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스피크 배우 단체사진
핸드스피크 배우 단체사진

대한민국에는 한국어와 한국수어의 두 가지 공용 언어가 존재한다고 말하면 의아함을 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르면 한국수어는 한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이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어는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제대로 된 언어의 자격을 누리지 못하고 배제되어왔다. 이에 따라 농인들은 충분한 소통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핸드스피크는 11년 전, 정정윤 대표와 농인 아티스트 세 명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되었다. 각종 플랫폼을 통한 문화 예술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하지만 농인들을 위한 관련 교육이나 콘텐츠는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평소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농인 아티스트들이 모이게 되었다. 자신안의 끼와 열정을 억누르며 지내왔던 지난날을 과감히 뛰어넘어 스스로 무대를 만들어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렇게 수어 관련 문화 예술 콘텐츠를 만드는 소셜벤처 ‘핸드스피크’가 탄생했다. 이 안에서 농인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삶과 꿈을 춤, 랩, 연극, 뮤지컬 등으로 마음껏 표현한다. 이는 문화 빈곤에 시달리던 이들이 자신을 세상에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일임에 동시에, 농인과 청인이 언어의 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송지 디자이너
이송지 디자이너

자신을 표현할 동등한 기회_이송지 
(핸드스피크 콘텐츠 농인 관람객, 디자이너)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막상 취업하려고 보면 여전히 장애인을 받아주는 회사는 찾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농인인 나 자신이 꿈을 꾸는 것조차 사치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될 때도 많았습니다. 운이 좋아 취업한다 하더라도 역할은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단순 지시를 수행하는 일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긴 어려운 경우가 많았죠.

이러한 세상에 핸드스피크가 나타났습니다. 대다수의 회사에서 농인은 상사의 지시만을 따라 단순 업무를 반복하곤 하지만, 핸드스피크는 다릅니다. 이 안에서는 농인과 청인이 동등하게 머리를 맞대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예술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농인이 주체가 되어 연출, 퍼포먼스 디렉터, 영화감독을 맡아 작품을 만들고 리더로서 사람들을 이끕니다. 농인 청년이 존중과 대우를 받으며 청인과 동등한 기회를 얻고 사회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핸드스피크는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기업입니다.

농인 청년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농사회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유쾌함과 당당함이 느껴지곤 합니다. 장애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유로워 보입니다. 앞으로도 핸드스피크를 통해 다양한 농인 청년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날개를 마음껏 펼쳐 보이길 소망해봅니다.


이태영 아티스트
이태영 아티스트

진심이라는 구심점_이태영 
(핸드스피크 소속 농인 아티스트)

저는 현재 핸드스피크의 공식 ‘배우’이자, 비공식 찐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핸드스피크가 참 좋습니다. 왜 이렇게 좋을까, 이유를 생각해보면 함께하는 사람들 덕분입니다. 언제나 진실한 마음으로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대표님, 순수한 패기와 열정으로 나아가는 연출님, 단원들을 실제로 만나보면 누구라도 금세 매료되고 말 것입니다. 핸드스피커의 구성원들은 무슨 일이든 진심을 담아 임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심이 가지는 힘은 매우 위대하죠.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왔던 우리가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는 구심점이 되어 주거든요.

‘장애’가 우리를 나타내는 전부가 아닙니다. 장애는 그저 우리가 가진 하나의 특성이자 개성일 뿐입니다. 그래서 핸드스피크가 만드는 콘텐츠에는 ‘장애 극복’이나 ‘청각장애인’이라는 상투적인 패러다임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을 담아냅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관객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습니다. 핸드스피크 극단 배우로 들어가는 선택은 제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극단에 들어오기 전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하루하루 비슷하게 흘러가는 날들 속에서 늘 마음 한편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죠. 그러던 제가 핸드스피크를 만나 내 안에 숨어 있던 날개를 만난 기분입니다. 그 날개를 활짝 펴고 푹 빠져들었습니다.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중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 우리에겐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지금 제게 있어 핸드스피크가 바로 “소중한 순간”입니다. 이 귀한 순간을 하루하루 귀하게 여기며 소중하게 즐기고 싶습니다.


박경식 연출/대표
박경식 연출/대표

꿈을 좇는 이들의 선한 영향력_ 박경식
(청인, 수어연극 <사라지는 사람들> 연출, 공연창작소공간 대표)

핸드스피크 구성원들을 보고 있자면, 참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졌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하고 있으면 저 또한 그 마음을 닮게 되죠. 순수한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고 유쾌하며 행복합니다.

함께 작업할 때도 이런 부분들이 작품에 고스란히 스며듭니다. 작품에 임하는 자세에서는 열정과 노력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그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핸드스피크의 모두가 나의 자랑스러운 동생이며 동료입니다.

핸드스피크에는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그 원동력은 구성원 모두가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주위에 많은 사람에게도 이런 선한 영향력을 미칩니다. 함께 힘을 얻고 치유되죠. 저 또한 그렇고, 핸드스피크의 공연을 보는 관객들에게도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전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기사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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