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들이 최우선이죠. 협동조합을 열심히 운영 하면서, 누 안끼치고 우리함께 성실하게 잘살자는 생각이죠.”

이덕일 하나협동조합 이사장은 “원칙대로 하자는 소신을 바탕으로 조합원(기사)들이 손해보지 않는 협동조합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익 보려는게 아니다. 그래서 이익금을 전부 공개하고, 나눠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경자 춘천협동조합지원센터장, 이덕일 하나협동조합 이사장.
(왼쪽부터) 조경자 춘천협동조합지원센터장, 이덕일 하나협동조합 이사장.

2월 1일 춘천에 세 번째 택시협동조합인 ‘하나협동조합’이 운영을 시작했다. 하나협동조합은 18년 무사고경력, 14년 법인 택시회사에서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덕일 이사장을 포함해 6명의 발기인으로 시작했다. 현재 31명의 조합원과 30대의 택시가 운영중이다. 출자금은 한 구좌 당(택시 한 대 당) 4300만원씩 총 12억9000만원이다.

이덕일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사고율도 적어야 하지만, 착실하고 열심히 일하면서 자신의 몫을 가져갈 사람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조합원을 모집했다”고 말했다.

하나협동조합 운영 준비를 위해 춘천시, 춘천협동조합지원센터(이하 센터),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가 함께했다. 조경자 춘천협동조합지원센터장은 “하나협동조합과 센터, 연합회가 발기인 6명과 함께 설립과 관련된 컨설팅이나 창립총회 지원, 시(市)에 신고하는 과정, 법무과정, 사업자등록 등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지원했다”면서 “또한 컨설팅을 진행한 연합회는 정관과 취업규칙을 함께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월1일 춘천의 세번째 택시협동조합인 하나협동조합이 운행을 시작한다./사진=이덕일 이사장
2월1일 춘천의 세번째 택시협동조합인 하나협동조합이 운행을 시작한다./사진=이덕일 이사장

“협동조합 택시에 관심 많았어요”

택시산업은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급여를 보장하고 노동자가 주인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협동조합으로 운영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다.

이덕일 하나협동조합 이사장은 이전부터 택시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원칙에 기반한 투명한 운영으로 조합원이 믿을 수 있는 방식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이사장은 “택시협동조합은 집행부가 잘 못하면 다 망가진다. 매달 수익금 등을 투명하게 공개 할 것이다. 투명하지 않으면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협동조합이 오랫동안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집행부 뿐만 아니라 조합원(기사)들도 협동조합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이덕일 이사장은 “정관이나 취업규칙 등 필요한 교육 내용은 조합원들이 반드시 교육 받을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출자금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이다. 그는 “택시협동조합은 출자금으로 택시를 구입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총 출자금 12억9000만원에 대한 3%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로 인식해야 한다”며 “택시가 ‘내차’라는 인식을 갖게되면, ‘내마음대로 하겠다’며 수익을 내지 않는 경우가 생겨 결국 망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덕일 이사장은 "택시 운영을 앞둔 1월 30일에는 사고없이 안전한 운행을 기원하며 조촐하게 고사를 지냈다"고 전했다./사진=이덕일 이사장
이덕일 이사장은 "택시 운영을 앞둔 1월 30일에는 사고없이 안전한 운행을 기원하며 조촐하게 고사를 지냈다"고 전했다./사진=이덕일 이사장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공정하게 돌아가는 사업구조 만들기 위해 애 썼죠”

“택시업종에 전액관리제와 월급제가 도입됐다. 이것이 협동조합 안에서 제대로 발현 돼야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급여를 보장할 수 있다. 그러려면 택시사업 운영을 위한 경비를 노동자들이 공통으로 함께 부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조경자 센터장

조 센터장은 “하나협동조합은 우리가 모두 주인이니까 함께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연료비용 부담, 타이어에 대한 부담, 사고위험 등에 대해서도 같이 부담한다. 여기에 발기인들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나협동조합은 기사들의 부담을 분산 시키면서도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운영비를 최소한의 금액인 8만2000원으로 책정했다. 선정 기준은 하나협동조합 발기인들이 기존의 택시사업에서 필요한 비용의 데이터를 산출한 금액이다. 사무직원 인건비, 임차료 등을 절감해 책정했다.

현재 택시에 도입된 전액관리제는 하루 매출 전액을 입금 시키면 한달 뒤 회사가 기사에게 일정한 급여를 주는 제도다. 하지만 일부 (법인)택시회사의 경우 택시기사의 수익금 배분율에 대한 적용표를 만들어, 수익금 중 비교적 많은 부분을 회사가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이 이사장은 “한달에 270만원 정도를 벌어도, 적용표에 의해 한달 기본급이 70만~80만원 정도가 된다”면서 “하지만 하나협동조합의 경우 하루 수익 중 8만2000원을 제외하면 온전히 자신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근무일은 한달기준 18일이 만근이다. 타 택시회사의 경우 18~20일, 근무일수가 많은 경우 21일을 만근일로 지정하는데, 그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이 이사장은 “택시는 무리하면 사고와 연결되기 때문에 만근일을 18일로 설정했다. (20일 기준) 공백이 생기는 나머지 2일에 대해서는 보조기사 3명을 채용해 이들이 채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즉 하나협동조합은 하루 수익에서 8만2000원을 제외한 경비가 임금으로 돌아간다. ‘8만2000원X18일’을 계산한 금액을 제외한 돈이 한달 급여로 입금되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춘천시에서는 먼저 운영을 시작한 A협동조합의 경우 기사들의 급여를 비교하면 40만원 이상이 상승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하나협동조합도 40~50만원의 임금인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나협동조합 택시들이 본격적인 운행을 앞두고 있다./사진=이덕일 이사장
하나협동조합 택시들이 본격적인 운행을 앞두고 있다./사진=이덕일 이사장

“택시산업, 노동자들에게 의존하지만 안정적 보장 없어 안타까웠죠”

조경자 센터장은 “택시산업은 노동하는 분들에게 의존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노동자(택시기사)들에게는 안정적인 급여보장이 안됐던게 안타까웠다”며 “전액관리제, 월급제 등 노동자들에게 도움 되는 방식으로 법은 계속 개정 됐지만, 일부 법인 회사들은 다양한 편법으로 다 빗겨갔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협동조합은 집행부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택시기사들에게 좋은 구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 마련 ▲직업의 정체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높아진 직업 정체성은 승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주인의식이 생긴 조합원들은 자연스럽게 승객에게 친절하고, 더욱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덕일 이사장은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안전 교육을 진행하려 한다”면서 “또한 3월부터는 유니폼(제복)과 명찰을 착용하도록 해 친절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택시협동조합이 매달 비용이 공개되면 다른 (법인)택시회사의 지출 비용도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하나협동조합이 공개한 자료가 택시업계 노동자들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조경자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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