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7년 8월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선정하고, 2018년 2월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민관이 합심해 적극 시행한 결과, 2016년 230억원 규모였던 금융 공급액은 지난해 기준 5700억원까지 성장했고, 대출잔액도 1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적 성장에는 성공했어도 질적 측면에서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고 입을 모았다. 

18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사회적금융 활성화 정책시행 3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는 사회적경제·사회적금융기관·사회적금융 중개기관·지방정부·국회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향후 사회적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관석(국회 정무위원장)·민형배(더불어민주당 전국사회적경제위원장)·김영배(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 입법추진단장)·민병덕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민형배 의원이 사회적금융 활성화 정책시행 3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진재성 기자
민형배 의원이 사회적금융 활성화 정책시행 3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진재성 기자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경제기업의 다양한 대안적 시도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며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통과되면 현재의 여러 개별적인 노력들이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국회 정무위원장 윤관석 의원은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 실패를 보완하는 중요한 기제로 주목받고 있고, 이런 사회적경제 생태계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것이 시드머니를 공급하는 사회적금융”이라며 “지난 3년의 성과를 돌아보고 변화된 시대상에 새롭게 설정해야 될 방향성은 무엇인지 점검해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형배 의원은 “시장금융이 갖고있는 날카롭고 약탈적인 속성에 맞서서 사회적금융을 활성화하고 따뜻한 금융 인프라를 하루빨리 마련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기태 청와대 사회적경제 비서관도 참석했다. 김 비서관은 “현 정부들어 2018년 사회적금융 활성화 계획이 발표되고, 시행에 들어가면서 양적성장에는 성공했다”면서도 “질적 측면에서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전국민적 이해와 참여가 높아지면 해결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본다. 정부도 정책 제도화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기태 청와대 사회적경제 비서관은 "사회적금융이 3년간 양적성공에 성공했다"면서도 "질적 측면에서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고 언급했다./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유튜브 캡처
김기태 청와대 사회적경제 비서관은 "사회적금융이 3년간 양적성공에 성공했다"면서도 "질적 측면에서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고 언급했다./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유튜브 캡처

금융위 “공공중심으로 사회적경제 자금공급 확대해나갈 것”
먼저 금융위원회의 이진호 사회적금융팀장이 지난 사회적금융 활성화 정책 추진현황 및 올해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사회적금융을 협의와 광의로 나눠 이해하고 있다. 협의로는 ‘사회적경제기업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활동’을 일컫지만, 광의로는 ‘보조금 자선행위와 ESG 우수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까지 포괄한다. 

이진호 사회적금융팀장은 “아직까지 사회적금융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정의 조항이 명확히 없기에 협의뿐만 아니라 광의 영역에도 충분히 사회적금융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보고 있다”며 “국회 논의과정에서 정의가 구체화된다면 보다 적극적인 추진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호 금융위원회 사회적금융팀장이 '사회적금융 활성화 정책 추진 현황'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출처=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유튜브 캡처
이진호 금융위원회 사회적금융팀장이 '사회적금융 활성화 정책 추진 현황'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출처=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유튜브 캡처

금융위는 올해도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수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전용상품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회적경제기업 정보 축적공유 및 사회적성과 심사평가 전달체계 등 인프라 고도화도 추진한다.

이 팀장은 “현재 서민금융진흥원 및 신용협동조합의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지원강화를 목표로 서민금융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며 “국회 논의에 발맞춰 금융위도 후속방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금융 생태계 조성 노력필요”
다음 발제자로 나선 박종현 경남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년간 ▲사회적금융 시장 조성 ▲사회적금융 공급확대 ▲사회적경제 인프라 확충 등 3가지 방향으로 활성화가 진행됐는데, 시장 조성 및 인프라 확충은 더 노력해야 할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특히 사회적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금융 생태계에는 법·제도 등 인프라부터 금융중개기관, 중간지원기관, 정부, 사회적금융 자금공급자, 수요자인 사회적경제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있다”며 “3년간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을 중심으로 촉매자본을 제공하고 금융중개기관의 협업을 통해 자금조달 및 지원이 구체화되는 등 생태계의 토대 확립에는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금융 생태계를 숲 생태계에 비유하면서 ▲에너지전달기관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적자선택 메커니즘이라는 3가지 측면을 집중해서 살펴보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에너지 전달기관의 측면에서는 상호의존성이 높은 다양한 층위의 사회적금융 이용자가 존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발전의 경우, 사람들의 필요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충족시켜주는 가운데 시장이 확대되고 상호 수요도 증대된다”며 “사회적금융도 마찬가지로 사회적경제 사업체와 사회적 투자자의 거래를 얼마나 활발히 성사시켜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는 금융의 본질에 대해 자금수요 주체의 목표달성에 필요한 구조물을 제공하고, 자금공급 주체가 맡긴 자산의 보호 및 후견 역할을 하는데다 양자 사이의 계약의 성사 및 관리를 하는 주체라고 규정했다. 박 교수는 이를 인용하며 “사회적금융도 기본적으로 금융”이라며 “금융의 업을 얼마나 충실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사회적금융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현 경남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가 '사회적금융 생태계 조성 및 제도화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출처=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유튜브 캡처
박종현 경남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가 '사회적금융 생태계 조성 및 제도화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출처=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유튜브 캡처

