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침표를 찍는 장례식. 누군가 사망하면 고인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장부터, 장례물품, 납골당(봉안당)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안내받는다. 어렵게 계약을 한 뒤에는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리고 삼일장으로 장례를 진행한다. 이때 상주는 조문객을 대접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빈소를 방문한 사람들도 단 몇분간 고인을 추모한다.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길 시간은 사실상 없다.

<이로운넷>은 고인에 대한 추모와 유가족을 위로 하는 장례식 고유의 의미를 되새기고, 변화하는 사회 구조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장례서비스를 소개한다. 또 코로나19로 사회 시스템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장례문화의 문제점을 다양한 측면으로 살펴본다.

영화 잔칫날 포스터./출처=스토리텔러 픽처스, ㈜트리플픽쳐스
영화 잔칫날 포스터./출처=스토리텔러 픽처스, ㈜트리플픽쳐스

#영화 잔칫날(2020)은 무명MC경만이 동생과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버지를 간호하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마주한 현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장례비용이 없었던 경만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간 생일 축하연 행사를 진행하며 가장 울고싶은 날, 최선을 다해 웃는 모습이 나온다.

영화 잔칫날에서는 죽음이 돈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슬픔을 느끼기도 전에 장례비용을 벌기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사망 후 모든 것이 돈으로 책정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장묘서비스 소비자문제 및 개선방안./자료출처=한국소비자원
장묘서비스 소비자문제 및 개선방안./자료출처=한국소비자원

실제로 국내 평균 장사(葬事)비용은 천만원이 훌쩍 넘는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장례(葬禮)부터 장묘(葬墓)까지 총 장사비용은 평균 1380만원이다. 3일간 이뤄지는 장사 기간에 비하면 높은 비용이다.

"일반 상조회사, 일정 금액에 장례용품·서비스 패키지 제공하는 방식"

기존 방식으로 장례를 치를 경우 비용을 산출해 보자. 크게 ▲장례식장 ▲상조회사 ▲장지(葬地)에서 비용이 발생한다. 조문객을 위한 음식값은 개인차가 있으니 제외한다.

장례식장 비용은 전국 평균 57만원이다. 3일간 사용해야 하니 약 170만원이 든다. 장례식에 필요한 장례용품 및 서비스의 경우 주로 상조회사에게 맡긴다. 기존 상조회사는 주로 패키지로 제공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A회사를 보면 490만원에 고인용품(수의·관·입관용품·빈소용품), 의전(상복·꽃·장의차량), 인력(장례지도사·장례관리사·의전관리사) 등을 패키지로 제공한다. 패키지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을 하나씩 책정하기 어렵다.

화장하는 비용은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고인의 주소지가 관내지역이면 12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납골당(봉안당)에 안치시키는데 (로열단 기준) 평균 700만원 정도다. 장례과정에서 발생한 비용만 1372만원이다. 평균값인 1380만원에 근사한 수치다.

원가는 어느정도 수준일까. 장례식장과 납골당은 지역 등 조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상조업체에서 제공하는 장례물품 및 서비스 비용을 살펴보자. 

상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수의는 20만~30만원 정도, 관은 기본관과 매장용 관에 따라 다르지만 10만~30만원 사이로 알려졌다. 의전용품인 상복은 남녀 차이가 있지만 1만~3만원 정도다. 물론 원재료 등에 따라 가격은 차이날 수 있다. 여기에 인건비(장례지도사, 장례관리사, 의전관리사 등)와 유골함 사이버 추모관 등 또 다른 서비스가 추가되는데 그 경우 비용이 더 올라가게 된다.

출처=e하늘장사정보시스템,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 종합
출처=e하늘장사정보시스템,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 종합

사회적경제, 맞춤형·직거래공동구매 방식의 장례방식 지향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는 마진을 최대한으로 줄여 기존 장례비용에 거품을 빼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패키지 상품이 아닌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이하 한겨레두레)를 보면 장례물품과 서비스를 패키지가 아닌 맞춤형·직거래공동구매 방식으로 물품과 서비스를 원가에 제공한다. 오동나무 관 27만원, (대마)수의 27만원, 입관용품일체 15만원에 제공한다. 이 외에도 입관용품과 빈소용품은 각각 15만원과 5만원에 일체를 제공한다.

마진은 장례지도사, 장례관리사, 의전관리사 등 인건비와 조합운영비로 충당한다. 인건비는 역할과 투입인원에 따라 다르지만 각각 9만~60만원 사이다. 조합비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90만~100만원 정도다. 한겨레두레 관계자는 “조합비를 더하면 많아보이지만, 개별 맞춤형으로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가격이 더 저렴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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