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성이 상실된 물체는 쓰레기가 됩니다. 하지만 수퍼빈은 이 쓰레기가 다른 소재로 재탄생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며 살아간다. 특히 도시문화 소비패턴이 자리잡으면서 쓰레기는 급속도로 늘어나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쓰레기들은 가정, 회사 등에서 분리수거된다. 

유리병에 붙은 상표 라벨지는 떼어내고, 음식물을 담았던 플라스틱 그릇을 깨끗하게 씻어 ‘플라스틱’ 칸에 버린다. 분리배출을 통해 쓰레기 선순환 구조를 이뤄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인 쓰레기들은 선별장에서 대부분 재활용 불가 판정을 받고, 매립·소각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2018년, 국립환경과학원은 재활용제품 생산량을 기준으로 산정한 실질 재활용률은 20.8%에 그쳤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가 지난 1일 성수동 데어바타테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가 지난 1일 성수동 데어바타테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소셜벤처 수퍼빈은 인공지능, 로보틱스라는 무기로 무장한 채 재활용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간 공로를 인정받아 2일, 광주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소셜벤처분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지난 1일, 브랜드경험 플랫폼 비마이비(Be my B)가 성수동 데어바타테에서 ‘ESG시대 달라진 브랜드 생존방식’을 주제로 개최한 두 번째 세션에서 ’쓰레기도 돈이다. 재활용도 놀이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쓰레기 순환경제 구조를 구축하는 수퍼빈

브랜드경험 플랫폼 비마이비(Be my B)가 주최한 'ESG시대 달라진 브랜드 생존방식'의 두 번째 세션은 김정빈 수퍼빈 대표가 진행했다.
브랜드경험 플랫폼 비마이비(Be my B)가 주최한 'ESG시대 달라진 브랜드 생존방식'의 두 번째 세션은 김정빈 수퍼빈 대표가 진행했다.

수퍼빈은 버려지는 쓰레기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김정빈 대표는 수퍼빈은 선형경제와 순환경제로 나뉜 세상에서 순환경제 구조를 형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형경제란 생산-소비-처분이 선형(線形)으로 이뤄진다. 주기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고, 처분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재활용도 처분단계에 해당한다.

김 대표는 “선형경제 구조는 전세계가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를 거치며 갖춘 구조”라면서 “이러한 구조에서는 개개인의 노력이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를 억제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순환경제는 단순히 생산→소비→처분 구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처분단계에서 자원을 재순환하게끔 하는 구조다. 수퍼빈은 새로운 재활용 생태계를 구축해 자원을 순환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퍼빈의 순환경제 사업모델은 생산→소비→처분 구조에서 쓰레기를 회수한 후 선별해 재활용 폐기물을 필요로 하는 생산자에게 전달한다. 사람이 무언가를 소비하고 버리는 순간에 또 다른 벨류체인을 형성하는 셈이다.

인공지능 기술로 순환자원 모델 형성

지난 4월 28일열린 '자원순환 경제의 실현과 전망' 정책토론회에서 수퍼빈의 자원회수로봇 네프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지난 4월 28일열린 '자원순환 경제의 실현과 전망' 정책토론회에서 수퍼빈의 자원회수로봇 네프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김 대표는 수퍼빈을 인공지능 기반 로봇공학 회사라고 소개했다.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은 생활폐기물을 회수·선별해 순환자원모델을 형성한다. 네프론은 현재 700만개 이상의 생활폐기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기준 200대가 설치돼 있다.

네프론으로 회수한 순환자원은 석유화학회사 등의 피드백을 반영한 후 조건에 맞게 선별해 그들에게 다시 제공한다. 김 대표는 “석유화학회사 등 수요처가 원하는 피드백과 요구를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생기면 수요도 생긴다”면서 “선형경제 기반과 순환경제 기반의 사업이 공존이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수퍼빈은 이를 통해 쓰레기 폐기물이 도시 안에서 해결되는 구조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 하반기에는 안양시에만 100대를 설치해 도시의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문화공간 통해 “재활용은 놀이”라는 메시지 확산

김 대표는 또 수퍼빈이 '디자인'이라는 언어를 가진 회사라고 정의했다. 디자인을 통해 “재활용은 놀이”라는 수퍼빈의 메시지를 널리 확산하려고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사람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거점을 문화공간화하고 있다. 네프론 이용으로 얻은 현금 포인트로 친환경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쓰레기마트‘, 쓰레기를 통해 미술작품을 구현한 ’쓰레기미술관‘, 업사이클링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쓰레기카페‘가 그 예다.

김 대표는 “폐기물이 도는 순환자원 프로세스 물류망을 문화콘텐츠를 통해 소개하면서 세상에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것”이라며 “아이들에게도 공유할 수 있을만큼 매력적인 공간을 조성하며 순환경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최대 2만 톤의 폐기물을 가공처리할 수 있는 폐기물 가공공장 설립인가를 받았다. 모은 폐기물을 직접 소재로 만들어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일을 착수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폐기물 가공공장이 건축학적으로도 매력적이고 그안에 문화콘텐츠를 보유하도록 설계하고 운영할 것”이라며 “님비시설이 아닌 도시와 공존할 수 있는 재활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퍼빈의 쓰레기마트. 네프론 이용으로 얻은 현금포인트로 마트 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출처=수퍼빈
수퍼빈의 쓰레기마트. 네프론 이용으로 얻은 현금포인트로 마트 내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출처=수퍼빈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사회가 제품 서비스 중심에서 가치설계 관점으로 변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주의와 기업은 제품, 서비스 중심 관점에서 우리가 어떤 가치를 소비하고 싶은가를 고민하는 세상으로 전환됐다”면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이며, 그 제공가치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비마이비(Be my B)는 브랜드를 주제로 세션, 컨퍼런스, 살롱, 트립 등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커뮤니티다. 6월 24일을 시작으로 총 4차례 'ESG시대 달라진 브랜드 생존 방식'을 주제로 브랜드 세션을 진행중이다. 김병규 연세대 경영대 교수와 김정빈 수퍼빈 대표, 박원정 러쉬 에틱스 디렉터, 이승우 119REO 대표와 함께 브랜드의 새로운 생존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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