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활동은 기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일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경제 분야에 특화된 법률 전문가가 있다는 건 큰 힘이 된다. 현행 법체계 안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바람직한 법제도 개선 방향을 자문하는 법무법인 '더함'의 변호사들. <이로운넷>은 이들 개개인을 조명하는 연속 인터뷰를 기획했다.

“사회적경제 3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적기업육성법, 중소기업판로지원법, 협동조합기본법 등 관련 법안이 있지만, 사회적경제를 망라하는 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조예린 변호사는 사회적경제 3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상현, 신재윤 변호사도 동의했다. 신재윤 변호사는 “다만 사회적경제기본법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다보니, 기본법의 성격에 맞도록 일부 다듬어지면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송상현, 조예린, 신재윤 변호사는 법무법인 더함에 입사한지 2~3년차 된 주니어 변호사다. 공공정책, 규제샌드박스, 협동조합, 장애인법, 소셜벤처(스타트업), 노동 등 관심분야는 다르지만, ‘사회적가치를 고민하고 싶어 더함을 선택했다’는 생각은 같았다. 세 사람이 사회적경제 영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9일 서울 중구 명동에 소재한 법무법인 더함 사무실에서 세 명의 변호사를 만났다.

(왼쪽부터) 조예린 변호사, 송상현 변호사, 신재윤 변호사. 인터뷰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됐으며, 촬영을 위해 잠깐 마스크를 벗었다. / 사진=안상원 인턴
(왼쪽부터) 조예린 변호사, 송상현 변호사, 신재윤 변호사. 인터뷰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됐으며, 촬영을 위해 잠깐 마스크를 벗었다. / 사진=안상원 인턴

Q. 먼저 세분 변호사님들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송상현 변호사(이하 송상현) = 영문학과를 전공했고, 본래 인문학적인 가치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그러다가 장애아동 주말학교 활동에 참여하면서 법제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장애아동 주말학교는 1주일에 1회 약 2시간 동안 보호자들을 대신해 장애아동들을 돌보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장애아동에대한 돌봄 노동이 가족들에게만 전가된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이런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와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법·제도의 중요성을 생각했다. 이를 계기로 졸업 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됐다.

법무법인 더함은 사회적가치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라는 판단이 들어 선택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더함은 구성원들 간 상호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다. 나의 의견이 조직에 반영되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조직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 

조예린 변호사(이하 조예린) = 전공을 선택할 때부터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법률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사회학과 경제학을 함께 전공하면서, 경제사회와 사회경제를 공부했다. 그러면서 사회를 가치있게 만들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갖게됐다.

로스쿨에 진학할 당시에는 ‘전태일의 대학생 친구’ 같은 사람이 되고싶다는 포부가 있었다. 특정 영역에서 운동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양한 영역을 막론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신재윤 변호사(이하 신재윤) = 학부생때부터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많았다. 사회적기업 동아리에서 스터디를 하거나,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도전했고, 직접 동아리를 만들어서 활동하기도 했다. 또 내가 살고 있는 과천지역에서 협동조합형태로 마을카페를 만드는데 참여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해왔다.

직접 사회적경제 활동을 해 보니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극복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처음 컨설팅과 전략기획을 선택했다. 사회적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기위해서였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면서 법률 분야가 나와 더 맞겠다고 판단했고, 로스쿨에 진학해 공부했다.

송상현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 송 변호사는 2019년부터 더함에서 일하고 있다. / 사진=안상원 인턴
송상현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 송 변호사는 2019년부터 더함에서 일하고 있다. / 사진=안상원 인턴

Q. 각각 관심분야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송상현 = 공공정책과 규제 샌드박스에 관심이 있다. 공공정책은 특정 분야로 단정짓긴 어렵지만 주로 공공기관 등에 대한 포괄적인 자문이나, 법제연구, 민간투자사업, 스마트시티,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등의 이슈에 대해 법률적으로 자문하거나, 연구 보고서를 적상하는 포괄적인 분야다.

규제 샌드박스는 2019년에 생긴 트렌디한 분야다. 신제품·신서비스를 진행하는 기업에 일정 기간, 일정 지역에서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규제 샌드박스는 사회적기업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주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적경제기업 중에는 소셜벤처 코액터스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고요한 모빌리티(고요한M)’를 진행했다.

