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가 세계 경제의 중심부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기존의 경제 시스템이 가진 한계를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 주요 국제기구 등이 사회적경제 시스템을 주류로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코로나19 세계적대유행(팬데믹) 위기 극복에서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로운넷>은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경제 시스템의 주류 진입 현상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①사회적경제, 주류로 떠오른다
②세계 각국 행정·금융 시스템은 사회적경제로 재구성 중
③우리나라 사회적경제, 글로벌 흐름에 주도적 참여
④사회적경제가 주류가 되기 위한 과제는 무엇?
⑤[인터뷰] 고형권 OECD 대사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대안 ‘사회적경제,’ 한국도 협력해야”

캐나다 퀘벡과 이탈리아처럼 사회적경제가 뿌리를 내리고 경제를 견인하는 지역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회적경제는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에 그친다. ‘주류화’를 거쳐 ‘주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지난 9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최한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법체계 구축 ▲파트너십을 통한 가시성 확보 ▲양적·질적으로 우수한 자료수집 등 사회적경제가 주류경제로 전환되기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미 이를 위해 OECD, EU집행위원회 등 국제기구들이 공동행동을 펼치고, 올해와 내년에 각종 보고서 발표를 예고하며 글로벌 연대를 강화하는 추세다.

법체계 정비하는 국제사회

OECD에 따르면 이번 공동행동에 참여하는 33개국 모두 법적으로 인정되는 사회적경제조직이 존재한다. OECD가 2020년 진행한 조사(mapping survey)에 의하면, 이들 중에서 제일 많은 유형은 ‘협동조합’과 ‘협회(association)’다. 최근에는 사회적기업이나 지역 기반 조직이 법적 지위를 부여받는 일이 많아졌다.

개별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법적 인정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반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려는 움직임도 국제적으로 일고 있다. 룩셈부르크, 스페인, 프랑스 등 약 7개 국가가 이미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채택해 시행 중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가 기본법 통과를 위해 노력 중이다.

‘효과적인 사회적경제 법체계’ 토론에서 제시한 사회연대경제 법 유형. 사회적경제 전반을 공인하는 '기본법(Framework laws)' 형태와 개별 조직을 공인하는 '개별법(Specific laws)'으로 나뉜다./출처=OECD
‘효과적인 사회적경제 법체계’ 토론에서 제시한 사회연대경제 법 유형. 사회적경제 전반을 공인하는 '기본법(Framework laws)' 형태와 개별 조직을 공인하는 '개별법(Specific laws)'으로 나뉜다./출처=OECD

9월 국제 컨퍼런스에서 진행된 ‘효과적인 사회적경제 법체계’ 토론에서도 기본법 체계의 효과성에 집중했다. 기본법은 포괄적인 법체계가 마련되기 때문에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인식 제고 ▲금융 및 시장 접근 기회 확대를 통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주제는 특히, 사회적경제기본법이 7년째 국회에 계류중인 우리나라의 관심을 끌었다.

예를 들어 캐나다 퀘벡주는 의회 만장일치로 2013년 ‘사회적경제법(Social Economy Act)’을 통과시켰다. 사회연대경제 영역은 퀘벡에서 1만 1000개의 기업, 22만 개의 일자리로 매년 470억 캐나다 달러(약 44조 6913억원) 수준의 매출을 창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법 통과 덕분에 퀘벡은 주 정부의 역할 범위가 명확해졌고, 사회연대경제 기업을 제대로 지원할 근거도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사회연대경제는 퀘벡 경제 성장 자체를 견인했다고 평가받는다.

컨퍼런스에서는 국가마다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의 법체계는 사회적경제의 성장에 제한적이거나 부적합하기 때문에 사회적경제에 적합한 법체계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아말 체라이 OECD 정책 분석가는 “포괄적인 법(기본법)이 없는 국가의 경우 사회연대경제기업이 재정이나 지원 서비스 및 기타 자금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개별법보다 기본법 체계를 통한 사회적경제 법안 제정이 사회적경제의 성장에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마를린 드네프 변호사(벨기에 임팩트 변호사 법률사무소 설립자)도 “좋은 법적 체계는 명확성과 안정성을 제공한다”며 기본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효과성 입증할 영향력 계산 시급

사회적 영향력(Social Impact) 측정에 대한 토론에서는 양적·질적으로 우수한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를 통해 증거기반 환경을 조성하고 더 나은 정책 설계를 위한 움직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내에서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중심으로 사회적가치지표(SVI)를 개발하거나 중소벤처기업부에서 ‘IMP(Impact Management Project)’ 기반의 사회적가치 측정방안을 도입하는 등 소셜 임팩트 측정 표준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도 성과지표 개발 연구에 들어갔다.

