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김정빈 교수/출처=서울특별시도시재생센터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김정빈 교수/출처=서울특별시도시재생센터

"긴 시간 노들섬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누구와 함께하며 무엇을 채울 것인지 고민하며 달려왔던 거 같아요. 어떤 장소를 만든다는 개념보다는 아이 하나를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썼어요. 장소를 만들기까지 많은 사람들을 모았던 힘 덕분에 노들섬이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노들섬하면 피크닉, 음악축제, 휴식이 떠오른다. 하지만 노들섬이 문화향유공간의 이미지를 가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2년 노들섬포럼으로 2015년 노들섬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2019년 9월 노들섬 개장축제로 공간을 알렸다.

지난 24일 서울특별시도시재생센터가 진행하는 서울도시재생이야기 어반살롱에서 김정빈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가 노들섬의 기획과 설립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교수는 밴드오브노들팀에서 노들섬의 기획부터 함께했다. 그는 "건축을 먼저하고 운영을 하면 공간이 비어있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선운영 후건축’의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고자 노력했다"며 "기획과 운영을 탄탄히 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개장 전 노들섬의 모습
개장 전 노들섬의 모습/출처=밴드오브노들 블로그

인공섬으로 시작된 노들섬

노들섬은 인공섬이다. 일제강점기에 이촌동과 노량진을 잇는 다리를 지으면서 모래언덕을 인공섬으로 만들고 중지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1995년 일본식 지명 개선사업으로 노들섬으로 개칭됐다. 광복 이후 60년대까지는 여름엔 강수욕을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이후 한강개발계획에 부지가 포함되며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후 노들섬은 오페라하우스, 한강문화예술섬 등으로 주목받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진 못했다. 다시 2012년 부터 노들섬의 활용에 대한 이야기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7개의 단체가 함께하는 밴드오브노들팀 꾸려 노들섬 공모에 최종으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문화공간으로의 노들섬을 기획하며 다양한 대도시의 강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문화시설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강의 경우 주변이 아파트로 둘러쌓여 있어 기획이 명확해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노들섬은 누가 뭐래도 문화향유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밴드오브노들 팀을 꾸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착공식 대신 진행된 노들축제 공모전 포스터/출처=밴드오브노들 블로그
착공식 대신 진행된 노들축제 공모전 포스터/출처=밴드오브노들 블로그

인디뮤지션을 노래하게 하고, 맹꽁이를 이사시키는 건축

건축 후 공간이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간을 준비하며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했다. 공모 최종 당선 시 텃밭으로 활용하던 노들섬 공간일부에 컨테이너로 노들 기지국을 세웠다. 노들 기지국은 사람과 컨텐츠가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했다. 기지국을 중심으로 2년 간 다양한 파일럿 활동을 진행했다. 

데이브레이크, 멜로망스, 소란 등의 인디뮤지션들과 함께 ▲노들뮤직 음원제작 ▲노들섬 식물군락 기록 ▲그라폴리오 챌린지 ▲주조체험 ▲맹꽁이 서포터즈 모집 ▲국제컨퍼런스 등을 진행했다.

맹꽁이 서포터즈는 보호종으로 지정된 맹꽁이가 노들섬 건축현장에서 발견되며 기획됐다. 초중고등학생을 모집해 2500마리의 맹꽁이를 안전한 서식지로 이사시켰다. 그는 "맹꽁이 문제로 건축이 계속 미뤄지고 있었 이를 축제처럼 문제해결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노들섬이 건물로 지어졌을 때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을 미리 해보고 부족함이나 보완점, 만족점 등의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말했다.

착공식도 일반적인 형식을 벗어나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형식으로 기획했다. 2017년 10월 14일 '노들축제'라는 이름으로 착공식을 진행해 3000여명의 시민이 방문했다. 김 교수는 "공간이 구축되기 전부터 계속해서 사람을 모은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7개의 단체가 함께한 밴드오브노들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가 확장되기 시작했고 이후 2019년의 개장에 모아진 사람들이 다 와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처=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
출처=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

혁신과 선례사이의 노들섬

2015년부터 2019년 개장까지 노들섬 기획에 참여하며 그에게는 기획-설계-운영의 통합적 과정에 필요한 거버넌스에 대한 고민이 남았다. 그는 "기획-설계-운영이 가능한 새로운 주체가 필요함을 느꼈다"며 "이 세가지가 따로 움직인다면 공간기획은 어려움이 부딪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복합적인 공간이 많아지면서 공공시설을 지었다고 찾아오는 시대는 끝났기 때문에 민간과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복합문화 공간을 조성하며 어려움을 부분 중 하나에는 선례를 찾는 행정도 있었다. 그는 "기획과 설계 그리고 운영까지 고려되는 과정의 초반기어서 행정적으로 선례를 요구하는 일들이 많았다"며 "전반의 과정에서 혁신과 선례사이에서 크고작은 고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는 창의적인 공간 구성에 있어 ‘스페셜 거버넌스’가 많이 발달 되어 있어 우리도 이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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