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우 농부님.
요새 농사를 계속해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어제 들은 얘긴데요. 저희 집 근처 110평의 땅이 1억에 팔렸답니다. 평생을 농사해도 1억을 벌기 어렵습니다. 1억 빚이 없으면 다행이지요. 그런데 짜투리 땅 한 떼기 팔면 1억이랍니다. 그 옆 600평 밭은 지난 달에 5억 5000만원 넘는 가격에 팔렸습니다. 평당 93만원입니다. 얼마 전에는 집 뒤 비탈밭이 평당 120만원에 팔렸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기 쓰고 농사해도 빚만 느는 형국에서 계속 농사하는 것이 맞나 싶어요. 서너 마지기 논 하나 팔아도 빚 다 갚고 여유롭게 살 수 있는데요. 무슨 까닭에 죽어라 농사를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요새 저를 지배하고 있답니다. 문화농업, 사회적 농업을 얘기하고 다니면서도 속내에는 이런 고민이 있답니다. 

임영우 농부는 어머니가 시작한 도시양봉을 이어받아 MnS(엄마와 아들)이라는 소셜벤처 설립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본인 제공
임영우 농부는 어머니가 시작한 도시양봉을 이어받아 MnS(엄마와 아들)이라는 소셜벤처 설립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본인 제공

청년창업농 대출 자금으로 1000평 정도 사서 양봉을 이용한 양봉치유농업센터를 건립하려는 얘길 봄에 들었습니다. 친환경 양봉을 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은 근방에 축사가 없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사료를 벌들이 무척 좋아해서 사료 속에 있는 화학물질이 꿀에 유입되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치유농업센터를 지으려면 버스가 들어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했지요. 그런 곳은 여지없이 화성시에서는 평당 70만원은 호가한다고 했지요. 양봉하시는 부모님의 대를 이어 화성시에서 양봉을 통한 사회적 농업, 치유농업을 이루고 싶다고 했지요.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기도 어렵지만, 땅값이 너무 올라 구입자금 확보가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했지요. 

농지가격이 급상승한 세상에서 찾아오는 것은 영농의욕 상실입니다. 농사를 포기하고 땅을 정리하는 길이 돈을 보는 유일한 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농사를 할까요? 저희 농네 집주변 대부분 땅은 부재지주의 땅이 되어 버린지 오래입니다. 마을 안쪽 논은 저희 논 빼고 모두 다 팔려나갔지요. 이런 분위기인 화성시에서 땅을 구입하여 창업농을 일궈가려는 젊은이의 어려움과 고뇌가 얼마나 깊을까요? 백 번 공감합니다.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 됐을까요? 농지가격 상승은 농부로 하여금 농사 의지를 꺾습니다. 땅을 구입해 멋진 농사를 일궈가려는 젊은 창업농들에게는 큰 빚을 지고 시작하게 만듭니다. 아무리 봐도 우리 사회가 심각한 망국병에 걸린 것은 분명합니다. 근로소득을 하찮게 여기고, 불로소득이 최고가 된 세상에서 그래도 농사짓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부동산 공화국에서 불편한 노동을 감내하고 토지의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승화하려는 바보스러운 추구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고3, 취준생들의 고민에 특별히 애정이 많은 청년농부입니다. 사회문제를 품는 포용적 문화주의 농업을 이뤄가는 청년농부의 귀한 모델이 될 것입니다./본인 제공
고3, 취준생들의 고민에 특별히 애정이 많은 청년농부입니다. 사회문제를 품는 포용적 문화주의 농업을 이뤄가는 청년농부의 귀한 모델이 될 것입니다./본인 제공

임영우 농부님.
모임에서 소개하라고 하면 “직원 250만명을 고용한 재벌입니다.”라고 한다면서요. 벌통 하나에 3만5000여 마리 정도의 벌이 있고, 70여 통을 운영하는데, 벌 수가 250만 마리 정도 된 것을 재벌에 빗댄 표현이지만, 내적 긍지, 자신감이 묻어나는 말입니다. 250만 직원으로 치유농업센터를 이루려는 소셜벤처가다운 면모입니다. 벌은 “함께 깊이 가야 할 인생의 동반자”라고 했지요. 재벌총수로서 직원관리를 어떻게 하냐고 하니 “벌이 병들어 죽거나 말벌이 와서 물어 죽이면 매우 안타깝고 화가 나요.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안 생길까 늘 고민이에요. 내가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것 먹으려 하듯 벌에게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려 하고요. 항생제나 화학농약을 쓰지 않아요.” 임영우 농부님이 벌에게 하듯 재벌들이 직원들을 대한다면 한국사회는 다른 세상이 되어 있을 겁니다.

