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멈춰세웠다. 사람들이 가득했던 도시는 발길이 끊겼고, 걱정과 한숨으로 메워졌다. 하지만 사회적경제는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함께’의 가치를 바탕으로 버텨내고 있는 서울 사회적경제기업을 소개한다.

# 서울 마포구에 사는 A씨는 지역 자활센터와 라이더들을 통해 포장된 도시락을 배달받는다. 영양이 가득한 맞춤형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배달원과 이런저런 안부인사를 나누며 교류한다.

# 서울 관악구에 사는 B씨는 부엌 형광등 불이 나가 한동안 고생했다. 거동이 불편해 혼자서는 형광등을 수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돌봄SOS센터에 수리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사회적경제 종사자가 한 달음에 달려와 수리해줘 부엌이 환해졌다.

재난은 가장 낮은 곳부터 덮친다. 코로나19 사태는 지역사회 취약계층에 도움의 손길이 뻗치는 것을 방해했다. 대면중심으로 이뤄지는 돌봄 서비스는 대부분 중단됐다. 서울시는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하며,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를 통한 지역사회 돌봄 수요 해결 및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처=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영상 갈무리
출처=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영상 갈무리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이란,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보건의료·돌봄·생활 서비스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서울 사회적경제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자치구 단위로 지역의 특성에 맞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민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광역 단위의 정책제안, 협업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서울은 2019년을 시작으로 25개 전 자치구에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해 돌봄SOS센터를 설치했다. 센터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위해 일시재가서비스, 단기시설서비스, 안부확인서비스, 건강지원서비스, 이동지원서비스, 주거편의서비스, 식사지원서비스, 정보상담서비스 등 8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사업 '우리동네나눔반장' 사업 체계 설명도./출처=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영상 갈무리
사회적경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사업 '우리동네나눔반장' 사업 체계 설명도./출처=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영상 갈무리

사회적경제조직들은 이 중 재가요양·이동지원·주거편의·식사지원 등 일상편의 서비스 제공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동네 나눔반장 사업단이 대표적이다. 우리동네 나눔반장은 각기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협력체계를 만들어 지역의 돌봄 수요에 통합적으로 대응하는 플랫폼이다. 

김민정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시민기반팀 선임은 “우리동네 나눔반장 사업단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체 역할뿐만 아니라 민간과 민간의 네트워크와 민관간 거버넌스 구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각 자치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연아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각 동네에 존재하는 다양한 주민의 돌봄공동체가 사회적경제조직으로 발전하고 또 연대 기반 위에서 지역의 선순환 구조 조성을 돕는다”며 “아울러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마포 사회적기업 트립티가 어르신 맞춤형 영양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출처=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영상 갈무리
마포 사회적기업 트립티가 어르신 맞춤형 영양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출처=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영상 갈무리

일례로 마포구의 사회적경제 통합 돌봄은 8개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서로의 서비스를 조정하고 연계해 통합창구를 꾸리고 돌봄공동생산사업단을 조성했다. 이들은 지역내 데이터 관리를 위한 전산 시스템을 별도로 개발했고, 통합창구를 통해 직접 상담 및 서비스를 조율한다. 홍진주 마포구 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은 “각각의 기업이 하나의 기업처럼 협력해 통합과 협력의 모델을 마포에서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식사지원의 경우, 마포의 사회적기업 트립티 등이 만든 어르신 맞춤형 영양 도시락을 포장한다.  포장된 도시락은 지역자활센터, 라이더들, 지역 주민들이 식사지원이 필요한 곳에 배송한다. 도시락 배송은 식사지원인 것과 동시에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먹거리 안부인사’이기도 하다. 배달원이 어르신과 만나 안부인사를 나누면서 서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배송기사들이 도시락 배송에 참여하기도 한다. ‘라이더 배송모델’은 배송기사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사회적경제 배송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이희동 서울 사회적경제 돌봄광역추진위원회 단장은 “단순히 택배나 라이더 서비스가 아니라 사회적경제라는 가치를 배송망을 통해서 어떻게 구현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김동혁 고령친화무장애주택협동조합 대표가 어르신 집을 방문해 주거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출처=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영상 갈무리
김동혁 고령친화무장애주택협동조합 대표가 어르신 집을 방문해 주거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출처=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영상 갈무리

주거편의 서비스는 집수리, 수도 전기 수리, 청소 방역, 형광등 수리 등 일상 속 크고 작은 불편을 해소하는 간단한 수리와 보수를 해준다. 거동이 불편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해주니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다. 김동혁 고령친화무장애주택협동조합 대표는 “꼭 필요한 일이니까 좋은 마음으로 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정말 마음에서 고맙다고 하실 때보면 보람있다”는 소감을 말했다. 

지역내 돌봄 사각지대를 빈틈없이 메우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를 통한 지역사회 통합 돌봄 활성화가 중요하다. 김연아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최근 지역사회 통합 돌봄법안이 발의됐고, 사회서비스 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이 발표됐다”며 “사회적경제가 지역사회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논의가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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