을 준비 중이다. 이미영 시민행동 공동운동위원장은 "시민사회 내에서도 연대와 협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겸허하게 생각해보고,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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