“치유농업을 하면서 나 자신도 치유받고,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어요.” 왜 양봉치유센터를 하려 하냐는 질문에 대한 일성이었지요. 치유농업을 통해 지친 사람들을 치유하겠다, 부가창출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먼저 치유를 받겠다는 자기를 잃지 않으려는 성찰적 자세를 25세 젊은 농부에게서 듣는 것은 잔잔한 도전입니다. 양봉치유농업센터를 통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냐는 질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나 평소 해결하기 힘든 사람들, 도시환경에서 지친 사람들, 고3 학생, 취준생입니다.”라는 말에서는 일개 농장경영주가 아니라 사회치유자요, 사회혁신가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요양원 등 자원봉사를 일처럼 다녔다면서요. 군대 가기 전 자원봉사를 1000시간 넘게 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요양원의 어느 노인분은 운명 전에 영우씨를 찾았다면서요. 어떻게 해서 그럴 수 있냐는 질문에 “그냥 얘기 들어들이고 스마트폰 쓰는 법 등을 가르쳐 드렸을 뿐이에요.” 평범한 말 같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일상의 호혜원리를 담담히 말하는 그대를 보며 삶은 이런 거구나라고 뒤돌아보게 됩니다. 이런 추구와 욕망이 불로소득 광풍 너머로 삶을 견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제 논 일 하다가 최근에 팔린 600평 땅 주인 부부가 동네에 왔다 해서 한 잔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땅에서 제가 콩 농사를 하기로 해서입니다. 배수구를 새롭게 뽑은 것을 저번에 와서 보고는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얘기하러 왔다고 합니다. 향후 택지로 4등분하려고 하는데, 밭 배수구가 문제라는 것이지요. 부동산은 화성시, 평택시, 용인시에 투자를 해야 한답디다. 여주에 땅을 사려 했는데, 인구가 줄어서 화성으로 왔답니다. 나보고 지금 땅 팔지 말고 10년 더 갖고 있다가 팔랍니다. 지금은 조금 팔아서 생활자금 하라면서요. 이런 얘기도 하덥디다. 아들놈이나 아들놈 친구들을 보면 일을 하려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요새 젊은이들은 해외주식이나 비트코인에 빠져 있어요. 사위는 해외주식하고 있어요. 돈 벌려고 땅 사러 왔지만, 우리나라 문제가 많아요.” 이런 젊은이들의 자금흐름이 한국경제를 견인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 싱가포르처럼 금융도시로 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더군요. 저마다의 삶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부동산 광풍 속에서 땅을 갖고 살아가는 농부의 삶이 한없이 초라해지기에 하는 얘기지요.

평당 93만원에 팔린 땅에서 글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곳에 보리(춘파 시 추대되지 않는 종자)와 콩을 혼파했습니다. 보리의 타감작용으로 풀을 억제하고, 곧 장마 지면서 보리는 자라질 못하고, 콩은 스파트를 내어 커갑니다. 일시에 예초기로 순 주는 것 외에는 하지 않는 저탄소농업 맥류멀칭자연농법을 실험하기 위해 부재지주 땅을 도지 얻어 콩농사한 곳입니다. 비둘기 까치들이 콩을 빼먹어서, 초기 1주일은 이렇게 가족이 돌아가면 새를 쫓습니다./본인 제공
평당 93만원에 팔린 땅에서 글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곳에 보리(춘파 시 추대되지 않는 종자)와 콩을 혼파했습니다. 보리의 타감작용으로 풀을 억제하고, 곧 장마 지면서 보리는 자라질 못하고, 콩은 스파트를 내어 커갑니다. 일시에 예초기로 순 주는 것 외에는 하지 않는 저탄소농업 맥류멀칭자연농법을 실험하기 위해 부재지주 땅을 도지 얻어 콩농사한 곳입니다. 비둘기 까치들이 콩을 빼먹어서, 초기 1주일은 이렇게 가족이 돌아가면 새를 쫓습니다./본인 제공

임영우 농부님.
자기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농부답게 살아가는 것을 임영우 농부님의 얘길 들으며 가다듬게 됩니다. 빚에 허덕이는 한 농부가 땅값 상승에 맞닥뜨리는 영농의욕상실 상황 속에서 젊은 창업농부에게 위로와 용기를 받는군요. 원래 꿈이 곤충학자와 한의사였다면서요. 부모님이 양봉을 통해 치유농업을 하시는 것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봉사의 새로운 영역을 발견했다면서요. 그래서 사회복지학과를 들어가고, 치유농업, 사회적농업, 청년창업농을 시작했다면서요.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사람들 간의 편안한 허브가 되는 장소를 만들고 싶어요. 센터가 됐든 농장이 됐든 말이에요.” 땅 없이 집에서 양봉을 하시는 부모님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천평 정도 청년창업농 지원 융자로 구입하려는 한 젊은이 행보 앞에서 더욱 생각이 깊어집니다. “사회적기업이란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라 생각합니다.” 임영우 농부님의 이 말은 결코 입바른 얘기가 아닌 젊은 창업농이 갖고 있는 한국 사회를 향한 진정성 있는 고백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이글의 마무리를 600평 콩밭에서 새 쫓으며 쓰고 있어요. 농부가 땅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생명을 지어가야지요. 이런 농부들이 있기에 불로소득의 거품사회를 지탱하고 있다고 봅니다. 농부가 땅을 관리하고 땅속에서 자기다움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기업이고 사회적 농업이 아닐까요. 이런 농부들이 많이 늘어나 건강한 사회가 되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25세의 봄날 마늘잎처럼 생기있고 윤기있는 삶의 추구가 모두 이뤄줘 근실한 열매를 맺길 빕니다. 청년농부 그대는 사회혁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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