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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하 민쿱)은 지난 2월 연희 달팽이집 입주를 계기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공급을 본격화했다. 달팽이집은 청년 주거 안정과 자치 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민쿱이 운영 또는 공급하는 청년 대상 주거공간이다. 연희 달팽이집은 수요자가 직접 설계 단계부터 주거공간 구상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민쿱은 현재 설계 마무리 단계에 있는 정릉 달팽이집과 수유 달팽이집 착공으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형태의 달팽이집을 다른 지역에도 적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민쿱은 2014년 3월 설립 후 공급 형태를 다양화하고 있다. 민쿱은 설립 이후 3년간 민간 주택을 임차 후 전대차하는 ‘민간 임대형’ 사회주택을, 2017년부터는 공공 주택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공공 위탁형’ 사회주택을 공급했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빌린 저렴한 토지에 민쿱과 같은 사회적경제 주체가 신축건물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주택 공급 방식이다.

사회주택이 청년주택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 방식 못지않게 수요자 중심 운영도 중요하다. 입주자 선정, 시설 유지 및 관리, 자치 공동체 지원 등 운영적 요소가 청년 입주자의 주거 만족도를 좌우할 수 있다. 민쿱이 어떤 방식으로 주택협동조합으로서 내실을 갖추고 있는지 알기 위해 시도(활동명)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시도 이사장은 5호 달팽이집에서 3년 반, 응암 달팽이집에서 1년째 거주 중인 입주 조합원이기도 하다. 현재 민쿱 소속 활동가 6명 가운데 5명이 달팽이집에 거주 중이다.

다음은 시도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시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이장원 청년기자
시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이장원 청년기자

Q. 민쿱은 올해 연희 달팽이집을 시작으로 새로운 사회주택 공급방식을 시도한다. 민쿱이 직접 소유한 건물에서 주택을 공급한 것은 연희 달팽이집이 처음이다. 새로운 공급 방식이 기존 공급 방식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나?

입주자 거주기간, 시설 유지보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민쿱이 2017년부터 운영한 SH와 LH 사회적주택의 경우 입주자 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이 6년이지만,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10년 이상이다. 운영 측면에서도 민간 임대형 사회주택은 유지관리가 어렵다. 전대차한 주택은 입주조합원이 내부 누수나 하자로 불편을 호소할 때, 협동조합 사무국도 재차 민간 임대인에게 전달해야 한다. 재정 안정 측면에서도 집을 빌려서 재임차하는 것보다 집을 소유하는 편이 유리하다. 운영의 지속가능성 확보는 적정한 임대료로 살 수 있는 집을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된다.

Q. 내년 5월 입주를 목표로 추진되는 정릉 달팽이집은 입주자 규모가 55명으로 연희 달팽이집(26명)보다 2배 이상 크다. 가장 신경쓰는 점은 무엇인가.

기존보다 큰 자치 공동체를 관리한다는 기대감이 있다. 민쿱이 성북청년시민회와 컨소시엄을 맺어 정릉 달팽이집 사업에 참여했고, 오랫동안 정릉에 살며 애정을 가진 지역 주민들이 제시한 의견을 주택에 반영할 수 있었다. 건물 내 공간구성 문제, 공간면적 배분 문제, 공용공간과 사업공간 활용 문제 등을 수요자와 함께 논의하고, 수요자 맞춤으로 설계했다.

처음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공급하며 생긴 시행착오도 수정해 반영했다. 연희 달팽이집 ‘셰어형 방’은 공용공간이 넓다. 방마다 거실이 넓은데 1층에도 넓은 공용공간이 있어 공간 활용 효율이 낮았다. 정릉에서는 방마다 있는 거실이 줄어들지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은 여전히 남아 있고 각 호실의 개인 공간이 넓어진다.

2017년 이후 4년 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사업 현황./출처=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2017년 이후 4년 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사업 현황./출처=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Q. 2년 전 의사결정구조를 대의원제로 바꾼 계기가 무엇인가? 원활한 대의원제 작동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당시 조합원 수가 300명 정도여서 총회를 구성하기 어려웠다.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령 제9조에 200명이 넘는 협동조합은 대의원총회를 둘 수 있다는 규정이 있고, 규정에 따라 대의원을 구성했다. 이번에 두 번째 선출된 대의원과는 조합 운영을 해나가는 핵심 멤버로 함께 일하고 싶다.

