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주체는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주체의 목적은 ‘공통의 필요와 염원을 충족’하는 것입니다. 주체는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라는 수단을 통해 목적을 달성해 갑니다.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자율적 결사체’를 본질로 하는 협동조합의 정의입니다. 

그렇다면 여러 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우리가 진정한 협동조합의 주체가 되려면 우선 자신의 필요와 염원을 발견한 존재이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필요와 염원 충족이라는 목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결합한 존재이어야 합니다. 아울러 사업체라는 수단을 활용해 필요와 염원을 충족하는 방식을 인지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존재이어야 합니다. 사업체가 공동소유를 기반으로 민주적으로 운영되게끔 지켜야 하는 존재이어야 합니다. 

과연 우리는 협동조합의 진정한 주체일까요? 필요와 염원이 무엇인지 모른 채 박제된 협동조합 법인을 만드는 데 이름만 빌려준 존재는 아닐까요? 돈이 아닌 생명과 사람, 노동 중심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업 방식에 대한 이해와 실천 없이 마이너스 영업이익만을 걱정하는 존재가 돼 가는 것은 아닐까요? 협동조합의 민주적 성격을 외면한 채 사람이 고통 받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닐까요? 또는, 협동조합이 아닌 협동조합 진영에서의 조력자적인 자기 위치를 협동조합의 주체로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요? 무엇보다 필요와 염원의 충족을 협동조합 안에서가 아닌 국가와 시장에서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충족하려는 것은 아닐까요? 

짧은 기간 양적으로 성장한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가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사람 중심의 주체성 강화가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 7월 첫째주 광주광역시에서 개최된 2021년 대한민국사회적경제 박람회 모습.
짧은 기간 양적으로 성장한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가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사람 중심의 주체성 강화가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 7월 첫째주 광주광역시에서 개최된 2021년 대한민국사회적경제 박람회 모습.

역사상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를 영위하는데 지금처럼 좋은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지금은 그 어느 시절보다 주체가 약화된 때이기도 합니다. 국가와 시장 기능의 확대·발전이 어려운 시절 개인의 간절함을 퇴색시키고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인지 역설적이게도 경제적·사회적으로 고립돼, 재물을 안에 쌓는 것으로는 삶의 필요와 염원을 충족시킬 수 없는 어려운 주민이 스스로의 간절한 필요에 기초해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가 국가화·제도화되면서 사람들의 간절한 필요와 염원의 자리에 국가와 시장의 필요와 염원이 자리하고, 이것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어느새 주체의 상실을 가져오는 주체가 우리가 되고, 국가와 시장에 존재하는 비민주적인 절대성과 무오류성의 문화를 문제의식 없이 우리 안에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는 현재 우리가 스스로 느끼는 각박한 현실에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제 다시 우리 스스로가 나를 위하고 우리를 위하고, 더 나아가 모두를 위할 수 있는 진정한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당신들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목적과 수단, 문화와 방식, 본질과 지향 모든 측면에서 당당하고 명확하게 우리의 다름을 설명하고 실천할 수 있는 주체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 본연의 지향과 행복을 밖이 아닌 우리 안에서 찾으려는 여정이자 국가와 시장과는 다른 우리 역할, 국가와 시장 너머 다른 우리 세상을 찾는 과정이기도 할 것입니다. 

역사에서도 보이듯이 주체다운 주체가 되기 위한 노력이 없으면 변죽만 울리다가 도태되거나 포섭당할 것입니다. 관제화한 관성과 패배의식이 쌓이지 않고 주체로부터 시작돼 문제와 모순을 극복하는 가슴 뛰는 새로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사회적 경제를 희망해 봅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