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기본법은 19대 국회부터 (현재) 21대 국회까지 7년간 꾸준히 발의되고 있다. 코로나19 등과 같은 위기에서 ‘연대와 협력’을 기본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경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0년 국회에도 사회적경제 관련 주요 법안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기본법 통과를 간절히 바라는 각 지역 사회적경제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전해왔다. <이로운넷>이 이들의 투고를 받아 연재한다. 

경남 하동의 산골에는 청년들이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기른 친환경 농작물로 만든 고부가가치의 건강한 제품을 판매하여 마을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경남 함안에도 청년들이 모여 지역의 농민들과 함께 농업과 농업을 기반으로 한 문화활동으로 소멸위기에 놓인 마을공동체를 부활시키고 있다. 경남 김해에는 할머니가 새로운 직업을 구해 인생의 황혼기를 연기시키면서 환한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경남 거제에는 딸의 망가진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만들었던 친환경 건강식을 지역민에게 나누고 있는 엄마가 있다. 경남 창원에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우리의 엄마와 누나들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밤낮없이 돌보고 있다. 경남 창원의 또 다른 기업은 쓸 만한 데도 버려지는 전자제품을 재생하고 계절에 따라 일자리가 불안정한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지켜주고, 무너져가는 지역공동체에 활기를 불어 넣으면서 일자리도 만들어내는 쉽지 않은 일들을 해내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이 아니었다면 국가가 정책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이거나 사업들이고, 국가가 만들어내어야 하는 공공의 가치들이다. 사회적경제의 존재가치는 공공을 위해, 즉 우리 모두를 위해 꼭 필요한 사회안전망을 사회적경제기업가들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으로부터 증명된다. 희노애락을 공유하는 동시대인에 대한 공감을 토대로 한 활동의 자발성 그리고 이에 바탕을 둔 열정이 없다면 수행하기 어려운 과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그리고 자활기업을 사회적경제라 여긴다. 그리고 이들의 존재와 활동의 근거를 각각의 법이나 지침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사회적경제가 이렇게 나누어져 있는 이유는 단지 역사와 법이 다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가 필요한 사회적 가치가 다양하고, 이에 따라 그 실현방법이 다양해야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유지하기 위해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야하기도 하고, 공동체를 유지하거나 활성화하기 위해 주민들을 공동체의 주역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하기도 하고, 또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향상시켜 자신감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적경제의 각 영역별로 이루어지는 독립적이고 분절적인 활동만으로는 사회가 필요한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많은 나라에서 공공의 가치 또는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활동을 사회적경제로 묶고 있고, 우리나라의 많은 지자체도 사회적경제로 묶어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는 각 영역이 개별적으로 작동하여서는 시너지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두에 언급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의 활동은 경남에만 존재하는 사례가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도 발견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기업의 활동 유형들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각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사회적경제기업들과 연계한 활동을 통하여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의 협동과 연대가 만들어내는 큰 울림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개별법의 한계로 더 큰 울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제한받고 있다. 유사하거나 동일한 활동을 연계하여 그 효과를 높이려 해도 상이한 법의 적용을 받아 시너지효과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창출, 수요자의 욕구를 이해하는 돌봄서비스의 확대,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의 활성화와 같은 사회적 가치는 이해당사자들의 공감을 통한 협동과 연대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실현가능하다. 자조와 자립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협동과 연대는 사회적경제가 표방하고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다. 이는 지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경제의 존재가치가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적경제가 우리 사회가 필요한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이 협동과 연대를 강조하고 추동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3법이다. 우리 모두가 안녕한 한국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지만 튼튼한 기초가 될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바란다.

신영규 모두의경제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신영규 모두의경제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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