시민참여 확대하고, 사회적금융 서비스 다양화해야
다양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먼저 사회적투자자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시민투자자들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투자자에게 사회적금융이 의미있게 쓰인다는 확신만 줄 수 있다면 그들은 자신의 돈을 기꺼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금융 중개기관이 목적이나 성격에 맞게 여러 유형으로 다변화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금융에는 전통적인 대출중심 중개기관에 더해 유가증권 중심 임팩트 투자가 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최근 논의되고 있는 사회적경제특화 단체신협은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언급한 사회적경제특화 단체신협(이하 단체신협)은 사회적경제기업에 특화된 대출이나 보증을 해주고,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을 위해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은행을 말한다. 그는 “단체신협은 당사자투자자 및 시민투자자들에게 그들의 가치와 윤리와 이익에 부합하는 혁신적인 금융상품들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회적금융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사회가치연대기금의 부담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적자선택 메커니즘 측면에서는 사회적금융기관도 협동에 강조점을 두되, 경쟁의 측면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사회적금융기관이 더 나은 사회적가치를 제공하는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금융 제도화의 바람직한 방향도 제시했다. 현장 및 시민들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중앙정부 주도로 민간 사회적경제 금융기관의 자율성 및 주도성이 약화되고 역량 구축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목적과 목표는 중앙정부에서 설정하되,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는 현장 및 관련전문가를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장의 권한강화 및 시민 참여 확대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목적이 다른 금융은 지원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사회적금융 생태계에는 서민의 긴급생계자금을 지원하는 ‘미소금융’, 사회적경제기업의 일상적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소상공인 대출’, 사회적문제 해결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임팩트투자’가 있다”며 “별개의 원리들에 기초한 지원·관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성 및 규모확대 미흡... 사회적은행 설립해야”

패널토론을 진행하는 모습/사진=진재성 기자
패널토론을 진행하는 모습/사진=진재성 기자

발제 이후에는 좌장인 김재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사회적경제전문위원장의 진행 하에 토론이 이어졌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윤종태 지속성장본부장은 통계를 바탕으로 사회적금융이 눈에 띄게 성장했음을 밝힌 뒤, 사회적경제 현장의 의견을 소개했다. 윤 본부장에 따르면, 사회적금융 정보 공급 및 접근성 확대와 인식개선에 대한 의견이 가장 많았고, 사회적금융 편중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도 사회적금융 접근성 확대가 중요하다며 사회적은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금융의 다양성과 규모 확대에는 성과가 미흡했다”며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른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이 필요하므로 공급주체가 다양해져야 한다. 사회적은행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는 토론에서 사회적은행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출처=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유튜브 캡처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는 토론에서 사회적은행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출처=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유튜브 캡처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 역시 사회적은행 등 민간 특화 금융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서 발표에서 박종현 교수가 언급했던 단체신협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사회적금융 내에서는 그간 자조 공제기금 마련 같은 노력이 있었다. 이를 확대해 예금을 취급할 수 있는 기관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며 “사회적경제에 특화된 단체신협은 사회적경제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엑셀러레이팅 강화 및 민간 재원 유도 방안 필요”
이날 토론에서는 지방정부와 사회적금융 중개기관, 사회적금융 도매기금 당사자의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언도 나왔다.

김영식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장은 지방정부의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3가지 제안을 소개했다. 먼저 중앙정부에는 사회적경제기본법에 기금 관련 조항이 명시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사회적금융중개기관과 사회적금융 기관에는 각각 ‘사회적금융의 공급 과정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의 인큐베이팅 및 엑셀러레이션 강화’와 ‘적극적 사업발굴과 제안’을 거론했다.

김영식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장이 '지역기반 사회적금융'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출처=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유튜브 캡처
김영식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장이 '지역기반 사회적금융'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출처=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유튜브 캡처

사회적금융 중개기관 입장에서 발표를 진행한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역시 사회적경제기업 대상 엑셀러레이터를 늘리고, 사회적금융에서의 지역불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 대표는 “아직까지는 임팩트 엑셀러레이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진 펀드가 성장금융이나 한국벤처투자에서 잘 나오지 않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 씨앗부터 키워내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엑셀러레이팅 단계에서 어떻게 금융기관과 신진성장조직을 육성해낼 것인가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했다.

또한 사회적금융 영역에 민간 재원을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 대표는 ‘재단 주식취득 5%룰’을 사회적경제 영역에 한해서 풀어주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5%룰’은 일반 공익법인은 취득한 주식이 해당 기업 총 주식의 5%를 넘어선 안된다고 규정한 내용이다. 

사회적금융 도매기금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의 박학양 사무총장은 사회적금융 도매기금의 역할에 대해 밝히고, 성공을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2019년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투자·융자·보증 등 사회적금융 업무와 사회적금융 중개기관 육성 활동을 하고 있다. 박 총장은 “도매기금은 사회적금융의 컨트롤타워로서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는 존재”라고 봤다. 

다만 기금조성 부문에서 성과가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회적경제 관련법 제정이 지연되면서 민간 출연자 발굴에 어려움이 있고, 정부 출연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과제로 △재원조성의 안정성 확보와 규모화 추진 △사회적금융 중개기관 발굴·육성과 협력강화 △사회적가치 인식 확산과 평가시스템 고도화 △민간영역과의 협업·교류 확대 등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최혁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관리이사는 사회적금융 활성화가 정부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정부가 2018년 사회적금융 활성화 전략을 수립해 발표할 당시 사회적경제비서관으로서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정부가 기존 금융정책과 다른 각도에서 사회적금융에 접근한다면 사회적금융 생태계가 확장될 것”이라며 “시장이 많은 문제를 유발할 때 정부가 해결을 위해 나서곤 하는데, 시장 안에 사회적금융같은 합리적 주체가 활성화되면 정부의 수고를 크게 덜어줘 궁극적으로 정부를 이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단체사진/사진=진재성 기자
토론회 단체사진/사진=진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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