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자연을 만나러 제주를 찾는 분들이 많죠. 그런 면에서 탑동은 뛰어난 자연이 있는 관광지는 아닙니다. 해변에는 큰 방파제가 있어 탁 트인 바다를 보기도 어렵고요.”

김지윤 베드라디오 대표(왼쪽)./출처=가이드라이브 유튜브 갈무리
김지윤 베드라디오 대표(왼쪽)./출처=가이드라이브 유튜브 갈무리

탑동은 제주시 삼도2동에 있는 북쪽 해안지역을 일컫는다. 정식 행정구역명은 아니지만, 과거 ‘탑이 많았던 동네’라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12일 진행된 유튜브 랜선여행 ‘라이브 비즈니스 투어’는 제주도 원도심 탑동을 누비며 골목골목 먹거리와 볼거리를 소개했다.

라이브 비즈니스 투어는 로컬 콘텐츠기업 ‘어반플레이’가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지역 가이드 기반의 투어 제작사 ‘가이드라이브’와 협업해 제작한 상품이다. 지역 자원을 사업 모델로 발굴한 로컬 콘텐츠 그룹 대표와 실시간으로 여행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말부터 여가 활동 플랫폼 ‘프립’ 앱과 홈페이지에서 패키지 티켓을 판매했다. 참가자들은 별도 전달되는 라이브 링크로 랜선 투어에 참여했다.

이날 투어는 ‘라이프스타일로 바꾼 로컬타운의 비밀’을 주제로 오전에는 제주시 탑동을, 오후에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를 방문했다. 탑동은 김지완 ‘아라리오 제주’ 대표와 김지윤 ‘베드라디오’ 대표가, 사계리는 고선영 ‘재주상회’ 대표가 안내했다.

김지완 대표는 탑동시네마를 리모델링한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와 ‘디앤디파트먼트 제주’를 중심으로 예술과 공간을 통한 원도심 재생 이야기를 전했다.

김지완 아라리오 대표(오른쪽)./출처=가이드라이브 유튜브 갈무리
김지완 아라리오 대표(오른쪽)./출처=가이드라이브 유튜브 갈무리

탑동은 1990년대 제주 최고의 번화가였지만, 행정기관이 신제주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쇠퇴했다. 낙후한 원도심 지역은 2015년 다시 활기를 띤다. ‘아라리오’ 설립자 김창일 회장이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를 열면서부터다. 김 회장은 2005년 폐관한 시네마극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현대미술 작품을 모아놓은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보다 지속가능하고 발전적인 탑동 재생 프로젝트를 위해, 아라리오는 지난해 7월 뮤지엄 옆에 ‘디앤디파트먼트 제주(D&Department JEJU)’를 열었다. 디앤디파트먼트 제주는 제주 제철 식자재와 식문화를 전하는 식당, 제주만의 지역성을 담은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 제주 특산품으로 꾸려진 게스트룸 ‘d room’ 등으로 구성돼있다.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내 상점. 제주에서 옛날부터 만들어지고 계속 사용되고 있는 상품을 발굴하고 판매한다./출처=D&DEPARTMENT JEJU by ARARIO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내 상점. 제주에서 옛날부터 만들어지고 계속 사용되고 있는 상품을 발굴하고 판매한다./출처=D&DEPARTMENT JEJU by ARARIO

디앤디파트먼트 제주는 ‘업사이클링’의 표본이다. 과거 버거킹이었던 건물을 리모렐링하며 당시 있던 바닥을 그대로 살렸고, 재활용한 가구는 수리와 세탁 과정을 거쳐 배치했다. 프라이탁(Freitag) 매장을 들여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프라이탁은 트럭 방수천 등을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는 스위스 브랜드다.

김지완 대표는 “디자이너 조 나가사카가 ‘보이지 않는 개발’이라는 콘셉트를 갖고 공간을 설계했다”며 “공간에서 기존의 것을 살리면 그 안에 담긴 콘텐츠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지윤 대표가 탑동 안내 배턴을 이어받았다. 김 대표는 로컬 커뮤니티 호스텔 ‘베드라디오’와 펍 ‘멜멕집’을 운영한다. 그는 “탑동은 원도심 특성상 관광객이 많은 편이 아니다”라며 “해안가에서 즐기는 것 이외에도 밤에 즐길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호스텔 아래 펍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제주 베드라디오 동문점 1층 멜맥집에서 판매 중인 피쉬앤칩스. 제주바다에서 잡히는 해산물로 만들었다./출처=베드라디오 블로그
제주 베드라디오 동문점 1층 멜맥집에서 판매 중인 피쉬앤칩스. 제주바다에서 잡히는 해산물로 만들었다./출처=베드라디오 블로그

4년차 제주 거주민인 김지윤 대표. 이날 그는 시청자들과 함께 탑동해안로와 산지천을 거닐었다. 요즘 숙박 트렌드를 묻는 말에 그는 “요즘에는 독채가 대세”라며 “신혼여행으로 제주를 찾는 커플이 늘어나다 보니 애월읍 어떤 펜션은 11월까지 예약이 마감됐다더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방을 만들어서 손님만 받으면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이제는 주인의 가치관 등 콘셉트를 포함해 꾸민다”고 덧붙였다.

오후에 이어진 2부 시간에는 고선영 대표가 서귀포시 사계리의 안내자로 나와 서귀포 전통 식문화와 지역 특산물을 재해석한 콘텐츠를 소개했다. 제주의 숨은 가치를 담아 ‘살아보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제주리얼매거진 '인iiin'을 발행하고, ‘인스토어,’ ‘사계생활,’ ‘사계부엌’ 등 제주의 오래된 공간을 재생해 오프라인에 다양하게 선보였던 이야기를 공유했다.

이날 진행된 로컬 투어에는 실시간으로 40명 이상의 시청자가 참여했다. 시청자들은 "올 여름 제주도 여행을 길게 갈 예정인데 유용할 것 같다," "​배경으로 흘러가는 가게나 거리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음 ‘라이브 비즈니스 투어’는 8월 말 부산 영도에서 진행된다.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는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로컬 자원을 발굴하는 ‘로컬러’들과 함께 온·오프라인으로 지역 구석구석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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