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열린 다보스 포럼의 주요 어젠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였다.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사회 전체의 이익과 미래 세대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이뤄갈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자본주의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다보스포럼 설립자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회장을 비롯해 수많은 글로벌 리더들이 미래를 향한 기업의 새로운 시각을 강조했다.

​이처럼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요구가 커지면서, 최근 국내 산업계 전반에는 ‘ESG boom’이 한창이다. ESG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업의 전략 및 운영에 통합해야 하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ment)’ 요소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ESG 전담 부서를 신설 및 통합하고, ESG 전문가를 사외이사 및 임원으로 영입하기 시작했다. 재무정보 뿐만 아니라 ESG 등 비재무정보까지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숙제가 더해진 것이다.

임팩트, 재정의 필요하다

사회공헌, CSR, CSV, 지속가능경영, 기업시민, ESG 등 다양한 개념과 혼재된 정의 속에서 성장과 후퇴를 거듭해온 국내 기업들은 이제 재정의된 ‘임팩트’에 주목해야 한다. 임팩트는 경제·사회·환경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력의 총합을 말한다. 기업이 내리는 수많은 결정과 행동들이 우리의 경제·사회·환경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회공헌’처럼 긍정적 영향을 높이는 활동에 집중해왔다. 한편으로는 지속가능경영, ESG를 리스크에 대응하고 기업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을 낮추는 것으로 좁게 해석 및 대응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지속가능경영 및 ESG에 대한 글로벌 기준 및 표준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이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과 부정적(-) 영향력을 세분화하여,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총합이 0을 넘어 +(플러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임팩트는 긍정적 영향력과 부정적 영향력의 ‘균형’에서 출발한다.

워싱(Washing)을 경계하라

▶1. 세계 최대 석유기업, 엑슨모빌(Exxon Mobile)은 오래 전부터 기후변화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부정하면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을 개발 및 확산해왔다. 엑슨모빌이 기후변화를 부정하기 위해 지출한 로비자금은 연평균 485억원인 반면, 기후변화를 위한 브랜딩 비용은 연평균 664억원에 달한다. 최근 10년간 온실가스를 72억MT 배출한 반면, 환경 기술 개발을 위해 62조원을 투자했다.

▶2. 지난해 7월, 호주 청소년들이 삼성전자 불매운동을 벌였다. 호주 퀸즈랜드에서 개발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석탄채굴 항만시설에 추가 투자를 추진해온 삼성증권을 향한 비판이 삼성전자 불매운동으로 이어진 것. 비슷한 시점에 삼성전자는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친환경 가전 개발 및 출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3. 최근 노르웨이 소비자당국(CA)은 H&M의 마케팅 전략을 비판했다. H&M이 다른 의류보다 오염이 더 적은 이유에 대해 적절한 세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를 오도한다는 것이다. 제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 없이 ‘지속가능하다’는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H&M은 2030년까지 재활용 또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재만을 사용하는 방침을 발표하는 등 친환경 패션 산업으로의 변화에 앞장서고 있었다.

최근 ‘CSR Washing’, ‘ESG Washing’, ‘Impact Washing’ 키워드가 떠오르고 있다. 관련 논문 및 저널 게시수가 10년간 5배 이상 증가했고, 뉴욕타임즈 등 관련 키워드의 언론보도 횟수도 10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의 긍정적·부정적 영향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지면서, 기업의 이야기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의 시선(Skepticism·회의주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사회공헌 등 긍정적 활동 소식을 접해도 ‘포장하거나 부정적 이슈를 덮기 위한 액션(Washing)’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포터노벨리(Porter Novelli)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의 75%가 ‘현재 기업의 액션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겠다’고 했고, 73%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 기업의 나쁜 의사결정을 기억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트리플라잇이 사회공헌센터와 함께 진행한 국내 설문조사(2020 사회공헌 백서: Social Gap Report)에서도 국민들은 기업의 코로나 관련 사회공헌 진정성 점수를 3.01점(5점 만점)으로 매겼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기업의 사회적책임 관련 의사결정과 활동의 현재와 미래 임팩트를 지켜보겠다’는 이들도 66.9%에 달했다.

임팩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그렇다면 기업은 자사의 임팩트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까. ​

임팩트 커뮤니케이션이란 기업 및 조직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최소화하며, 긍정적인 영향력을 최대화하려는 명확한 목적과 액션의 과정 및 결과를 투명하고 균형 있게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구찌·입생로랑·발렌시아가 등 럭셔리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케어링그룹(Kering Group)과 노보노디스크, 바스크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CSR·ESG 통합관리를 통해 부정적·긍정적인 영향력을 측정 및 평가 이러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발을 판매하기까지 물·공기·토양 등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을 측정하고 이를 화폐화 한 뒤 해당 금액 이상의 긍정적 영향을 사회 및 환경에 돌려주기 위한 R&D투자나 사회공헌을 지속한다. 사건사고가 터지면 매년 피해상황과 복구 현황을 과학자 및 전문가들과 분석하고 공개한다.

이렇게 긍정적, 부정적 영향력을 측정 및 평가하려면 우리 기업이 주목해야 하는 사회문제/이슈를 발굴하고 모니터링하는 전략이 선행되어야 한다. 모든 임팩트는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사회이슈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2020 인식조사&이슈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보다 미래 임팩트가 커지는 사회문제는 ‘노인빈곤 심화 및 불안정한 노후생활’, ‘미세먼지 증가’, ‘소득양극화 심화(부익부 빈익빈)’가 꼽혔다.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사회문제와 정부 및 민간의 자원 투입이 우선돼야 하는 이슈 모니터링을 통해, 이와 관련된 기업의 부정적 영향을 낮추고 긍정적 영향을 높이기 위한 액션이 연결돼야 한다. 또한 기업의 현 수준과 이해관계자의 니즈 간 ‘갭(Gap) 분석’을 통해 간극을 메우는 노력도 필요하다. 실제로 국민이 우선적으로 바라고 있지만 기업이 주목하지 않는 사회공헌으로 ‘취약계층 청년을 위한 저렴한 주택공급(Gap -96점)’이 꼽혔고, 반대로 국민의 니즈보다 기업의 집중도가 높은 사회공헌으로는 ‘임직원 급여 일정액 후원 및 봉사를 통한 결식아동,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지원’이 꼽혔다(2020 사회공헌백서: Social Gap Report).

“인생의 균형이 깨지면, 인간은 균형을 되찾기 위해서 온갖 세력과 맞섭니다. 인류가 이야기를 통해 수천년간 설명하고 납득시켜온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이 균형을 잃었을 때 어떻게 그것을 되돌리고자 하는 지에 관한 것이죠.”

-이야기의 대가, 시나리오 닥터 ‘로버트 맥기’

임팩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목적’과 ‘균형’에 있다. 우리 기업 및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Why), 즉 ‘목적’의 명확한 설정을 통해 주목해야 하는 사회문제/이슈를 찾고, 이러한 이슈와 연계되는 자사의 긍정적·부정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측정 및 관리하면서, 균형 있고 투명하게 이해관계자에게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뢰와 진정성에 기반한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

※ 관련 링크

2020 사회공헌 백서: Social Gap Report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 2020 인식조사 & 이슈분석 

케어링그룹(Kering Group)의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정유진 트리플라잇 공동대표
정유진 트리플라잇 공동대표

 

 

 

 

 

 

 

 

 

 

※이 글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시민경제연구유닛에서 발행하는 '이슈브릿지(Issue Bridge)'에도 게재됐습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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