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은 사회적경제기업을 잘 모르고, 사회적경제기업 역시 공공시장을 잘 모릅니다. 상호간 이해를 돕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구광역시 사회적경제 종합유통채널인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이하 무한상사)은 ‘사회적경제조직을 돕는 사회적기업’을 표방한다. 공공기관의 수요와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서비스·공사 등을 매개한다. 

사회적경제기업은 공공거래 사례부족 및 공공시장 지식부족으로 공공시장 진입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고, 공공기관은 사회적경제기업이 공급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부족 문제에 시달린다. 무한상사는 사회적경제기업에게 공공시장 진입을 위한 정보 등을 전달해 판로개척을 돕고, 공공기관에는 사회적경제기업 상품 및 서비스를 소개하며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무한상사는 2017년 9월 22일, 대구시, 시의회, 시 산하 출자·출연기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등 37개 공공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공식 출범했다. 2019년 고용노동부에서 지역사회공헌형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56개 사회적경제기업이 조합원 및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무한상사는 사업 수행 첫해, 연계실적이 13억원에 그쳤으나, 2019년 52억원 규모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91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는데, 62개 사회적경제기업이 공공기관 88곳과 거래하며 연계 혜택을 입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성장에 성공했다.

임영락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영락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영락 무한상사 이사장은 “다수의 공공기관과 그간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연계성과를 많이 만들어냈다”며 “특히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했을 때, 지역 공공기관과 힘을 합쳐 방역물품 공급과 아동교육 지원 등 지역에 공헌하는 역할을 많이 해냈다는 측면에서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실제 무한상사는 사회적경제 종합유통채널 선도모델로 꼽힌다. 전국 16개 광역단위에서 무한상사의 모델을 벤치마킹하고자 다녀가기도 했다. 이는 대구시 행정과 당사자 조직, 중간지원기관간 끈끈한 협력적 거버넌스라는 토양 위에서 나온 산물이라는 게 임 이사장의 설명이다. 

임 이사장은 “무한상사는 2015년부터 사회적경제기업 현장에서 공공판로 개척을 위한 모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을 대구사회적기업협의회가 구체화해 결정한 모델”이라며 “대구시 행정이 이에 적극 호응하면서 시청·지역 공공기관과 함께 출범하는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더욱 많은 지역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공공시장에 폭넓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는 임영락 이사장과 지난 26일 대구 동구의 무한상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무한상사 역할 안내도./출처=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
무한상사 역할 안내도./출처=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

아래는 임영락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Q.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은?
- 사회적경제기업을 돕는 사회적기업을 표방한다. 사회적경제 종합유통채널로서 공공 및 민간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유통 및 마케팅 수행을 통해 사회적경제 제품·서비스 구매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지역에 있는 사회적경제기업이 공공영역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와 가능성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활동한다..

Q. 대구 무한상사를 결성하게 된 계기는?
- 2015년 즈음부터 사회적경제 종합유통채널 1호인 경북사회적기업종합상사를 보며, 대구 사회적경제기업 당사자조직 사이에서 사회적경제기업과 공공기관을 연결할 수 있는 접촉창구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왔다. ‘사회적경제기업 공공기관 우선구매 제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맥락이었다.

대구사회적기업협의회가 이러한 요구를 수렴해 2016년 총회에서 사회적경제 종합유통채널을 만들기로 결정했고, 공적 목적을 수행하는 조직이기에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비영리법인으로 출범하게 됐다. 판로개척의 선봉장이자 척후병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Q. 출범식에서 대구시청 및 지역 공공기관 37곳과 함께 협약식을 맺었다.
- 조직을 덩그러니 만들어놓는다고 운영이 저절로 되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업 본격화를 위해서는 분기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시청 및 지역 공공기관과 함께 협약을 맺으며 출범했다. 당시 무한상사 출범으로 1대 n으로 진행하던 사회적경제기업과 공공구매 연결을 1대1로 간소화한 혁신적인 모델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은 2017년 9월 22일, 지역 기관장 등과 함께 공공구매 협약식을 맺었다./출처=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
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은 2017년 9월 22일, 지역 기관장 등과 함께 공공구매 협약식을 맺었다./출처=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

Q. 공공을 한데 모으는게 쉽지 않았을 듯하다. 어떻게 가능했나?
- 기존에 형성돼 있던 시와 당사자, 중간지원기관간 유기적 연계가 잘 작동됐다. 사실 행정이 돕지 않으면 무한상사와 같은 조직이 만들어지기는 어렵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의지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권 시장은 사회적경제과를 신설하고, ‘사회적경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과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설립에 앞장서는 등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진정성 있게 접근했다. 중간지원기관 역시 기민하게 소통을 잘해줬다.