조예린 = 소셜벤처와 스타트업, 노동분야에 관심이 있다. 본래 기업업무에 관심이 있었다. 기업도 사회구성원으로 역할을 하는 주체이고, 모든 기업은 (정당하게 이윤을 추구하는 활동을 한다는 전제 하에)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률적인 쟁점이 발생하거나, 양질의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신재윤 = 가장 관심있는 분야는 협동조합이다. 과거 협동조합 활동에 참여하던 시기가 협동조합기본법이 형성되고 개정될 때였다. 활동 중 모르는게 생기면 문의를 하곤 했는데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하거나, 명확하게 해석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애인법과 지적재산권에도 관심이 있다. 학창시절부터 주변에 장애인 친구들이 많았다. 로스쿨에 진학한 뒤에도 장애인 친구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가장 친한 친구가 장애인법연구회 간사로 일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지적재산권은 개인적인 관심으로 작곡을 하고 있기도 하고, 스스로 저작권이 있어서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부터 변호사로서 업무를 시작한 조예린 변호사. / 사진=안상원 인턴
지난해부터 변호사로서 업무를 시작한 조예린 변호사. / 사진=안상원 인턴

Q. 변호사로 일하시면서 현장에 필요하다고 느낀 법안은 무엇인가요?

조예린 = 사회적경제 3법을 이야기 하고 싶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사회적경제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이다. 그동안 여러번 발의 됐음에도 아직 계류중이고, 통과가 지연되는 측면이 있지만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사회적경제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사회적경제를 새로운 주체로 판로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단편적으로 규정이 되다보니 혼란만 가중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사회적경제를 잘 모르고,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신재윤 = 나 역시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에 동의한다. 다만 기본법에서 모든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기본적인 부분’을 규정하면, 이를 토대로 여러 분야를 논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 소관 부처도 다양하고, 법률도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조직이 연관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꼬일 수 있다. 사회적경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납득이 될 수 있도록 조금 더 다듬어지면 좋겠다. 

또한 사회적경제기본법에 사회적금융 활성화 등에 대한 내용까지 담기에는 방대할 것이다. 사회적금융은 따로 별도 법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송상현 = 사회적경제기본법 입법에 대해서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법안 자체가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법률이 기존 법률과 충돌하거나, 특정 내용의 법률안을 입법했을 때 소기의 목적을 거둘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또한 입법을 통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법률 만능주의에 대한 경계도 해야한다.

신재윤 변호사 역시 지난해 부터 더함에서 변호사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신재윤 변호사 역시 지난해 부터 더함에서 변호사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 사진=안상원 인턴

Q. 더함 소속으로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송상현 = 내가 제공한 법률 자문이 기업 프로젝트에 반영되는 등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봤을 때 굉장히 기쁘다. 즉각적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일이 쉽지 않은데 나름대로 역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재윤 = 표면적으로는 내 의뢰인이 불리하게 보이는 소송 관련 서면을 쓸 때, 의뢰인의 상황에 이입하고 이해하면 결국 필요한 요소를 찾아내기도 한다. 물론 작성한 소송 관련 서면은 선배 변호사님들의 검토를 거쳐 나가지만, 내가 작성한 내용이 의뢰인의 승소에 도움을 줄 때 뿌듯함을 느낀다.

조예린 =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나에게 지갑을 선물하기위해 여러 제품을 찾아봤지만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을 선택했다. 이런 작은 행동에서 오는 자기 만족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함에서 일하게 되면서 가치있는 소비에 참여하게 된 것이 의미있는 일이다.

Q. 향후 목표와 계획을 말해달라

송상현 = 건강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위해서는 고객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나 제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부작용 없이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이를 제안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예린 = 모든 기업들이 초기단계에서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가 제도적 지원 등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을 육성하려다 보니 미운털이 박힌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쉽지 않겠지만 기업들이 안정적인 생태계 구성원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변호사로 성장하고 싶다.

신재윤 = 일을 할 때 업무적으로만 접근 하는 것이아니라, 함께 일하는 기업과 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며 접근할 것이다. 아무래도 아직 주니어이다 보니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시니어 변호사님들 만큼 책임감을 갖고 일할 것이다.

또 협동조합들이 법률적으로 궁금했던 부분을 전반적으로 정리해 ‘협동조합 주석서’를 만들고 싶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우리(더함)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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