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의 생산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Non-GMO콩으로 키웠다”는 표시 문구를 삭제하라는 행정청의 시정명령에 대해 광주고등법원이 “소비자의 알 권리에 부합한다”며 시정명령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놨다.

지난해 2월 전라남도는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회장 박인자, 이하 아이쿱생협)의 협력기업인 유제품 제조사 농업회사법인 ㈜밀크쿱이 생산하는 우유, 요구르트 제품에 표시한 ‘Non-GMO콩으로 키운’ 문구가 식품표시광고법에 의해 금지되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라는 이유로 삭제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밀크쿱은 ‘Non-GMO콩으로 키운’ 이라는 표시는 젖소에 급여하는 사료가 유전자변형식품(GMO)인지를 비롯해 축산물의 사육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며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제1심은 “GMO표시 대상이 아닌 유제품에 Non-GMO표기를 할 경우 소비자 기만, 오인 및 혼동의 소지가 있다”며 시정명령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하지만 이달 5일 광주고등법원이 제1심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판결했다.

광주고등법원은 “이 사건의 표시는 젖소의 사료에 쓰이는 콩이 Non-GMO라는 의미이지 우유가 Non-GMO라는 의미가 아니다. 콩은 표시대상 유전자변형농산물에 해당하기에 Non-GMO 표기를 할 수 있고, 이 사건 표시는 유제품의 생산과정에 관한 정보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므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표시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오늘날의 소비자는 식품 등을 단지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서만 소비하지 않으며 식품 등의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이나 가치관, 신념 등을 드러낸다. 할랄푸드(Halal food)나 채식주의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유전자변형식품을 소비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사례 중 하나에 해당한다. 소비자는 식품 등이 유전자변형식품인지 또는 식품 등에 유전자변형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서 뿐 아니라, 식품 등이 생산되는 모든 과정 중에 유전자변형식품이 사용되었는지 등도 고려해 소비할 선택할 자유가 있다. 또 식품 등을 선택함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도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Non-GMO 등 표현을 유전자변형식품 표시대상이 아닌 유제품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용할 수 없다고 본다면, 식품 등의 생산자 또는 판매자의 입장에서 해당 식품 등의 생산과정에 유전자변형식품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할 방법이 전혀 없다”면서 “시정명령의 근거가 되는 식품표시광고법은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과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생산과정에 유전자변형식품이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표시하는 것은 법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해석했다.

아이쿱생협 측은 이번 결과에 대해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한 식품표시광고법의 본래 취지를 살린 당연한 결정”이라며 광주고등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밀크쿱의 항소심 소송대리인 김종보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이번 판결의 핵심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식품표시광고법의 목적과 취지에 따라서 구체적 사안에 맞는 타당한 해결이 되도록 법을 해석,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식품표시광고법의 입법취지를 경시하고 법령을 협소하고 경직되게 적용해 온 행정의 관행에 경종을 울린 획기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은 식용 GMO 수입 1위이자 매년 수입량이 증가하는 추세로, 수입 GMO 가운데 70~80%가 사료용으로 쓰이고 있다. 전국의 생협과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 알권리 증진 및 선택권 보장을 위해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해 왔으며, 아이쿱생협은 2017년부터 소비자 조합원에게 공급되는 모든 축산물에 '전 축종 Non-GMO 곡물사료로 키우기’를 추진해 왔다.

GMO완전표시제 개정을 주장해 온 소비자단체 '소비자기후행동' 최미옥 공동대표는 "원재료에 기반한 유전자변형식품 사용 표시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한 제도가 되어야 한다. 식용 GMO 수입 1위 수준의 한국에서 유전자변형식품 사용여부가 표기된 식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이번 판결은 해외 GMO표기 기준에 맞춰 소비자 알 권리를 강화하려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물려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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