대구 사회적경제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굴러가고 있다. 행정이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행정은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민과 관 사이에 지속 소통으로 쌓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좋은 민관협치모델이라고 본다.

Q. 지역내 어떤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공공기관 매개대상이 되나?
- 무한상사는 정관에 사회적경제기업 여부, 사회적가치 창출여부를 필수로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회적가치를 잘 담고있는 진정성있는 사회적경제기업이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증 및 지정 여부는 기본으로 확인하되, 부문별 사회적경제 협의체와 지역별 사회적경제 협의체에 가입한 사회적경제기업이어야 한다. 사회적기업협의회, 마을기업협의회 등에 가입한 기업도 지역별 협의체에 가입하게끔 한다.

특히 대구는 8개 구·군 모두에 지역별 사회적경제 협의체가 만들어져 있는데, 협의체에 가입하면 해당 기업의 강점 등을 보다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보공유가 빠르기 때문이다. 

무한상사 건물 앞에서 찍은 직원 단체사진./출처=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
무한상사 건물 앞에서 찍은 직원 단체사진./출처=무한상사 사회적협동조합

Q. 지역 사회적경제기업간 네트워크가 잘 형성된 듯하다.
- 애초 무한상사도 지역 사회적경제기업의 요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무한상사 역시 그들을 위한 역할을 하기위해 활동한다. 

당시 상사를 설립하고 조직하는데 있어 구상을 함께했던 사회적경제기업 대표들이 ‘지역에 공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안착돼야한다’는 공감대를 공유했었다. 감사한 일이다.

Q. 실제 공공기관의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 사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제품과 서비스 질은 기준에 못 미치고 가격은 비싸다는 맥락이다. 그런데 이제는 질적·양적 측면에서 개선이 이뤄졌는지 현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무한상사는 자료만 보고 대응하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만나 공공기관의 실질수요를 파악하는 조직이다. 공공기관 발주담당자의 민원사항 등을 직접 듣곤 한다. 그간 신뢰가 쌓인 담당자들은 기존에 거래하던 제품·서비스의 불편함, 문제점을 피드백해준다. 공공기관은 보통 업체를 바꾸지 조언해주는 경우는 없지 않나. 이러한 피드백은 우리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반응을 바탕으로 문제를 시정하면 되고, 이는 거래 성사 확률을 장기적으로 높인다. 이처럼 무한상사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성장을 위해 민원을 받는 창구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개선점은 시정을 하면 되고, 수준을 끌어올리는 자양분이 된다. 발주처 입장에서도 그런 부분이 개선된다면 기회를 줄 용의가 생기는 것이니 거래성사 확률을 더 높이는 효과가 있다.

Q. 공공기관 대상 전용몰을 개설하는 등 온라인 판로도 확대하고 있다.
- 공공기관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구매하기 위한 조건을 잘 확인한 후에 거래에 임한다. 

공공기관 전용몰은 폐쇄몰로, 각 공공기관의 공공 수요에 맞춰 상품을 구성한다. 설날, 추석, 근로자의 날 등에 필요한 기념품 등으로 적합한 상품을 엄선해 소개한다. 구매 편의를 위해 배송추적 관리 등도 가능하게 설계했다. 10여 개의 기관 대상 사이트를 열어 3억원 규모의 연계성과를 내기도 했다.

소비시장에서 온라인 구매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체 거래의 30%가량이 온라인 구매로 이뤄지는데 이를 등한시할 수는 없다. 무한상사도 온라인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의 디지털 역량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지난해 눈에 띄는 성과는?
- 지난해 대구에 코로나19 감염사례가 폭증했을 때,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이때 무한상사가 구한 방역물품을 한국가스공사가 구매해 취약계층에 마스크 57만장을 비롯한 방역물품을 기부했다. 지역사회에 공헌한 사례다.

이외에도 대구도시공사와 함께 학교를 가지못해 발생한 교육 및 문화예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대구도시공사가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창출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Q. 향후 계획은?
- 무한상사를 통해 지역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기회를 얻고, 시장진입 가능성을 얻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현장을 다니며 사회적경제기업이 공공영역시장에 폭넓게 진입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싶다.

시장진입 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수도 늘어나고, 분야도 다양해져 우리 기업들이 본래 하고자 했던 일들을 막힘없이 실행하고 경제적으로도 나아지는데 상사가 일조하고 싶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