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의 2014~2018년 은퇴선수 현황에 따르면 은퇴선수의 평균연령은 23세, 실업률은 35% 이상이다. 고용형태는 정규직 35.4%, 비정규직 64.6%이다. 본인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비율은 65%가 넘는다. (선수경력 3년 이상, 20세 이상 39세 이하 은퇴선수에 대한 통계)

은퇴선수의 2018년 취업 현황에 따르면 △스포츠 강사·트레이너(13.1%) △감독·코치(11.7%) △교사(3.4%) △강습업체운영(3.4%) △스포츠 시설 관리(1.5%) △(스포츠 분야)기타(2.7%) 등 스포츠 강사·트레이너로의 취업이 가장 많았다.

스포츠 분야와 관련없는 업종으로는 △서비스 종사자(9.5%) △사무 종사자(7.5%) △판매 종사자(2.5%) △군인(1.5%) △(일반)기타(9.4%) △무직(33.8%) 등을 보였다. 선수시절의 노하우를 살리지 못하고 서비스, 사무, 판매 등과 같은 일반 업종으로의 취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 선수가 현재와 미래에 마주하게 되는 주된 문제는 '기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가이며, 그 다음은 경제의 사회적 수준이다. 이는 학생 선수 뿐만 아니라 체육 계열 전공자가 마주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로운넷>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2021 H-온드림 A 트랙에 선정된 21곳의 기업 중 ‘체육인의 경력단절문제’에 주목해 체육인들의 진로와 취업문제의 심각성을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경력단절체육인 경력개발 소셜벤처'의 이야기를 전한다.

"축구 다시 하려면 테스트 같은 거 받아야 하는 거지?"

"아이, 무슨 소리예요. 아직 몸도 다 못 만들었는데 준비되려면 한참 멀었어요."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지 마."

"그럼 뭐, 무작정 들이밀어요?"

"내가 살아 보니까 완벽하게 준비되는 순간은 안 오더라고. 그냥 지금 시작하면서 채워. 아끼다 뭐 된다는 말 알지? 무작정 부족해도 들이밀어.“ 

                                                                                           -나빌레라中-

지난 4월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나빌레라’는 70세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과 축구선수를 그만두고 발레리노라는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채록'이 함께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덕출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위해 묵묵히 나아가고 있는 채록에게 ‘날아오를 사람’이라고 말한다. 덕출의 이 말은 채록 뿐 아니라 저마다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는 많은 청춘들에게 위로를 전해주었다. 하지만 덕출의 위로가 더욱 빛났던 것은 덕출의 애정어린 시선이 채록과 같은 '반짝이는' 청춘들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 드라마에는 또 다른 청춘 ‘호범’이 등장한다. 채록이 꿈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 '반짝이는' 청춘이라면, 호범은 꿈 앞에서 방황하며 잠시 '깜빡거리고 있는' 청춘이다. 11살 때부터 축구를 한 호범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프로에 진출하고자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호범의 꿈은 좌절된다. 간절하게 바랬던 꿈이 좌절된 이후 호범은 방황하며 분노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한편으로는 자신과 달리 곧 날아오를 것 같은 채록을 보며 부러움과 질투, 그 끝의 공허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꿈은 다 망가져버렸다고 생각하는 스물셋의 호범에게도 덕출은 애정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덕출은 곧 날아오를 것 같은 채록을 바라보며 공허한 마음을 느끼는 호범을 바라보고 말한다. “호범아, 너도 다시 날아오를 수 있어”

경력단절체육인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

그동안 체육인들은 다른 전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고용상황에 처해왔다. 취업자의 10~15%가 4대 보험 없이 근무를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신용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금융시스템에서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유명한 체육인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체육인들은 중간 이하의 삶을 영위하는 게 보편적이며, 사회 구조적으로 소외된 직종에 속한다.

체육 전공자들은 취업준비에 있어 정보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현실에서 요구되는 경력의 부족, 자격증의 부재, 적성 파악의 어려움을 그 다음 어려움으로 꼽는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능력을 강화하는 학교 교육의 부재도 체육 전공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이다. 소셜벤처 베어런(BEARUN, 대표 김성규)은 대다수 체육인들이 마주하는 체육계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등장했다.

‘We Bear, Learn&Run’ 경력단절체육인 지원 소셜벤처 베어런

“스포츠산업 종사자는 45만 명에 달해요. 하지만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서는 단지 8개의 직업군으로만 분류하고 있어요.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취업지원사업이 체육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어려운 이유이며 동시에 대부분의 체육전공자들이 친구와 선배들의 정보에 의존하는 이유입니다. 체육인을 위한 진로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라서, 현실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베어런은 체육인의 독특한 커리어 커브를 반영한 전문 진로지도 및 역량 교육, 교육추천 서비스, 구인 구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벤처이다. 경력단절체육인의 커리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베어런 팀이 회의를 하고 있다.
베어런 팀이 회의를 하고 있다.

김성규 대표는 2000년 인크루트의 채용 컨설팅 팀장을 시작으로 로켓펀치의 부대표까지 지난 20년간 채용 컨설팅을 통해 3000건 이상의 국내외 기업 신입공채 및 경력채용, 평가 컨설팅을 수행해왔다. 김 대표는 고용노동부의 평가위원으로 근무했던 시절, 분야별 실업률 조사를 하던 중 체육인들의 취업 데이터를 보고 이들의 취업 상황이 다른 분야에 비해 심각하게 나쁘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 베어런의 시작이었다.