측정의 중요성 증가에 따라, OECD는 ‘사회연대경제를 위한 소셜 임팩트 측정(Social impact measurement for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전문을 우리말로 번역해 올해 내에 공개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해관계자의 참여 및 재정 지원 ▲정치·사회적 지지 및 인식개선 ▲정책입안에 효율적인 설득 ▲원활한 자금조달 및 투자자 이해도 증진을 위해 임팩트 측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측정방식 설계에서 ▲다양성을 제한하는 획일화된 측정 지양 ▲사회적경제 이해관계자 참여 확대 ▲궁극적 목표 설정(모든 사회 구성원 삶의 질 향상) ▲측정의 일부에 내러티브 포함을 제안했다. 

아일린 바실 OECD 정책분석가는 소셜 임팩트 측정을 위한 정책의 역할로 ▲우선 지표 명시를 통한 정책 개선 ▲임팩트 측정 방법론 지침 제공 ▲임팩트 측정 도구 확산 및 생성 ▲역량개발을 위한 통합서비스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이 확대되며, 지난 10년간 사회연대경제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소셜 임팩트 측정 결과 공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로렌스 곽 GSEF 사무국장
로렌스 곽 사무국장은 100여개 국가에서 일한 국제연대활동가다. 국제NGO '팍스 로마나'의 국제가톨릭지식인문화운동(ICMICA) 세계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2014년 GSEF 설립 후에는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GSEF(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는 각국의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사회연대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다. 서울시, 프랑스 보르도시, 캐나다 몬트리올시 등 36개 도시가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로렌스 곽 사무국장은 100여개 국가에서 일한 국제연대활동가다. 국제NGO '팍스 로마나'의 국제가톨릭지식인문화운동(ICMICA) 세계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2014년 GSEF 설립 후에는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GSEF(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는 각국의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사회연대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다. 서울시, 프랑스 보르도시, 캐나다 몬트리올시 등 36개 도시가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OECD가 리더십을 발휘해 37개 가입국 모두가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로렌스 곽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사무국장은 OECD 컨퍼런스 첫날 진행된 토론 ‘더 나은 사회 재건을 위해: 변화를 위한 원천으로서 사회적경제’에 등장해 지역 차원에서 사회연대경제로 사회 회복에 기여한 사례들을 공유하고, OECD 차원의 더 강력한 리더십을 촉구했다. 곽 사무국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사회적경제의 지침과 법적 틀, 공공 정책과 같은 국제 규범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OECD 리더십이 시급하다”고 발언했다.

공동행동에 참여하는 국가는 EU 27개 국가에 더해 대한민국, 멕시코, 미국, 브라질, 인도, 캐나다 등이다. 지난 8일 <이로운넷>과의 인터뷰에서 곽 사무국장은 이번 OECD 차원의 공동행동에 대해 “연구자들이 나서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사하는 게 아니라, 각국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직접 자료와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배울 기회가 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범위가 OECD 회원국 전반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OECD 가입국은 37개다. 그는 “기존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선진국 간의 경제 협력을 하기 위한 기구로서, OECD는 가입국 내 모든 정부의 참여를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적용 주체를 OECD 가입국 전부로 설정해 각국의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렇게 해야 이미 사회연대경제를 잘 아는 전문가들 간의 소통을 넘어 주류 경제 영역에 있는 이들의 관심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거다.

곽 사무국장은 모델 사례로 ‘OECD 웰빙지수(Better Life Index)’를 들었다. 웰빙지수는 OECD가 창설 50주년을 맞아 개발한 지수로, 2011년부터 모든 OECD 회원국과 6개 파트너 국가를 대상으로 격년 조사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만으로는 삶의 질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바탕이 된 것. 주거환경, 교육, 환경, 삶의 만족도 등 11개 항목을 설정해 국가 순위를 매긴다. 순위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언론과 각국 정부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정책 변화에 기여한다.

또 ‘사회적경제의 주류화’라는 의미가 잘 나가는 사회적기업 몇 개를 키우는 수준으로 해석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퀘벡의 경우 사회연대경제 종사자의 15% 이상이 청소년일 만큼 미래 세대를 위한 경제 섹터로 자리 잡았고, 이제는 퀘벡의 경제 발전 자체를 견인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자선을 베푸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는데, 이 단계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참고

글로벌 이슈리포트 줌인(Zoom In) 6호 "유럽과 국제기구의 사회적경제 정책방향"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From the Margins to the Mainstream 

Social Impact measurement for social solidarity 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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