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회화 실력을 늘리려면 ‘여러 번 소리 내서 말해야(speak) 한다’는 게 통념이다. 대면 회화나 전화로 하는 영어 수업이 국내에 정착할 수 있던 이유다.

이제 ‘여러 번 써야(write) 한다’는 관점이 뜨고 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텔라’는 우간다, 가나, 필리핀 등 원어민과 텍스트로 채팅하는 영어 수업을 제공한다.

“우간다와 가나의 공용어가 영어예요. 모르셨죠?”

필리핀 영어 선생님은 익숙하지만, 우간다와 가나 출신은 생소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진유하 텔라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법인 설립 8년차인 텔라는 그동안 누적 이용자 10만명을 달성했다. 올해만 해도 더벤처스·스트롱벤처스·스파크랩 등 세 곳의 투자사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고,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누적 이용자 수는 약 10만명. 올해 매출 3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채팅영어’라는 아이디어로 빠르게 성장 중인 ‘텔라’의 진유하 대표를 10일 삼성역 인근 사무실에서 만났다.

10일 삼성역 인근에서 만난 진유하 텔라 대표.
10일 삼성역 인근에서 만난 진유하 텔라 대표.

유능한 아프리카 원어민 ‘채팅영어’

텔라의 탄생은 2012년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고학년이 되니 취직이나 유학 등 졸업 후 진로를 찾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내가 안 가도 어차피 누군가는 갈 자리’라는 생각에 그다지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사회적기업 연합동아리 SEN(Social Enterprise Network)에서 활동하다 아시아 소셜벤처 경진대회에 출전했다. 아이디어 대회였는데, 아프리카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국가의 사람들과 전화영어 수업을 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그는 “기독교 동아리에서 활동할 때 아프리카 선교를 하러 갔는데, 유능한 인재가 많은데도 산업이 발달하지 않아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국내 영어 교육시장과 연결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입상 후 받은 상금에서 세금을 떼니 150만원 정도가 남았다. 팀원들과 나눠 가지는 대신, 우간다인과 파일럿 프로그램(pilot program)을 진행했다. 2013년에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가했고, 2014년에는 법인을 설립했다.

채팅 영어 서비스는 법인화 이후 공식 개시했다.

“채팅 영어 모델은 당시 팀원이 제안한 거예요. 미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친구였는데, 본인은 페이스북 메신저로 영어를 더 많이 배웠다고 했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현지 원어민과 대화하면서 실시간으로 못 알아듣는 내용이 많은데, 나중에 메신저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아, 그때 했던 말이 이거구나’ 하고 깨닫는 경험을 반복했다더라고요. 거기서 아이디어가 나왔죠.”

텔라의 채팅영어 수업은 한 회에 25분 진행된다./출처=텔라 블로그
텔라의 채팅영어 수업은 한 회에 25분 진행된다./출처=텔라 블로그

텔라의 주요 고객은 비즈니스 회화나 생활영어 학습이 필요한 25~44세 직장인이다. 채팅영어의 장점은 텍스트 기반 학습이라 수강생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업할 수 있고, 음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통화에 대해 심리적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거다. 진 대표는 “일반 전화영어의 경우 평균 50% 미만의 학습 완주율을 기록하는데, 텔라의 채팅 영어는 출석률 94%, 완주율 70%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우간다 현지 평균 급여보다 높아”

지금 활동하는 튜터는 70명 정도. 이중 약 절반이 우간다인이다.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한다. 튜터들이 수업 가능한 시간을 정하면, 수강생들이 튜터와 시간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텔라의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4만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우간다인과 수업했다. 튜터들은 최대한 일정한 시간에 수업을 연다. “누구와 수업하든 수업의 질이 보장되도록 하지만, 수강생이 같은 선생님과 여러 번 수업하면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효과도 있으니 요일과 시간대를 일정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우간다는 1인당 GDP가 약 700달러입니다. 그런데 텔라의 경우, 수업이 많은 튜터는 월 500달러 가까이도 벌어요. 성과급도 있죠.”

수업의 질이 중요하니, 튜터 선발 과정이 까다롭다. 문법 시험, 영어 글쓰기 시험, 수업 시뮬레이션, 타자 속도, 대화 진행 능력 등을 본다. 합격률은 총지원자의 1% 수준이다.

