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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를 팔 듯 인류애를 팔 수는 없을까?”
70여 년 전 연구 심리학자 게르하르트 위브(Gerhard Weibe) 박사가 던진 질문이다. 이 물음에 화답하듯 진짜 인류애를 담은 비누가 나왔다. 오늘의행동 사회적협동조합 (이하 오늘의행동)이 만든 생활소비재 매거진이다. 이름만 들으면 책인지 비누인지 헷갈린다.
“하루라도 비누를 쓰지 않는 사람은 드물어요. 우리는 이 비누라는 소비재 안에 물 부족이 안고 있는 사회문제 콘텐츠를 담았습니다. 쓰다 보면 언젠가 사라지는 비누처럼 사회문제도 관심을 갖다보면 사라진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 정경훈 오늘의행동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생활소비재 매거진은 한 데 묶으면 한 권의 책이 완성되는 비누 보관함이자 무심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툭’ 건드리는 장치이기도 하다.
“6km. 물을 길어오는 것은 언제나 여성과 소녀의 일입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국가 여성들은 매일 평균 6km를 걸어 20kg의 물을 길어옵니다. 이들은 단지 물을 얻기 위해 하루 평균 6시간을 걷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학교생활을 비롯한 미래의 꿈을 포기합니다.”
-- 생활소비재 매거진 중에서
자꾸 보면 행동하게 된다
“저희 목표는 일상에서 개개인이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고 더 나아가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행동을 제안하는 겁니다. 광고 효과 분석 연구 중에 3회 이상 특정 정보에 반복 노출되면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진단하고 평가를 내리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 시민들이 과연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지 제안하는 주체들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저희는 시민들이 한 발 물러나 후원자로만 남아 있지 않고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행동을 제안하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매거진 후반부에 가면 일상 속에서 물을 절약할 수 있는 행동들이 제시돼있다.
“잠갔다 트는 오늘의 행동. 사실 참 귀찮은 일이지만 가장 단순한 방법은 양치질 할 때도 수돗물을 계속 틀어놓지 말고 잠시 잠갔다 다시 트는 습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누를 쓰는 잠깐 만이라도 수돗물을 잠갔다 다시 켜보는 건 어떨까요?”
사회적기업이 만들고 수익금은 비영리단체 후원
오늘의 행동은 생활매거진 말고도 비누의 향과 색깔에 의미를 담아 멸종위기동물, 흙밥이라고 표현되는 저소득층 아동들의 영양문제, 외로움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짚어보는 샘플러 비누 15종을 만들었다. 각각의 비누 상자엔 오늘의 행동이 함께 풀고 싶은 사회문제를 적어 놓았다.
“코뿔소의 코는 피부에 좋은 성분인 케라틴 함량이 많다고 소문나면서 불법포획이 만연해 멸종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코뿔소는 과거의 동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저희는 아토피완화와 피부톤 개선에 도움을 주는 동백오일로 만든 비누에 코뿔소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비누는 저온 숙성비누로 사회적기업 ‘천향’이 만들었다. 천향은 깐깐하기로 소문난 한살림 생협에 10년 넘게 비누를 공급하고 있는 천연비누 제조업체로 소외계층과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비누가 잘 팔려 사회적기업의 소득이 증대되면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비누로 시작했지만 내년부터는 분기별로 다양한 주제와 연관된 생활소비재 매거진을 발행하려고 합니다. 이때 생활소비재는 되도록 사회적경제 틀안에서 활동하는 기업들과 협업할 예정입니다.”
비누를 판매한 수익금으로는 행동하는 시민을 양성하는 비영리단체 (사)호이를 후원한다. 호이는 ‘물뜨러가는 날’이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물 부족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정 이사장은 “규모는 작지만 내실있는 비영리단체들이 많다” 면서 “ 하지만 소규모 단체들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후원금이 큰 단체로만 쏠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생각과 행동을 잇다
오늘의 행동은 비영리재단에서 평균 18년간 몸담아온 활동가 3인이 의기투합해 올해 7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탄생했다. 이들에겐 공통적으로 풀고 싶은 해묵은 과제가 있었다.
“기부금 규모가 커지고 비영리단체들도 많아졌는데 비슷한 문제가 계속 반복됩니다. 열심히 달려왔는데 정말 사회가 좋아지고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들더군요. 인식이 변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일상에서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야하고 결국 사람이 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 실천 방안으로 탄생한 것이 생활학자들이다. 오늘의 행동은 일상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해결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사람들을 생활학자라고 이름 붙였다. 현재 3인의 공동창업자를 포함해 공개모집으로 선발한 생활학자 1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전문가가 나서서 ‘이렇게 하세요’라고 이끌기 보다는 집단 지성의 힘을 빌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려고 합니다. 사회문제 해결책에 대한 아카이빙이라고나 할까요. 장기적으론 생활학자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아이디어로 각양각색의 좋은 행동을 제안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꿈입니다.”
오늘의행동은 생각이 머릿속에만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부추기는 행동도구 7종을 제작해 소통의 장을 넓혀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뜻이 담긴 노란 연필, 중고물품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오프닝박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비영리단체의 한계 극복
오늘의 행동은 2019년 소셜벤처 경연대회에서 일반 창업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사랑의열매와 다음세대재단의 인큐베이팅 지원을 받아가며 성장해가고 있다.
“100%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의 참여를 많이 이끌어내려는 부분에만 방점을 두다보면 시민들이 선호하는 주제와 방식만을 따르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인권, 성소수자 문제, 혐오 문제처럼 변화가 필요하지만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콘텐츠 생산이 힘든 분야들이 자꾸 소외됩니다. 오늘의 행동은 후원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싶어요.”
정 이사장은 “비영리와 영리가 결합된 형태의 조직을 만들고 싶어 소셜벤처에 도전했고 이에 가장 부합한 형태인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뜻을 같이하는 이사진을 포함해 6명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행동도구 개발과 판매, 공공기관 프로젝트 용역 수주로 매출을 올리고 있고 올해 12월 기부금 지정단체 등록이 완료되면 후원금으로 더 큰 꿈을 이뤄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오늘의 날씨, 오늘의 운세처럼 '오늘 뭐하지' 할 때 떠올리는 플랫폼이 되고 싶어요. 플랫폼 안에서 100인 100색의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모으고 이를 실천해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진정한 변화의 싹을 틔울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제공= 오늘의행동 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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