대의원은 섬세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조합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의사결정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더 많은 경험과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대의원 워크숍과 대의원 분과 활동을 주기적으로 개최해서 의사결정 역량을 키우겠다.

Q. 달팽이집 내에 신규 입주자를 돕는 조합원이 따로 있나? 어떻게 선발되나?

달팽이집에는 집사, 회계, 총무, 시설 등 역할 담당자가 있다. 입주자는 사무국과 직접 소통하는 집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공과금이나 공동물품 내역은 회계가 투명하게 관리한다. 담당자는 반상회에서 선발되는데, 매달 열리는 반상회는 달팽이집에서 가장 큰 의사결정기구다. 조합원들은 공동체 내 의사결정 기능이 반상회에 있다는 점을 입주자교육 때부터 알고 있고, 반상회 결정에 따른다.

Q. 민쿱이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예비입주자 교육을 통한 주인의식 함양이다. 여기서는 “한국에서 주택은 무슨 의미인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민쿱의 가치 지향과 경험을 공유한다. 예비입주자 교육은 ‘이음이’라는 이름으로 선발된 입주조합원이 진행한다. 예비입주자 교육은 설립 초기에 이사들이 만든 교육안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음이가 맡아 진행한다. 기존 조합원 입장에서 이음이는 신규 입주자에게 경험을 공유하며 직접 조합에 참여할 기회다.

그 밖에도 자치 활동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조합원에게 의사결정 방식을 이해시키는 것이 조합원을 공동체에 참가시키는 방법이다.

지난 해 8월 8일, 민쿱 사무실에서 ‘이음이’(민쿱에서 예비입주자 교육 진행을 담당하는 입주조합원) 조합원들이 진행자 교육에 참여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출처=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지난 해 8월 8일, 민쿱 사무실에서 ‘이음이’(민쿱에서 예비입주자 교육 진행을 담당하는 입주조합원) 조합원들이 진행자 교육에 참여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출처=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Q. 작년 가을과 겨울,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운동회, 온라인 송년회 등 자치 공동체 행사를 진행했다고 들었다. 자치 공동체 행사를 개최하는 일은 어땠나?

작년 10월에 비대면 운동회에서 온라인 게임 어몽어스, 카트라이더 대회를 조합원들끼리 열었다. 작년 12월 송년회에서는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처럼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노래 부르는 행사를 진행했다. 노래를 부르겠다고 신청한 참가자 8명에게 블루투스 마이크를 미리 보내주고, 컴퓨터 화면 앞에서 참여자들이 각자 노래 실력을 뽐냈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민쿱 내 다양한 활동은 결국 조합원에게 사회적 성원권을 주기 위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성원권은 김현경의 <사랑, 장소, 환대>에 나오는 개념인데, 어떤 사람이 사회 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안에 그 사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더라도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Q. 주택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서, 사회주택에 입주한 조합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가?

집이 시세 차익이나 자산 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여겨지길 바란다. 주거권 운동을 경험한 계기로 사회 문제의 원인을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인식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민쿱의 모든 활동은 결국 비영리 주거 모델 실현으로 청년 주택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Q. 마지막으로 조합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태어났을 때부터 소비자로 살아왔다. 우리 세대는 돈으로 교환되지 않는 어떤 가치를 누려보거나, 경험해 보거나, 생산해본 적이 별로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 태어나고 계속 살아가서 다른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이런 우리 사회를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들려면 공동체에 신뢰가 필요하다. 서로가 인간임을 깨닫고, 서로 대화하고 조정하고 협력하고 협동하고, 아쉬운 부분들을 양해해주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을 문제 삼아 배제하고 낙인찍는 식으로 의사소통하면 안 된다.

비록 조합 법인과 입주조합원이 임대인과 임차인 관계지만, 공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점에서 모두 같은 조합원이다.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길 바라고, 임대료로 맺어진 공급자와 소비자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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