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협력과 사회적경제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두 바퀴다. 두 바퀴가 속도를 맞추면 더 큰 시너지가 나타난다”  - 송웅엽 한국국제협력단 이사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국제개발협력사업(ODM·이하 개발협력)은 일회성 지원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외무상 협력사업을 전담하는 공공기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하 코이카)는 현지 주민의 자립을 돕고 개발협력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2015년부터 ‘국제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통합적 육성’ 사업을 펼치는 등 사회적경제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코이카·열매나눔재단은 개발협력분야에 사회적경제 모델을 도입하고 사회적경제조직과 NGO(시민단체)의 협업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경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과 ‘사회적연대경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5일 ‘개발협력, 사회적경제와 만나다’란 이름으로 해당 프로그램의 온라인 성과공유회가 열렸다.

김성근 열매나눔재단 팀장이 사회적경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출처=온라인 방송화면 캡쳐
김성근 열매나눔재단 팀장이 사회적경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출처=온라인 방송화면 캡쳐

행사는 김성근 열매나눔재단 사회적경제팀장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소개로 시작됐다. 프로그램은 참여기관의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 개발을 목적으로 △5월 사회적경제 온라인교육 △6월 컨설팅 및 멘토링 △7월 사업지역 현지조사 △8월 사회적경제 생태계 최신 사례를 학습하는 스터디투어 △12월 사회적경제조직, 비영리단체, 영리기업 등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개발사경 매칭데이 순으로 이어졌다.  

김 팀장은 “내년에는 사회적경제 교육 수혜 대상을 늘릴 것”이라며 “이전 프로그램에 참여한 조직들까지 네트워크에 포함시켜 정보 교류의 장을 확장할 계획”이라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조직들의 성과가 발표됐다.

△코너스톤 티엔엠은 필리핀 북부 에서 바나나 농장을 운영하며 지역 소농의 수익 창출을 돕는 소셜벤쳐다. 그러나 지역 독점 유통망 때문에 소농은 가격결정권을 가질 수 없었고 제품의 가격 변동 폭도 컸다. 이에 티엔엠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연주의 발효음료 ‘Sunny po!’를 개발해 새로운 판로를 모색중이다.

△클라이밋은 캄보디아 농업종사자를 위해 스콜 예보 서비스를 개발하는 소셜벤처다. 서비스가 지역 내 곳곳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을 통한 네트워크 확보로 사업은 베트남까지 확대됐다. 이예슬 클라이밋 대표는 “비영리·영리·사회적경제의 문법이 조화를 이뤄야 개발협력이 지속됨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기업과 NGO의 역량강화 ‘콜라보’

‘사회적연대경제 프로그램’은 사회적경제기업과 NGO의 파트너십을 지원하며 그들이 개발도상국 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도록 도왔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당사자들이 패널로 나와 올해 성과를 토의했다. 

세션 3 '너에게 난, 나에게 넌'에 참여한 패널들의 모습. (왼쪽부터) 신현상 한양대 교수, 고수지 더프라미스 코디네이터, 소한윤 열매나눔인터내셔널 국장, 유동주 케이오에이 대표./출처=온라인 방송화면 캡처
세션 3 '너에게 난, 나에게 넌'에 참여한 패널들의 모습. (왼쪽부터) 신현상 한양대 교수, 고수지 더프라미스 코디네이터, 소한윤 열매나눔인터내셔널 국장, 유동주 케이오에이 대표./출처=온라인 방송화면 캡처

르완다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소셜벤처 키자미테이블은 열매나눔인터내셔널과 협업해 식품사업을 추진했다. 키자미테이블의 미션은 아프리카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자립을 돕는 것이지만 레스토랑 운영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2013년부터 개발협력사업을 펼친 열매나눔인터내셔널과 협업관계를 맺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키자미테이블은 판로 확보 및 마케팅을 전담했고 열매나눔인터내셔널은 현지 농민의 협동조합 결성과 농작물 생산을 지원했다. 현재 제품 테스트를 완료했고 빠르면 올해부터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소한윤 열매나눔인터내셔널 국장은 “주민들이 상품화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지원대상’이라는 수동적태도를 극복했다”며 “사회적경제 방식이 농민의 자립 능력을 길러준 셈”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주민의 수공예품 생산을 돕는 국제개발 구호단체 ‘더프라미스’는 소셜벤처 ‘컴퍼니안’과 협업했다. 고수지 더프라미스 코디네이터는 “주민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생산품의 브랜딩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 힘만으로는 부족했다”며 “예술 유통 플랫폼을 운영·기획하는 컴퍼니안과 파트너를 맺고 해당 사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더프라미스는 주민들이 만든 생산자협동조합을 관리하고 컴퍼니안은 브랜딩과 유통 플랫폼 구축을 총괄했다. 섬유 소재를 분석해 상품테스트를 이행했고 국내 디자이너에게 상품화가 가능하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미얀마 시장 진출이 우선 목표지만 가능하면 올해 내 국내 시장의 판로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고 대표는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소셜벤처에게 큰 대가를 지불 할 수 없었던 게 아쉬웠다”며 “(사회적연대경제 프로그램이) 참여 조직의 지속가능한 사업을 목표로 한다면 영리활동에 대한 이해를 프로그램 과정에 녹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무역 개발협력 지속하려면 ‘인증’과 ‘마을운동’에 주목

공정무역 개발협력의 효과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황선영 한국공정무역협의회 사무국장은 공정무역 인증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정무역 인증제 6개를 비교·분석했다. △WFTO(World Fair Trade Organization) △FI(Fairtrade International) △Naturland Fair △Fair For Life △SPP(Símbolo de Pequeños Productores) △Fair Trade USA등의 라벨이 대표적이다.

황 사무국장은 “WFTO는 사회적경제 방식을 중요한 인증 기준으로 세웠고 FI·Naturland Fair는 친환경 및 유기능인증을 공정무역과 동시에 추구한다” 며 “개발협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두 제도의 인증을 받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선화 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공정무역 마을운동’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무역이 지역 주민·마을단위로 정착되면 개발협력 또한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그는 “한국 내 공정무역 마을과 개발도상국 내 공정무역 마을이 자매결연을 맺는 정책이 마련된다면 생산자의 공급망까지 변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선화 성공회대 교수는 공정무역 개발협력 효과 확대를 위해 '마을운동'이 확산돼야 한다구 주장했다./출처=온라인 방송화면 캡처
김선화 성공회대 교수는 공정무역 개발협력 효과 확대를 위해 '마을운동'이 확산돼야 한다구 주장했다./출처=온라인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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