채팅영어의 효과는 미국 ‘리 유니버시티(Lee University)’ 대학의 크리스 블레이크 교수의 연구에서도 증명됐다./출처=텔라 블로그
채팅영어의 효과는 미국 ‘리 유니버시티(Lee University)’ 대학의 크리스 블레이크 교수의 연구에서도 증명됐다./출처=텔라 블로그

진 대표는 튜터 채용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는 “수업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올해 안에 100명을 넘길 듯하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는 가나와 우간다 외에 케냐 튜터도 들인다. 케냐도 영어가 공용어다.

“제3세계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말하지는 않아요. 다만 저희 튜터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아프리카 인재에 대한 국제 인식을 제고하는 마중물 역할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올해 8년차를 맞은 텔라는 일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하반기에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다음 목표는 대만, 남미 등이다. 글로벌 진출에 본격 박차를 가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쯤 시리즈A 투자를 받고 싶다는 진 대표.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창업했다. 그는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국제적으로 한국 교육 서비스가 10년 정도는 앞서있다는 걸 느꼈다”며 “일단 한국에서 살아남았으면 타국에서는 어렵지 않게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미니 인터뷰] 우간다 튜터 '에블린(Evelyn)'

텔라는 우간다와 필리핀에 ‘튜터 매니저’를 둔다. 튜터를 관리하고, 본사와 연결하는 다리가 돼주는 사람들이다. 기자는 우간다 튜터 매니저 에블린 음와사(Evelyn Mwasa)와 화상 회의 서비스로 이야기를 나눴다.

13일 줌(ZOOM)으로 만난 우간다 튜터 에블린 음와사(Evelyn Mwasa). 우간다는 한국보다 6시간 느리다.
13일 줌(ZOOM)으로 만난 우간다 튜터 에블린 음와사(Evelyn Mwasa). 우간다는 한국보다 6시간 느리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달라.

우간다에서 튜터 매니저로 활동 중인 에블린 음와사다. 여자아이 2명, 남자아이 1명의 엄마이기도 하다. 고등학생이었던 2001년부터 영어를 가르쳐왔는데, 우간다에 사는 프랑스인, 러시아인, 한국인 등 외국인 학생들도 있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완다 국제 학교에서도 일했다. 지금은 텔라에 정착했다.

Q. 텔라를 어떻게 알았나.

우간다에서 영어 과외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2016년 초 교회 지인의 소개로 알게 돼 그해 겨울부터 근무했다. 당시에 우간다 튜터는 5명 정도뿐이었다. 벌써 5년이 돼간다.

Q. 튜터 매니저는 수업 외에도 어떤 일을 하나. 혹시 텔라 외에 다른 일도 병행하는지.

지금은 풀타임으로 근무 중이다. 채팅 수업은 하루에 1시간, 일주일에 5시간 정도 한다. 우간다에는 매니저인 나 말고도 부매니저가 한 명 더 있다. 우리는 수업도 하면서, 텔라의 튜터 채용 절차를 돕고, 수업의 질을 관리하고, 튜터 훈련 과정에 참여한다. 채용이 시작되면 공고를 SNS나 웹사이트 등에 올리는 일도 한다.

Q.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다면?

3년 동안 수업했던 치과의사 수강생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은 한국에서 일하지만, 아이들은 미국에 산다더라. 아주 기본 단계 영어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을 보기 위해 미국에 갈 일이 많다고 해서, 여행 영어나 해외 정착 영어 위주로 공부했다. 지금은 나와 시간이 맞지 않아 다른 튜터와 수업하고 있다.

나와 1년 넘게 수업하고 자신감을 얻어 미국 대학원에 진학한 수강생도 있다. 인문사회 분야 전공이었는데, 장학금 인터뷰에도 합격했다. 수업이 끝나고 난 뒤에도 가끔 카카오톡으로 연락했다.

Q. 수강생에게 건네는 한 마디?

여러분은 영어를 배우면서 튜터로부터 뭔가를 얻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도 수강생 여러분으로부터 얻어가는 게 참 많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여러분이 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 생활 방식에 흥미도 느낀다. 특히 정중하고 쾌활한 한국 문화가 무척 나를 편하고 기분 좋게 한다. 수업하고 있으면 주변에서 “왜 계속 웃고 있냐”고 물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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