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투기 방지와 주거 안정을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대안적 주거모델인 ‘사회주택’에 예상치 못한 불똥이 튀었다.

지난해 8월 개정된 민간임대주택특별법(민특법)과 종합부동산세법(종부세) 시행령 등에 따른 것이다. 규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공익을 추구하는 사회주택과 투기용 주택을 분리할 근거가 없어 발생한 현상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5월 나온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발표 대로라면, 새로 짓지 않고 기존 건물을 사서 추진하는 사회주택 사업 모델은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이에 비영리 주거모델로 제시되는 사회주택 등 공익성격의 임대사업은 예외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로운넷>은 부동산 정책 변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종부세 내는 매입임대주택

지난 7.10 부동산 대책으로 바뀐 등록임대주택 제도./출처=국토교통부
지난 7.10 부동산 대책으로 바뀐 등록임대주택 제도./출처=국토교통부

2017년 말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취득세 및 재산세 경감, 종부세 배제 등의 세제 혜택을 줬다. 임대료 인상 5% 제한 등 공적 의무를 다하는 대신 소유한 주택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준 거다.

민간임대주택은 취득유형에 따라 ‘매입임대주택’과 ‘건설임대주택’ 두 유형으로 나뉜다. 임대사업자가 이미 지어진 주택을 사들인 뒤 임대하는 게 전자, 주택을 건설해 임대하는 게 후자다. 의무임대기간에 따라서도 4년짜리 '단기민간임대주택'과 8년짜리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으로 나뉜다.

그런데 지난 8월 민특법 개정으로 단기민간임대주택 제도가 폐지됐다. 매입형이든 건설형이든, 임대사업자는 사업자 등록을 할 때 의무임대기간을 4년으로 선택할 수 없게 됐다. 개정된 민특법은 세제 강화 정책인 '7.10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였다. 다주택자의 세율을 높여 시장으로 매물을 내놓게 유도하려고 나온 정부 대책이다.

개정된 민특법에 따르면 기존 단기민간임대주택은 의무기간 종료 후 등록이 말소된다. 연장이 안되니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종부세'는 내야 한다. 종부세 시행령 때문이다. 종부세 시행령은 '합산배제 임대주택'이라는 조목에서 종부세를 내야 하는 임대주택과 안 내도 되는 임대주택을 구분한다. 현행 종부세 시행령을 보면, 매입임대주택은 이제 와서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해도 합산배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회주택에 웬 종부세? "매입임대라..."

이에 따라 사회주택 중에서도 매입임대주택은 올해부터 종부세를 내야 한다. 종부세와 재산세 등은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소유자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사회주택은 저렴한 임대료로 주거안정에 기여하는 대안적 주거모델이다. 투기와는 관련이 없다. 그런데 지어져있던 건물을 사들였다는 사실만으로 종부세 과세 대상으로 분류된 거다. 투기 근절을 목적으로 시행한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다.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함께주택 1호. 원래 지어져있던 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했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이 소유하며, 조합원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낸다./출처=함께주택협동조합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함께주택 1호. 원래 지어져있던 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했다. 함께주택협동조합이 소유하며, 조합원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낸다./출처=함께주택협동조합

예를 들어 매입임대주택에 해당하는 함께주택 1호의 경우, 매년 약 1000만원의 종부세를 낼 처지에 놓였다. 함께주택은 사회적기업인 ‘함께주택협동조합’이 소유, 운영하는 주택이다. 실거주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주택자산을 소유하고 이용하는 형태다. 임대료 수준은 주변 시세의 60~70%로, 등록 당시 단기민간임대주택이었다.

동작구에서 청년을 위해 노후주택을 매입, 리모델링해 공유주택으로 공급하던 ‘희망동네 사회적협동조합’ 역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됐다.

아파트형 사회주택으로 유명한 ‘위스테이’도 향후 대상이 될 수 있다. 지금은 건설임대형으로 분류돼 종부세 합산에서 배제된다. 하지만 예정대로 8년 의무임대 기간이 끝나고 입주자 사회적협동조합이 아파트 자산을 매입해 임대하면, ‘법인 소유의 매입임대주택’으로 분류돼 종부세를 내야 한다.

박종숙 함께주택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사회적경제주체들이 법인을 설립하고 스스로 임대사업자가 돼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기간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노력을 세심히 살펴보지 않고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주택을 매매·보유하는 다주택자와 동일하게 취급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격’ 민주당 부동산특위안...매입형 사회주택 사실상 불가능

이에 더해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이 그대로 적용되면, 기존 건물을 사들인 후 운영하는 사회주택은 아예 만들어지기 힘들 전망이다.

특위는 세제 부문에서 임대등록 사업자 제도를 건드렸다. 특위는 "등록임대사업자의 과도한 세제 혜택이 있었고, 그로 인한 매물 잠김 현상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제도개선 취지를 밝혔다.

세제 개선안은 민간매입임대주택의 경우,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한 임대사업 신규 등록을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아파트든 다가구주택이든 매입해 임대하면 더는 세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운영되는 게 목적인 사회주택 입장에서는 그런 환경에서 매입임대로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

다만, 특위는 '생계형 임대주택사업자'에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생계를 위해 임대하는 사업자는 의무 임대기간이 끝나도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향이다. 특위안에 대한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나온 조치다. 생계형 임대주택사업자의 범위는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전한 임대 추구하는 주택은 구제책 강구해야

취지와 다르게 이런 사각지대가 발생한 건 임대주택 분류 방식 때문이다. 현행법상 임대주택은 어떻게 건물을 취득했는지에 따라 ‘매입형’과 ‘건설형’으로 나뉘고, 공공이 얼마나 개입하냐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으로 나뉜다. 세입자의 거주기간 보장, 커뮤니티 활성화 등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추구하는지는 분류 기준에 없다. 투기 목적 없이,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회주택을 구분하지 못한다.

장기 해결책은 주거 안정 등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공동체주택이나 사회주택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거다. 현재 국회에서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인데,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기노채 한국주택도시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서로 다른 영역의 법인들과 다양한 성격의 주택 사업들을 ‘임대사업법인’으로 동일하게 묶어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해 발생하는 문제점”이라며 “투기 세력을 근절하기 위해 개정한 제도적인 장치가 건전한 대안적 주택 사업자와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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