“꿈을 꾸기 위해서는 기초 경제활동이 필요해요. 자기 위치에 맞는 올바른 취업을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고요. 체육인들의 적확한 취업을 위해 별도의 특수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현재 한양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원의 스포츠 경영 석사 과정을 진행중인 김 대표는 "베어런은 20년 경력의 HR전문가 입장에서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체육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베어런 김성규 대표. 본인 요청으로 곰 가면을 쓰고 촬영.
베어런 김성규 대표. 본인 요청으로 곰 가면을 쓰고 촬영.

“체육인들의 데이터베이스가 정리된 곳이 없어요. 누군가가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로 가공을 해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베어런은 체육인들의 10년 치 누적 취업률, 스포츠 산업의 현황, 체육인들의 경력과 채용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정리해서 체육인들이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가공합니다”

베어런은 빅데이터와 AI기술을 이용해 인터넷상의 체육인 관련 채용공고, 진로정보 등을 수집하고 가공해 제공한다. 스포츠 분야 현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직업 544개로 구성된 베어런의 체육분야 직무분류체계는 다른 서비스가 갖지 못한 베어런만의 경쟁력이다.

베어런만의 체육인 경력개발프로그램 B-CDP

베어런은 20여 년간 구직자 선발 및 채용구조설계 등 HR(인적자원) 컨설팅과 대학 내 경력개발사업 등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CDP(Career Development program) 프로그램을 구성해 체육인의 진로문제를 보다 전문적인 영역으로 가져와 해결하고자 한다.

B-CDP는 개인의 생애진로설계와 커리어 관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부적으로는 진로탐색, 개인진단, 목표설정 및 계획 수립, 실행을 통한 역량강화 등이다. 베어런은 체육인들의 경력개발을 기반으로 생애진로설계와 더불어 최적의 교육을 제공하고 실질적으로 개인의 역량을 향상시켜 원하는 진로로 갈 수 있도록 돕는다.

B-CDP 브로슈어 사진 / 출처=베어런
B-CDP 브로슈어 사진 / 출처=베어런

B-CDP를 기반으로 한 베어런 서비스는 '베어런 온디멘드', '베어런 유니브', '베어런' 등 3가지로 구성된다.

'베어런 온디멘드'는 체육대학, 체육학과, 스포츠 관련 협회 등 체육 전문 구성원이 있는 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대학의 체육 전공자, 체육 유관협회, 선수단 등의 요청사항에 맞춰 기초사항 체크부터 취업연계까지 진행한다.

'베어런 유니브'는 대학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현재 동원대학교, 국민대학교 등과 B-CDP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체육전공자에게 특화된 경력개발 전산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베어런 유니브의 목표다.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베어런 B-CDP 세미나 / 출처=베어런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베어런 B-CDP 세미나 / 출처=베어런

'베어런'은 개인 대상 모바일 서비스다. 이용자가 구독서비스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진단부터, 유료화된 고급 진단검사, 진단을 기반으로 한 역량 강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또한 각 단계별로 추천된 교육을 받고, 교육에 대한 성과관리를 진행해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에 필요한 진로준비를 해나갈 수 있다. 

“본인에게 알맞은 유형을 추천하는 것이 구인·구직과 교육 추천의 핵심 모델입니다. 올해 8월에 구인·구직과 교육사이트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에요.”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베어런 B-CDP 세미나 / 출처=베어런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베어런 B-CDP 세미나 / 출처=베어런

베어런은 (주)피비씨지와 체육인 대상 심리검사 개발 업무 협약을, 이음심리상담연구소와 스포츠 멘탈코칭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체육인 커리어 분석에 정신 건강학적도 접목했다.

“베어런은 체육인들의 심리를 기반으로 체육인 경력 개발을 위한 툴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구인구직과 교육사업을 진행해요. 갑자기 은퇴를 하거나 체육학과를 전공하고 막 사회에 나오면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까지 마음이 급해요. 그래서 심리측정을 기반으로 커리어를 분석하는 거에요. 심리학적으로 접근해 체육인들이 커리어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앞으로 해나갈 일들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영민한 곰처럼 배우며 성장해나가는 체육인들과 동행

“베어런은 사회초년생들이 사회에 안전하게 진출하는 것, 이미 사회에 진출한 체육인들이 더욱 성장해나가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가진 사람들끼리 함께 정보를 주고받으며 네트워킹을 할 수 있게끔 체육인들간의 네트워킹 시스템을 만들고자 합니다. 체육인들이 네트워킹을 통해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서로 연결되는 플랫폼을 만들거에요.”

베어런의 1차 목표는 2023년까지 스포츠인 경력개발교육 및 구인구직 플랫폼으로서 체대 재학생, 졸업생, 스포츠업 종사자 등 체육인 인재들의 DB 50만개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후 검증된 스포츠 인재들을 생활체육과 연계해 생활체육인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최종적으로는 금융, 소셜 네트워크, 부동산, 스포츠 정보 등 스포츠와 관련된 통합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츠 통합 라이프 플랫폼으로 성장해나간다는 꿈을 꾼다.

베어런 김성규 대표. 본인 요청으로 곰 가면을 쓰고 촬영.
베어런 김성규 대표. 본인 요청으로 곰 가면을 쓰고 촬영.

“운동사도 의사만큼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고, 성장하면 그만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해야 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많이 왜곡된 시장이 바로 체육업계입니다.”

김성규 대표는 경력단절체육인들이 커리어를 이어가는데 있어 최소한 몰라서 못하는 일은 없도록, 동일한 기회는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며 경력단절체육인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곰은 우직하기도 하지만 굉장히 빠르고 영민한 동물이에요. 베어런은 체육인들을 이런 곰에 의인화 했습니다. 베어런(BEARUN)은 ‘We Bear, Learn&Run’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체육인들이 영민한 곰처럼 배우며 성장해나가는 과정에 파트너로서 계속 함께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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