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포장이사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쿱이사' 홈페이지 화면./출처=쿱이사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대구포장이사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쿱이사' 홈페이지 화면./출처=쿱이사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협동조합 방식은 일종의 ‘공동대응’이다. (우리 같은) 소형업체에겐 꼭 필요한 전략이었다.” - 김정렬 대구포장이사협동조합 이사장

이사해야 할 일이 생겼다고 치자. 포털사이트에 ‘지역명, 이사’를 입력하고 업체를 알아본다. 검색창 상위 ‘파워링크’에 노출되는 건 다이사, 이사몰, 24번가 등 대형프랜차이즈다. 그들 중 가장 싼 견적을 제공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는 게 보통이다. 

파워링크는 광고비에 따라 위치와 노출 시간이 달라진다. 광고료를 크게 책정할 수 없고, 온라인 플랫폼도 마땅치 않은 소형업체는 계약을 맺는 일 자체가 어렵다. 이처럼 이사업계는 온라인으로, 대형업체에 의해 구조화됐다. 김정렬 대구포장이사협동조합 이사장은 그래서 영세업체가 살아남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개별적으로 대형업체에 대응하기 힘든 현실이다. 협동조합이 소형업체가 연대하는데 최선의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정렬 이사장의 모습./출처=대구포장이사협동조합.
김정렬 이사장의 모습./출처=대구포장이사협동조합.

“의견 수렴 어렵지만 결속되면 추진에 속도 붙어”

대구포장이사협동조합은 지난 2016년 설립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다. 플랫폼 ‘쿱이사’를 운영한다. 플랫폼을 통해 의뢰를 받으면 위치·일정에 따라 가맹점을 배정한다. 가맹점(조합원) 수는 10개다. 기여도·출자금에 따라 이익을 배당하고 잔여금은 홈페이지 개발, 사업 확대 등의 비용으로 쓰인다.

‘공동대응’은 구태여 협동조합이 아니어도 됐다. 대형업체처럼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다. 김정렬 이사장에게 왜 협동조합이었냐고 묻자 “상하관계를 맺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본사는 가맹점에게 브랜드를 ‘빌려준다.’ 이 브랜드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전적으로 본사의 마음이다. 그 때문에 위계가 생긴다” 종종 보도되는 본사의 횡포 역시 ‘상하관계’라서 발생한다. 본사는 본사의 이익이 우선이다. 그는 “본사가 적정하게 가져가는 이익이 100이어야 하는데, 180을 요구하는 현실이다. 가맹점주는 그저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동조합은 투자·출자·운영을 모두 같이 한다. 1인 1표를 실천하고 가맹점주, 이사장 다 동등한 지위다. 김정렬 이사장은 그 때문에 부침도 있었다고 설명한다. 의견을 하나로 수렴하는 일이 어려웠다. 조합원들이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라 원하는 바도 달랐다. 설립 후 3년간은 이익보다 지출이 더 컸다. 대구시를 넘어 전국화를 염두에 두고 플랫폼을 개발하느라 비용이 많이 들었다.

홈페이지를 열고 파워링크에 등록한 뒤에는 경쟁업체의 ‘부정클릭’에 시달리기도 했다. 파워링크는 클릭 수에 따라 비용이 매겨진다. 클릭이 의뢰로 넘어가지 않으면 오히려 적자다. 김정렬 이사장은 “(홈페이지) 개소 후 부정클릭 IP를 추적하고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버티는 걸 보여줘야 업계에 정착했다는 소문이 나고, 부정클릭도 없어지기에 몇 달간 애썼다”고 말했다. 

의견을 모으고 버틴 결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억원을 기록했다. 김정렬 이사장은 “앞으로도 의견을 모으는 과정은 치열하겠지만, 한번 조율하면 결속력이 생긴다는 것을 배웠다. 결속력이 곧 빠른 속도의 추진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라 언급했다. 

협동조합은 소비자에게도 기여...전국구 시장 확대 계획도

“협동조합 방식은 소비자의 편익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김정렬 이사장이 말했다. 가맹점주가 본사에 종속된 프랜차이즈와 달리 협동조합 내 조합원들은 의사결정과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내가 이 브랜드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생기고, 주인의식이 서비스의 질 확대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여타 소상공인에게도 협동조합의 협업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도 논했다. “앱 개발을 마무리해 모바일 시장도 진출했다”며 “기본적인 건 다 갖췄다고 생각한다. 이제 브랜드화에 집중해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된 수순대로면 올해 말까지 20개 가맹점 설립이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부터 수도권으로 진출해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거란 의지도 드러냈다.

대구시 내에서 이사를 진행하는 모습./출처=대구포장이사협동조합.
대구시 내에서 이사를 진행하는 모습./출처=대구포장이사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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