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랩(Living Lab)’이 사회혁신의 화두가 되고 있다. 전문성과 시민성을 결합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기후 위기, 고령화, 양극화 문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대학·기업·연구기관에 있는 실험실인 ‘랩(Laboratory)’은 훈련받은 전문가들이 모여 기존 이론·대안을 넘어서는 새로운 이론과 대안을 모색하는 곳이다. ‘현장과 분리된 폐쇄적 공간’에서 새롭게 문제를 정의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활동이 이루어진다.

리빙랩도 랩으로서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거나 새로운 이론과 대안을 형성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런 실험 활동이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개방된 현장의 생활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전문적 훈련을 받은 교수·연구원·전문가들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사는 사용자인 시민이 실험활동의 주체로 참여한다. 리빙랩에서는 삶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와 시민이 협력해서 새로운 이론과 대안을 탐색하고 구현한다. 산·학·연·관의 전문가들이 시민과 함께 개방된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혁신하는 곳이다. ‘사회가 실험실(Society as a Laboratory)’이 되고 전문가와 함께 시민들도 혁신 주체가 된다.

민·산·학·연·관의 협업을 통해 전문성과 시민성이 결합하는 리빙랩은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고도화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우선 리빙랩은 산·학·연·관 전문조직들의 사회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연구&개발(R&D) 활동과 행정활동의 현장 지향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효과(social impact)를 향상하는 데 기여한다. 리빙랩 활동을 통해 최종 사용자로부터 유리된 산·학·연·관의 기술혁신과 정책을 삶의 현장으로 이끌고 와서 현장 문제해결 중심으로 기술과 정책이 진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현장 시민들의 경험과 지식을 융합 시켜 시민들과 함께하는 공동창조 작업은 효과성 있는 대안을 만들어낸다.

리빙랩은 또한 시민주도로 이루어진 마을공동체나 사회적경제 조직의 문제해결 활동을 지식 집약화해서 문제 해결의 폭과 깊이를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문조직과 함께 하면서 그동안 시민사회가 접근하기 힘들었던 공공자원과 하부구조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사회혁신조직의 안정적 활동에도 도움을 준다. 더 나아가 지역 차원에서 진행된 문제해결 활동을 일반화해서 그 대안을 확대·확장할 기회를 제공해준다.

리빙랩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전환의 교두보를 만드는 ‘전환랩’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리빙랩에서는 삶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와 시민이 해결책을 공동창조한다. 문제해결을 위한 기술적·조직적 대안을 도출하고 그것을 계속 진화시켜나가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문제해결을 함께하는 혁신공동체가 함께 만들어진다. 해결책이 공동창조되면서 공동체도 같이 진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공동창조 활동과 혁신공동체가 확장되면서 공동의 비전도 같이 만들게 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돌봄 시스템, 음식 시스템, 이동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관련된 비전을 형성해서 자신들의 국지적 혁신 활동을 시스템 혁신으로 연결하게 된다.

리빙랩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대학·연구기관, 기업, 시민사회, 정부 분야별로 각개약진해왔던 문제 해결 활동을 끌어당겨 함께 하도록 하는 자석과 같은 조직이다. 비전을 가지고 민·산·학·연·관의 다양한 사회혁신 주체들을 조직하고 대안을 실험하는 공간이다. 이것이 기존 문제 해결 방식과 다른 점이며 그 때문에 파괴력이 있다.

유명한 사회철학자인 라투르(B. Latour)는 “나에게 실험실을 달라. 그러면 세상을 들어 올릴 것이다(Give Me a Laboratory and I Will Raise the World)”라고 했다. 이를 리빙랩에 적용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우리에게 리빙랩을 달라. 그러면 세상을 전환할 것이다.”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리빙랩네트워크 정책전문위원)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리빙랩네트워크 정책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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