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보호종료아동의 취업 취약계층 인정기간이 시설을 퇴소한 뒤 5년으로 정해져 있었어요. 하지만 사실상 이들은 브라더스키퍼만 제외하고 다른 사회적기업에는 한명도 고용되지 못했어요. 학업과 군입대로 5년이 다 지나가 버린거죠. 보호종료아동들의 취업 취약계층 연령 확대는 정말 필요했어요.”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취업 취약계층 인정기간이 현행 시설퇴소 후 5년에서 만 34세까지로 연장됐다. 지난 3월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사회적기업 인증 기준 개정안을 고시했다.

인정기간 확대를 위해 김성민 대표가 경기도에 먼저 제안을 했고, 경기도가 이에 화답하며 전국 도청에 공문을 보내서 목소리를 모았다. 지난 2월 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보호종료아동이었던 김성민 대표가 창업한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를 방문하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4일 경기도 안양에 소재한 브라더스키퍼 사무실에서 김성민 대표를 만났다. 그는 “내가 시설을 퇴소한 청년들을 고용하고 싶어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는데, 보호종료아동들이 취약계층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을 고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보호종료아동을 고용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지금과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와의 일문일답.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

Q. 보호종료아동을 취업 취약계층으로 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설에서 지내던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 결정한다. 정말 많은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로만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다 보니 가난이 반복되고, 자연스럽게 시간적, 물질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재투자 할 수 있는 기회는 적어질 수 밖에 없다.

이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일자리다. 특히 사회적기업은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보호종료아동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기 위해 기업을 설립했다. 하지만 2018년에는 보호종료아동이 취업 취약계층으로조차 인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에게는 ▲인건비 ▲사회보험료 ▲사업개발비 ▲경영지원 ▲판로개척 ▲금융지원▲공공기관 우선구매 ▲세제지원 등의 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에 보호종료아동이 취약계층으로 인정되면 더 많은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때부터 사회적기업진흥원, 고용노동부, 청와대, 보건복지부 등을 찾아다니며 보호종료아동들이 취약계층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토론회, 토크콘서트에 참여하거나 미디어 등을 활용하며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바로잡았다. 그 결과 2019년 7월 5일 마침내 보호종료아동들도 취약계층으로 인정받게 됐다.

Q. 보호종료아동들을 취업 취약계층으로 인정한 것에서, 더 나아가 취약계층으로 인정하는 연령이 확대돼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취약계층으로 인정은 받았지만, 인정 기간이 시설을 퇴소한 후 5년으로 정해져 있었다. ‘5년’으로 정한 이유는 시설을 퇴소한 뒤 해당 시설에서 5년간 아이들을 관리해 줘야 하기 때문인데, 이 규정 때문에 고용을 확대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지난해 우리기업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회적기업에 보호종료아동들이 거의 고용되지 못했다. 이유를 살펴보니 퇴소 이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학에 진학하거나, 군대를 다녀오기 때문에 취약계층으로 인정받는 기간이 다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말 그대로 있으나마나 한 법이 된 것이다.

Q. 보호종료아동 취업 취약계층 인정기간 확대를 위해 발벗고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가능했는지 과정이 궁금하다.

▶고용노동부에 취약계층 인정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개인의 주장으로 보고 잘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2020년 말 경기도청에서 찾아와 도와줄 것이 없는지 물었다. 그때 보호종료아동들을 위해 사회적기업 취업 취약계층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이들에게 가장 빨리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고, 도청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 줄 수 있는지를 제안했다.

그러자 경기도청에서 자체적으로 공문을 만들어 전국 도청에 발송하고 보호종료아동 취약계층 인정 연령 확대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 줄 것을 요청했다. 경기도를 추축으로 각 도청에서 공문을 고용노동부에 보내면서 목소리를 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모아 3월 12일 34세까지 연장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개인으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경기도청에서 진행해 준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월8일 브라더스키퍼 사무실을 찾았다./출처=경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월8일 브라더스키퍼 사무실을 찾았다./출처=경기도

Q. 보호종료아동 취업 취약계층 연령 연장이 사회적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 하는가.

▶사회적기업이 단순히 보호종료아동을 도와주는 개념이 아니며, 사회적기업에게도 분명 기회라고 생각한다.

보호종료아동들은 사고하는 측면이나 육체적으로 다른 청년들과 다르지 않다. 마음이 조금 힘들고 아플 뿐이다.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속감이 필요하다. 회사가 아이들에게 소속감이나 책임감을 느끼게 해 준다면 그 누구보다 회사에 헌신할 친구들이다. 우리 회사(브라더스키퍼)가 그렇다. 현재 회사를 설립한지 3년차인데, 지난해 매출이 15억원이다. 올해 예상 매출은 40억원이다. 직원 9명 중 7명의 직원이 보호종료아동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여름에는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이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외면하지 않고 기회를 찾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더불어 내가 더 열심히 해야 더 많은 후배를 고용할 수 있다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더 많은 보호종료아동들을 위해 같이 노력했다. 그렇게 우리회사는 굉장히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편견을 기대로 바꿔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브라더스키퍼가 성공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돈을 많이 벌고 회사를 성장시키는게 아니라 후배를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후배는 선배를 보고 희망을 갖게 되고, 선배는 후배를 통해 자존감이 회복된다. 이 관계 안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찾아갈 것이다. 이렇게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더 많은 성공한 보호종료청년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Q. 이번 취약계층 연령 확대 외에도 정책적으로 또 변화해야 하는 부분이 있나.

▶영국은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연합해 1년에 1000개씩 보호종료아동 일자리를 만든다. 영국은 몇십년간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고민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도 국가와 기업 차원에서 움직여졌으면 좋겠다. 보호종료아동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역할과 이를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들을 이해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일자리가 만들어 졌으면 한다.

Q. 사회적기업가들에게 한마디?

▶브라더스키퍼가 보호종료아동 문제에 집중한 것처럼 장애인, 결혼이주여성 등 사회적기업마다 생각하는 사회문제가 있다. 사회적기업은 그들의 인권과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적기업의 역할이다. 취약계층들을 고용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알게된다. 이들의 문제를 알면서도 변화가 없다면 그건 사회적기업이 아니다.

너무 감사하게도, 나는 보호종료아동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사업적으로도 성공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랬더니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수익을 내는게 당연한 것처럼 취약계층들의 권익과 인권을 대변하는 것도 사회적기업의 당연한 역할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나를 만난 보호종료아동들에게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죽음을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그래서 누구도 죽음을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처럼 언젠가는 누구나 고아가 된다는 것이다. 보호종료아동들은 먼저 부모를 잃은 것 뿐이다. 이들의 경험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고아가 될 텐데 먼저 경험한 것일 뿐이라는 것. 다른 사람들과 절대 다르지 않다는 것. 시설에 살았다는 이유로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꼭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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