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나 집 나올 때 차비 30원을 주시잖아요. 시다들이 밤잠을 제대로 못 자고 낮이면 꾸벅꾸벅 졸고, 일을 해야 하는 데 점심까지 쫄쫄 굶기에 그 돈으로 풀빵 30개를 사서 여섯 사람에게 나눠주었더니 한 시간 반쯤은 견디고 일해요. 그래서 집에 올 때 걸어왔더니 오다가 시간이 늦어서 파출소에 붙잡혔어요”

- <전태일 평전> 중

노동운동가 전태일 열사의 ‘풀빵정신’을 담은 노동공제연합이 출범했다. 지난 1월 창립한 '노동공제연합 풀빵(이하 풀빵, 공동이사장 이수호·송경용·조돈문)'은 2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 3층에서 창립보고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노동공제연합 풀빵,’ ‘전태일TV’ 유튜브 채널에서도 생중계됐다.

​27일 열린 '노동공제연합 풀빵' 창립보고대회 현장.
​27일 열린 '노동공제연합 풀빵' 창립보고대회 현장.

풀빵은 노동공제 사업을 추진하는 조직들의 연합이다. 노동공제란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돈을 모아 위험에 대비하는 협동조합 방식의 보험이다. 상호부조에서 소액대출, 저축·연금 등 금융 사업도 실시할 수 있다. 이날 ‘노동자의 좋은 삶과 생활속의 연대: 노동공제운동의 의의’라는 주제로 기조발표를 진행한 김형미 상지대 교수는 "생활 속 기본 필요를 노동자들이 연대해서 축적해서 충족하고, 국가적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가 정착되기 전 사각지대에 있는 당사자들에게 빠르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풀빵 회원단체는 15개다. 정회원 11개 기관(화섬식품노조 봉제인공제회·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사회적협동조합 자바르떼·한국스마트협동조합·한국가사노동자협회·전태일재단·노회찬재단·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사회적협동조합 우리함께·사회적협동조합 빠띠·한겨레두레협동조합), 준회원 4개 기관(라이더유니온·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생활공제회 좋은이웃·한국비정규노동센터)이 참여한다. 올해 1월 설립돼 지난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았으며, 회원단체는 늘려갈 예정이다.

왼쪽 3번째부터 공동이사장인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과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왼쪽 3번째부터 공동이사장인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과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이날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은 풀빵의 대략적인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핵심 사업으로 ▲노동공제 사업을 위한 현장 주체 발굴과 교육·연대 ▲노동공제 사업 도입과 확산을 위한 사업모델 개발, 운영 지원 ▲현장 주체 수요를 반영한 공동 노동공제사업 개발과 시행 ▲노동공제회 활성화를 위한 정치·사회적 활동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노동공제 교육기관 '노동공제 학습원'을 설치·운영한다. 1차 활동가 과정 운영을 내달 12일 개최할 예정이다. 연합회 차원 공제상품 제공을 위한 공동 적립형 공제도 구성할 계획이다. 회원조직 조합원이 매월 소득에서 5~20만원 정도를 적립해 모아 휴직이나 퇴직에 대비하는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3~5년을 약정기간으로 잡고, 만기 시 누적 적립액과 이자를 포함해 환급해줄 수 있다. 각종 사회공헌 사업을 견인할 '풀장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이날 김영배·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대신 축하 영상을 전해왔다.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이날 김영배·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대신 축하 영상을 전해왔다.

이날 현장을 찾은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은 "오늘 출범하는 풀빵은 모든 노동을 든든하게 이어주는 매듭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시민들이 그 연대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것을 기대한다. 정의당도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사회안전망을 건설하기 위해 국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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