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동남권의 산업이 힘들어지고 있다. 중화학공업 기반 산업도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신규사업을 육성하기에는 기술획득과 인력수급 문제 등 지역적 여건이 녹록지 않다. 현재 다수의 정부 부처 사업과 지자체 사업이 위기 극복을 위해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사업의 연속성에 대한 신뢰 문제도 제기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경남·부산·울산은 생산도시로서 생산과 물류 운송 그리고 소비도시로서 풍부한 일자리와 문화적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등 정주 여건이 다른 지역보다 우수했고, 머무는 도시로 선순환 기반을 갖춘 곳이었다. 그러나 산업구조 변화와 대중소기업 간 격차, 교육 여건과 연계한 일자리 부족 문제로 지역의 성장동력이 사라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년과 여성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나가면서 지역산업 생태계도 붕괴 조짐이 나타난다.

동남권 지역이 겪고 있는 이런 위기는 '순환적'이기보다는 '구조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경기가 좋아져 극복할 위기가 아니다. 따라서 새로운 대응법이 필요하다. 중후장대, 장년 남성 중심의 엄격한 아버지와 같은 도시의 틀을 넘어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동남권 도시 전환을 '플랜 B'에 따라 재구성해야 한다.

플랜 B는 쇠약해지고 있는 동남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세대인 청년과 여성의 관점으로 기존 사회·경제를 재조합하는 전략이다. 지역 문화와 산업기반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구성(recombination)해 고용과 돌봄이 보장되는 자애로운 어머니와 같은 도시로 바꾸는 거다.

여성과 청년은 지역 환경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지역 문제해결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을 수행하는 로컬크리에이터로 기능할 수 있다. 적절한 혁신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여성과 청년은 도시를 실험실처럼 여기고 도시 내 축적된 산업·기술·공간을 연결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불어넣어 어반테크(urban tech) 기반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다. 또, 공감 능력과 소통 활동을 바탕으로 도시 내의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서 수요자 기반의 사업을 창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후장대산업 중심의 산업도시로부터 진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전을 제시하고, 지역내·지역간의 개방성을 강화해야 한다. 동남권을 새로운 산업활동과 일하기·놀기·돌봄·치유와 같은 삶의 방식이 융합되는 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여성청년 인구유출 대응 방안 세미나에서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역의 재활성화 전략으로서 리빙랩을 발표하는 모습./출처=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
여성청년 인구유출 대응 방안 세미나에서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역의 재활성화 전략으로서 리빙랩을 발표하는 모습./출처=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

지금 경남은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해 산업단지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청년이 일하고 싶은 곳으로 말이다.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은 동남권 여성경제공동체 구축을 위한 협력사업과 ‘경남 여성친화 리빙랩’을 준비 중이다. 지역사회 현장에서 여성 참여는 여성적 관점에서 사회적 소외계층을 포용하는 지역사회혁신과 도시혁신을 촉진한다.

도시는 진화해야 한다. 기회와 가능성이 있는 도시로 사람들은 이동한다. 동남권의 도시 전환을 위해 청년과 여성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멘토 교수님이 “모든 연구와 사업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동남권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과 사람에 대한 고민·배려가 더욱 절실한 시기다. 위기는 새로움을 준비하는 역동성을 낳는다.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과 ‘다이내믹 부산,’ 그리고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울산’이 하나가 된다면 ‘새롭고 다이내믹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기회의 땅 동남권’의 재도약이 가능하다. 부·울·경은 다음 세대를 위한 존중과 배려가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존 성장방식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가 돼야 한다.

김은영
김은영 경상남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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